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주전자를 좋아하는 물반장 동구로 나오다가 어느샌가 야구에 흠뻑 빠져있는 동구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어느 동구든 무한한 순수함과 해맑음을 가지고 있었다.
심장이 약해 달리기를 못하는 친구를 대신해 자신이 한바퀴를 더 돌아주는 거나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 졸린눈을 비비며 해가 뜨길 기다리는 거나
주전자 대신 떡하니 들어선 정수기와 싸우고 정수기에게서 피가 났다며 고개를 못드는 거나
아쉬운 것은 동구의 순수함이 다 였던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가득 매웠다.
또한 영화를 만든 실력도 굉장히 좋아서, 화면기술이나 음향에 전혀 문제 없었다.
모든것이 깔끔하고 꽤나 완벽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꺼림찍한 것이 없었다.
많은 조연들은 웃음을 자아냈고 동구의 아버지 역을 한 정진영 역시 진가를 발휘했다.
몇년 전 왕의 역을 한 사람이 저리 바뀔 수 있나, 다시금 배우들의 여러가지 모습들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무식해보이고 막무가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이 영화의 제일 큰 감동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설쳐대는 아들에게 양대신 닭을 세어주고, 행여 야구부에 들어간 동구가 물반장을 오래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모습이나 말이다. 많고 많은 명장면들 중에 내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돈이 필요해 보험금을 타기위해 탄 음식과 담배를 피워가며 노력했지만 암에 걸리지 않아 우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참 슬프면서도 묘한 느낌을 받았다.
우는 아버지 옆에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암이 무슨 로또냐."
다른사람에겐 좌절과 두려움의 대상인 암이 이 아버지에겐 로또만큼이나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을 굉장히 희생해가면서도 아들에겐 언제나 밝은 모습만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