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편의 흥행성공으로 권상우와 김하늘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백일섭, 김자옥 등 감칠맛 나는 조연들의 연기 등으로 꽤 잘 만들어진
코믹 영화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속편은 한국 남학생을 사모해 교환 학생으로 건너온 일본
여학생의 한국말 배우기 소동을 주제로 삼았는데 영화 예고편을 볼때까지는 그런대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시사회에 가서 전편을 다 본 다음에 완전한 실망으로 바뀌었다.
일관성부족한 줄거리에 단편적인 웃음을 던져주는 에피소드의 나열에 그치는데다 조연들의 생뚱맞은 오버 연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남녀 주인공도 까불어도 될 때 심각하고 심각해야될때 가벼워지는 등 종잡을 수 없었다.
한국말을 몰라서 과외를 받는 여주인공은 영화 초반을 넘어서면 일상 대화에서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
로 한국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데 계속 과외를 받아야하고, 남자 주인공은 어떤 사연 때문에 밤낮 가리지 않고 아
르바이트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데 아버지는 "니가 술마시느라 그어댄 카드 값이 얼마냐"고 질책하고, 가난한 형
편에 식물인간 신세로 장기 입원해 있다는데 보험 적용 안되는 럭셔리한 1인실을 이용하고 있고, 조지로 나오는
줄리안이라는 금발머리 청년은 영화를 TV 오락프로로 착각한 것처럼 생뚱맞은 비속어나 툭툭 던져대고, TV 리포
터로 종횡무진 활약하던 장영란은 영화에 처음 출연한 것을 사방에 알려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비속어와 유행어를 패러디한 장면의 신선함과 박기용, 이청아 두 신인 배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만 빼고는 도대체 이 영화를 왜 두 시간씩이나 길게 편집해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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