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그 무엇이든 공포를 느낀다. 동식물이든 인간이든 공포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체로서 자존감을 순간 깨닫게 해준다. 그렇게 무섭다는 것, 생명의 위협을 받을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생명의 순간 순간에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수 있다.
아마, 20대후반 위로는 <전설의 고향>을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설의 고향>은 어린시절 하나의 특별한 추억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시절, 드라마를 보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이불을 뒤집어 쓰거나 집밖, 시골집에 있는 화장실이 얼마나 무섭던지...
오늘 압구정CGV에서 본 <전설의 고향>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다.
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대체로 드라마적인 요소를 잘 이어 갔으며 양금석 씨부터 박신혜 씨까지 연기자들의 연기는 별탈없이 제각기 배역에 충실했다. 영화를 보면서 옛 TV드라마를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그것이 장점이 될수 있으면서 가장 크나큰 단점이 될수 있는 요소다. 영화를 소비하려는 층의 대다수는 청소년부터 20대이다. 나는 영화의 흥망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시사회의 관람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20대중후반이고 그들에겐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라는 원형이 뇌리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워낙 그 과거의 원형이 큰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는지 영화에서는 새로운 하나의 독립된 힘과 후광을 느낄수 없다. 즉 우리 뇌리에 남아있는 과거 이미지와 너무나 비슷하지만 한편으로 창조성과 새로움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진부한 공포 영상의 공식을 대입시켜 영화에 새로움이 부각되지 않는다. 지금에 새로움이 없는 영화는 결국 원형의 복제일 뿐이다. 복제된 현실에서는 진실에 있는 아우라(후광)가 없다.
물론 기존의 원형의 흐름이나 맥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변화가 없는 이야기는 결국 또 다시 재연하는 복제이다. 내 생각에는 차라리 <전설의 고향>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았던 것이 더 좋았을 뻔 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새로운 공포 영화를 생각하고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권유하지 않겠으나 일반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하나의 재미있는 영화가 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