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a Vista Social Club(1999)
Directed by Wim Wenders
사실 이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명쾌하다. 다큐멘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짜임도 명확하고 복선을 찾느라 진땀 뺄 필요도 없다(다큐멘터리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감동만은 전혀 덜하지 않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쿠바의 여러 뮤지션들 - 이브라힘 페레, 꼼빠이 세군도, 루벤 로드리게즈 등 -은 96년 미국인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와 쿠바의 프로듀서 후안의 프로젝트에 함께하며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97년에 발표한 이들의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고, 98년 라이 쿠더는 그의 아들을 데리고 다시 한번 쿠바로 향하는데, 이 때 쿠더와 잘 아는 빔 벤더스 감독이 쿠바에 함께 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주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들 각각의 사연(?), 이브라힘 페레의 솔로 음반 작업 현황, 그리고 암스테레담과 뉴욕 카네기 홀에서의 라이브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 가지는 노련한 연출 솜씨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는데, 특히 좋았던 것은 초반의 establishing shots였다. 초반에 라이 쿠더와 그의 아들 요하킴을 데리고 쿠바에 온 모습과 꼼빠이 세군도와 아바나의 사람들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자취에 대해 묻는 장면은 98년의 쿠바의 모습과 그들이 얼마나 잊혀졌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쿠바에 대해선 아예 모른다고 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문외한인 나로서는, 각각 멤버들이 자신의 어렸을 때 음악의 만남이나 그 전까지의 인생에 대한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보여지는 쿠바 아바나의 여러 모습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평화로운 듯, 황폐한 듯, 사람들은 무관심해보이기도 하고, 다가가기 쉬워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닐 터이다. “우리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꿈을 가져야 한다”등이 벽에 적혀있는 모습, 공산주의 체제의 자취 등을 차 안에서 찍은 듯 지나가는 화면들은 쿠바라는 나라에 대한 감을 준다.
물론 각 멤버들의 멋진 솔로 음악과 함께 들리는 그들의 인생 사연은 마치 그 이야기 하나로 스토리가 될 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산 분들도 있었다. 잊혀진 가수로 구두닦이로 생활하던 이브라힘 페레, 낮에는 이발사로 저녁엔 클럽에서 연주를 하던 꼼빠이 세군도... 수많은 사연을 지닌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건 쿠바 음악에 대한 열정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노련함과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음악이란- 그들의 라이브는 더욱 더 빛났다. 녹음실에서 느껴지던 긴장감은 무대 위에서 폭발하듯이 발산하는 에너지로 바뀌었다. 나처럼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더욱 더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음악 때문이다. 아련한 멜로디에서 황홀한 류트 연주, 쓸쓸한 목소리에 정말 취할 수밖에 없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오마라 씨의 모습과 음악이 점차 고조되는 순간에 몇 번이나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왔다. 디지털로 제작한 이 영화에는 기교 없이, 솔직하게 쿠바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라이브와 음악에서 흐르는 감동은 스크린으로부터 저 멀리까지 닿을 듯하다. 이 영화를 이제야 본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특별전이라 큰 스크린과 빵빵한 음악으로 감상한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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