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심야영화를 보러 강남으로 나갔다. 뜻하지 않게 얻은 예매권, 하지만 진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골라 예매버튼을 누르자 나타나는 '굿셰퍼드 전용 예매권'이라는 충격...
그래도 공짜라는 것과 오랜만의 밤외출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서둘러 자동차 키를 꽂았다.
CIA를 부르는 별명이 굿 셰퍼드라고 해서 무슨 뜻일까 했더니 '충견'이라는 비꼬는 말이었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알았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CIA에 the를 안 붙이는 것이 God에 the 를 안붙이는 것과 같다는 대사와 이 제목이 잘 대비된다는 느낌이다.
액션이 난무하지도 않고 애정이나 감동등의 감정이입을 호소하지도 않는 영화, 마지막까지 가족에게서도 세상 어디에서도 구원받지 못하는 권력의 종 역할을 하는 비운의 소권력자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맥 데이먼의 우울한 표정은 여태까지 보여준 근육질의 액션과는 또다른 지적인 이미지를 충분히 풍겨낸 반면 안젤리나졸리의 나이들며 평면적으로 변해가는 미모는 안 그래도 딸리는 연기까지 겹쳐 영 와닿지 않는 서글픔이 있었다.
나름대로 잘 짜여진 각본에 의미부여까지 그럭저럭 좋았다고 생각되는데 젊은 관객들에게는 호응을 얻기 힘든 주제가 아니었는가 싶다. 심야영화에 그리 많은 중년층이 앉아있는 것은 첨 보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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