너무 유능해서 시골로 쫒겨난 사나이.
영화는 그렇게 코믹스럽게 시작한다.
그가 전출간 곳은 영국에서도 범죄율 제로를 자랑하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어찌나 시골이던지 휴대폰도 안테나도 제로이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시골마을은,
그가 첫출근도 하기 전날, 동네 술집에서 미성년자들을 쫒아내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좋은게 좋은거다'..
이런말을 영국에서도 쓰는가 보다.
사실.. 이 말은 철들면서 많이 곤경에 빠지게 하는 말중에 한나다.
자신이 생각하는 도덕론과 타인의 도덕론이 부딪힐때,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 하는 사람과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다.' 를 외치는 사람들이 부딪히기 마련이다.
주인공 니콜라스 엔젤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규칙을 준수하며 산다.
그래서 경찰이나 군인이 되어야 했고, 경찰로써 그 임무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결혼한지 얼마안된 부인과도 별거중이다.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런던경시청의 동료들과 상사는 그를 시골로 쫒아낸 것이다.
하지만 말썽꾼은 말썽을 몰고 다니는 법?
엔젤 경사는 마을에 들어간 첫날부터 마을사람들의 헤이해진 도덕론과 부딪히며 적응하지 못하고,
불연듯,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엔젤은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일이라며 '사건'이라고 얘기를 한다.
특유의 본능과 냉철함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사건을 파헤치지만, 마을 사람들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며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우연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상하게 연이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살인사건이라 단정지은 엔젤경사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이를 동네 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여긴다.
별일 아닌일로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러사람이 한사람 바보 만드는건 식은죽 먹기다'. 라는 류의 코미디처럼, 이 영화에서도 엔젤경사는 혼자 바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친 엔젤경사는 모든게 동네 NWA(맞나?.. 동네 방범 자치단체) 구성원들이 '올해의 마을(범죄없는 평온한 마을)' 로 선정되기 위한 범행임을 알게 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사건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은 엔젤경사는 동료와 함께 총격전을 감행하는데...
영화가 코믹영화일거라는 기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오산이었음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헐리웃 액션 영화를 흉내내고픈 영국식 액션 코미디라 하겠다.
여기서 '흉내' 라고 단언지은것은, 뭔가 어색함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이라는 색안경이나, 작은 스케일로 인해서 폄하 하는것은 아니다.
마치 가족용 오락영화를 만들려고 하듯, 영화는 너무 얌전하다.
물론, 교회 옥상에서 돌이 떨어져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이나, 정원손질용의 커다란 가위로 동네 꽃집 아주머니를 찌르는 장면..
등, 잔인한 묘사도 있지만,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동네 어귀에서의 총격씬이라니...
나름대로 헐리웃 영화처럼 손은 봣지만, 그 미숙함을 떨쳐버릴 순 없다.
한마디로 '노력이 가상하다' 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어설픔으로 영화가 재미없다는 단정은 지을 수 없다.
영화는 나름대로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는데, 이러한 '영국의 굴레' 를 벗어났으면 더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그런 생각을 해봤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최근 '28주후' 라는 영화가 나왔듯이(아직 보지는 않았음)..
영국은 '집단' 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많은 듯 하다.
'집단 환각','집단 이기주의' 등.. 개인대 개인의 스토리 보다는, 미쳐버린 대중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집안 분위기가 엄하고, 가부장적이며, 예의범절을 많이 따진다는 얘길 들어본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상당부분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서는 것(튀는것)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고, 카리스마 보다는 집단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는것 같다.
물론, 그런 와중에 '히틀러'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휘두르기도 하지만.
이는, 억압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얘기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대중' 에 의해 군중심리같은 것이 발동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하지만, '군중' 이라는 힘을 빌어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강요하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사람이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것이 쉽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때 혼자 아니라고 하면 결국, 그 혼자가 맞건 틀리건 그 혼자는 바보가 될 뿐이며,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국 사람들의 심리가 한국 사람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게 아닐까?
예전에 영국에서 나왔던 영화들 중에, 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영화(미국 영화였던가..?? 검색해도 나오질 않으니 넘어간다.) 같은 경우에도, 은유적으로 집단 논리에 의해 피해를 입는 개인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정서적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영화는 나름대로 재밌지만, 많은 아쉬움을 준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격투, 총격씬이 주는 황당함과 여러사람이 한사람 바보 만드는 설정에 대한 짜증스러움(개인적으로),
뭔가 정돈되지 않은듯 끝나는 결말(엔젤 경사 아내와의 스토리가 말끔하게 끝났어도 나름대로 괜찮았을..), 특별히 어떤 메세지를 주지는 않는 킬링타임용 이야기(물론, 다수가 맞다고 해도 소수의 의견이 맞을 수 도 있다는 나름대로의 결론?), 액션신의 배경이 지극히 평범한 동네 어귀라는 썰렁함 등등..(물론, 상당수 정서적 차이로 인한 문제일 수 있다.)
어색함은 있지만, 점수는 후하게 줄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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