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끝났다." 검은 스파이더 복을 입고 고독하게 비를 맞고있는 모습을 담고있는 티져포스터가 공개됐을때 나의 기대감은 거품을 물 정도였다. 이런 나를 포함해 종교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황당한 두려움이 생길정도로 사람들의 엄청난 기대감을 한몸에 안고 드디어 스파이더맨 3편이 개봉했다. 만약 내가 5월2일에 입대했다면 그 전날에 이 영화를 보고 들어가겠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를 보기위해 개봉시기에 맞춰서 휴가를 낸 친구녀석이 있을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났다.(90%에 육박하는 예매율이 보여주듯) 변함없는 마블코믹스의 로고가 지나간 후에 약간 복고풍의 인물소개가 나온 뒤 1,2편을 총 복습하듯 지금까지의 주요 장면들을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가 지나간 뒤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첫 느낌? 으악!!!!!!!!!!! 유치해!!!!!!!!!!!!!!!! "3번째 시리즈에서 3명의 악당과 3각관계의 등장으로 3배는 더욱 재밌어졌다"라는 어느 카피가 무색할 만큼 영화는 1/3의 재미도 주지 못했다. 우선 3명의 악당이라곤 하지만 누구도 하나 매력적으로 그리지 못했고 덕분에 감정이입도 전혀 되지 않았다. 우선 해리가 "훗. 내가 나갈차례군. 다녀올께~"하고 쥐어 터지고오면 이제 숙모가 나오고, MJ랑 갈등하다가 샌드맨이 "후후후. 드디어 내가 나갈차례인가?"하고 나왔다가 "이제 갈께~ 안녕~" 이런 느낌이랄까? 다들 너무도 바쁘게 등장했다가 바쁘게 사라지기 바빴다. 해리와의 갈등은 또 어떤가.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회사고 뭐고 다 제껴버리고 좋아했던 MJ까지 이용해서 피터에게 상처를 줬다. 게다가 피터는 해리의 얼굴까지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녀석에게 갑자기 위기에 빠진 배트맨을 구하는 로빈처럼 짠~ 하고 나타나는 꼴을 봤을때 난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반올림이나 사춘기같은 성장드라마수준의 갈등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2편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낙하액션신(내멋대로 붙인 명칭)은 3편에서 너무 난발해 유행지난 개그코너를 보는 느낌이었고 전체적인 구성도 너무나 산만했다. 장르의 쾌감도 드라마의 깊이도 케릭터의 생생함도 없는 영화랄까. 이쯤되니 다른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몇 장면에서 감독 특유의 긴장감을 주는 공포영화 기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무작정 때려부수는 액션이라든가 내면의 부재는 감독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컸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들게했다.
다른걸 씹어볼까? 영화를 보면 한창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해리(OR 스파이더맨)의 표창식같은 시퀀스가 있다. 거기보면 스파이더맨이 성조기옆에 1초정도 착~ 달라붙다가 등장하니 사람들이 엄청난 영웅을 맞이하듯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는 장면이 있다. 그장면 도대체 뭘까-_- 비슷한 예로 300을 가지고 인종차별적이라느니 이런저런 논란글을 읽었을때도 어차피 이 영화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 진것이기에 장르의 쾌감만 느끼고 씹는건 원작을 씹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건 분명히 굳이 없어도 되는 장면이다. 그런데도 삽입을 한 것은 분명 감독의 의지이자 선택인데 1편의 쌍둥이빌딩 씬에 비해서 너무나 노골적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이건 뭐.......-_-
쓰다보니 후라보노처럼 미친듯 씹어대기만 한 듯; 보고나니 매트릭스니 트루라이즈니 다이하드니 이런저런 블록버스터 영화를 놓고 잡탕을 끓여놓은듯한 인상을 받기까지 한 스파이더맨3편. 신들린듯 씹다보니 '내가 이 영화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데어데블>이나 엘렉트라같은 영화들은 씹고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미칠듯한 기대속에 폭발적인 흥행을 달리고 있는 스파이더 맨 3편이 얼마나 큰 뒷심을 가지고 있을지 두고보겠어.
p.s 그웬으로 분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이름이 길기도 하다;)는 당최 왜 나온지 모르겠지만 꽤 매력적이길래 찾아보니 레이디 인 워터 포스터에 나온 그 여인네더만; 게다가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이었다는; 빌리지에도 나온걸 보니 샤말란 감독과 어떤 친분이 있는걸까?;
그리고 마지막 악마퇴지비법 제3술법 "뎅~!!!!!!!!!!!" 이건 진짜 깼다;; 나만 웃은게 아니라 극장안에 있는 사람들의 과반수는 웃은걸로 봐서 이건 한국을 노린 웃음포인트-_-?
또 마지막 시퀀스에서 스파이더맨만을 기다리면서 발만 동동구르고 먼산이나 보고있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니 <파워퍼프걸>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맨날 파워퍼프걸이 악당들을 물리쳐주자 이제 어떤 위기가 닥쳐도 "파워퍼프걸이 오겠지 뭐~" 하면서 무심한 사람들때문에 화가나서 파워퍼프걸들이 더이상 지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에피소드 였는데 이녀석들도 파업을 한번 당해야 정신을 차릴려나-_- <광수생각>에서는 최종병기로 만든 태권브이를 우리나라 군인들이 너무나 잘 싸워서 필요없어졌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게 바로 정서차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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