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밤에 TV에서 전설의 고향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드물 정도로 여름이면 으레 전설의고향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끔 한 TV시리즈였다. 여름에 딱 맞는 공포 시리즈이고, 여름에만 하니까 늘 생각해왔던 그런 전설의고향이 영화로 부활한다길래 시리즈 중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따서 이제 영화로도 나오는구나 하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으로는 그냥 더위를 식혀줄 영화뿐이었지, 그 안에 특별히 심오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거 같지도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 한다는 처녀귀신이 주된 귀신이어서 영화가 부담되지도 않을 거 같고, 2007년 한국 공포 영화를 처음으로 스타트 한다는 생각에 흥행은 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뭐 전설의고향 내용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에피소드를 영화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극장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틀어주는 영화를 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거 영~ 어디서 놀라야 하는지는 당최 모르겠다. 잔잔히 얘기도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현재에 있다 과거로 갔다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관객들한테 그 내용을 초반부터 털어놓지 않으니 그 내용만 궁금해 미치겠고, 귀신이 나와도 나중에 한꺼번에 이해하는 식으로 진행되지 미리 알려주질 않는다. 글쎄.. 이점이 관객들과 어떻게 결부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초반 귀신만 조금 보여주고 관객을 놀래키고, 나중에 한꺼번에 슬프게 결말 지으려는 내용은 어쩐지 좀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국 관객들도 이런 영화에는 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영화가 더 아쉽다.
무섭다고 말하기까지는 뭐하지만 섬뜩섬뜩한 장면은 있었고, 깜짝 놀라는 장면은 딱 한 군데 있다. 이 장면 하나밖에 없어서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짧게 머리 빗겨주는 장면이다. 예측하지 못한 구석에서 관객들이 놀라는 장면은 딱 하나. 나머지는 그냥저냥이다. 심장 약하신 분들은 단지 귀신이 나왔다는 것으로 "꺄~악" 소리를 지르시는 분도 있는데 보통은 대부분 무덤덤하게 몇몇 장면이 지나가고, 마지막에 이렇게 끝나는가? 한탄이 보통이다. 영 우리나라 공포 영화의 맛을 내려다가 싱겁게 끝난다는 느낌이랄까?
한국 공포영화라면 늘(!) "한"을 내세우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디서 슬퍼해야 하는지 그 타이밍 잡기도 힘들다. 누차 말했듯이 내용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정리하려니까 관객들은 내용 이해도 해야 하고, 그 상황 속에서 눈물을 쏟을 리 없다. 배우들은 감정이 북받치는데, 관객들은 그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만 던질 뿐이다. 저렇게는 왜 안 하지? 하면서 말이다. 단순히 TV에서처럼 그렇게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꼭 결말의 최루성은 공포영화의 공식인지...
첫 스타트였는데 글쎄다. 뒤에 <해부학교실><검은집><므이> 등이 더 기대되게 만든 영화가 됐을 수도 있고, 그 작품들마저 의심하게끔 하는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TV드라마를 영화로 옮기는 식의 시도는 좀 더 각본도 탄탄하고, 배우들도 탄탄했을 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어정쩡한 한국 공포물을 보며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소망을 밝힌다. 예고편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서 관객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리나 했더니 역시나 도가니는 무슨!! 나중에 다른 시리즈라도 이제 <전설의고향>은 도전하지 않기를...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재희"가 이끌어주는 식의 역할은 많이 없고, 박신혜 혼자 영화를 이끌어가는 상황인데, 아직 그 부근에 이르기까지는 힘이 벅차지 않은가 싶다. 옆에서 "양금석"이 뒷바라지 하지만 박신혜는 좀 더 무르익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인2역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소현 역할의 박신혜는 꽤 어울렸는데, 효진 역할의 박신혜는 별로였다. 배우가 두 가지 정도의 역할을 하려면 이쪽도 어울리고, 저쪽도 어울리고 해야 하는데(<범죄의재구성>의 박신양!!) 두 가지 모두 어울리지 않는 이상 더 집중이 낮아질 수밖에.. 첫 영화를 공포 영화로 찍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어느 정도 연기가 확 올라와서 관객들까지 소름끼치는 그런 연기를 보는 것이 관객들의 바람이다. 박신혜가 그 정도까지 올라와서 다시 한 번 제대로 공포 영화를 소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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