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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의 영화감상평 ##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excoco 2007-05-04 오후 10:19:37 1235   [1]

다소 우울한 주제이다.
2005년 프랑스.
현재 취업대란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아까 뉴스를 보다보니, 현재 프랑스는 노숙자가 15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2년제,4년제 대학들.
이젠 이름도 생소한, 어디에 존재하는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수많은 대학들이 있고,
별다른 능력도 없으면서, 자격증만 소지한 무능한 젊은 인재(?)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옛날에 비해 학력은 우수하면서도, 일자리조차 찾기 힘든 현실.
나또한 그들중 하나이리라.
어쩌면, 그마저도 못한.
 
주인공 다베르는 현재 41세.
잘나가는 제지회사 중견 간부였지만,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15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고, 가지고 있던 주식도 모두 처분해야 했으며, 그렇게 실업자가 되버린 그에게는 아직 대출금 상환이 남아있는 집과 할부금이 조금 남아있는 허름한 차.
그렇게 2년반을 실업자로 보낸다.
수많은 이력서들을 써서 보내지만, 도무지 취직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다베르는 묘책을 생각해 낸다.
마치 제지회사인것처럼 사서함 번호를 하나 만든후, 자기와 동종의 업종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받아본다.
그중, 자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이력을 가진 사람 5명을 추려낸다.
제지회사 아르카디아에 지원한다는 가정하에, 그는 자신의 경쟁상대인 이들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총한자루.
그는 자신의 경쟁상대자들을 찾아나선다.
그리고는 이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아르카디아 제지회사에 당당히 취직하게 된다...
 
오랜만에 프랑스영화를 보게 됐다.
사실 프랑스 영화는 이해하기 힘들고,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장 르노의 '비지터' 는 신선했다. 이후 '레옹' 이나 '제5원소' 등은 재미있었고..),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졌지만, 주제도 독특하고, 막연히 '권선징악형' 이야기 풀이도 아닌데다가, 헐리웃식의 권선징악형, 영웅이야기도 아니다.
주인공 다베르는 분명 살인자 이지만, 그는 결국 성공하지 않았는가.. 완전범죄로.
오히려, 다베르에 대한 연민이 생겨날 정도다.
 
다베르가 만난 그의 경쟁상대자들.
그들 또한 그리 순탄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겉으로는 쟁쟁해 보이지만, 그들은 모두들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다베르가 이런 불쌍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개과천선(?) 이라도 할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다베르는 자의반, 우연반으로 자신의 숙적(?) 5명을 모두 해치운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도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다.
블랙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놓았으며, 여기저기 복선들이 깔려있고, 이제는 식상해버린 헐리우드식의 영웅이야기도 아니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프랑스영화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마치 우리 주변의 아저씨를 보는듯 하다.
그래서 더 친숙한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난과 잘 맞물려 동변상련도 느끼게 한다.
 
어떤 댓글에서, 이 영화를 '진정한 좌파' 영화라고 표현했는데..
악인이 승리하는 이런한 요소가 '좌파'란 뜻인가?
불안불안 하지만(아들의 범죄사건과 맞물려 경찰이 다베르의 집안을 드나들기 때문), 다베르의 범죄는 완전범죄가 되버린다.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중 하나는, '가정' 문제이다.
다베르의 아내는, 다베르가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다.
당연지사 다베르의 이상한 행동들을 걱정하는 아내.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소프트웨어 도둑질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초범(상습범이 아니라 처음으로 저지른 범죄)으로 위장하기 위해, 다베르는 아들이 훔쳐다 놓은 소프트웨어를 강에 갖다 버린다.
수색영장을 들고 집을 수색하는 경찰들이 찾아낸것은 없고, 일을 원만히(?) 해결한 다베르로 인해 가정은 화목해진다.
이또한 '좌파'적 스토리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수 있는가.. 라는 표현또한 영화중에 등장한다.
즉,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들의 범죄증거를 은폐한 다베르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취직을 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죽이는 다베르의 행위를 은유하고 있다.
 
영화의 끝부분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여자가 다베르의 프리젠테이션 영상에서 사진을 출력한뒤, 아르카디아에서 일하는 그를 찾아온다.
이 장면은 다베르가 아르카디아에서 잘나가던 '마슈페'를 찾아갔던 장면과 흡사하다.
즉, 이 여자가 다베르를 제거하기 위해 찾아온 제2의 다베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복선이 깔린다.
물론, 이 여자가 누구인가.. 에 대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다베르가 '마슈페' 를 제거하기 위해 식당에서 마슈페를 훔쳐보던 장면과, 이 여자가 다베르를 훔쳐보는 위치와 자리가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자일까?
음.. 그것은, 영화 앞부분에서, 다베르가 '라벨' 만드는 회사에 면접 보러갔을때, 면접관이 다베레에게 던졌던 질문에서 나름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면접관은 '여자도 당신과 같은 일자리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베르는 부정적인 답변을 한다.
나는 마지막부분에서 여자가 등장했을때, 영화 앞부분에서 다베르에게 면접관이 던졌던 이 질문이 떠올랐다.
 
 
..
부차적으로.
다베르가 죽이려던 경쟁자중 '제라르 허친슨' 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제라르는 일자리를 잃고 경제력을 상실하자 그의 아내는 1년후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리고, 5년을 실업자로 지낸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전공과 완전히 무관한 양복집 점원으로 일하며 지낸다.
우연을 가장해 제라르의 옷가게에 들른 다베르. 물론, 칼을 들고 그를 죽이기 위해 찾아간 것이다.
총으로 사람을 죽일때도 코믹스러웠지만, 칼을 들고 사람을 죽이러 따라다니는 다베리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마치 장르노 주연의 '비지터'에서 의롭지만, 약간은 어리숙한 기사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이런 약간은 어눌한 캐릭터가 프랑스 영화에서는 자주 등장하는데, 풍자적이기도 하지만, 헐리우드의 영웅의 완벽한 이미지 보다는, 보다 현실세계의 사람과 닮아있는 자연스런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다베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던 제라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을메고 자살을 하고, 다베르를 찾아온 형사들은 제라르를 범인으로 추측하며 연쇄살인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다베르도 용의선상에 있었겠지만, 불쌍한 제라르가 모든 죄를 덮어쓰게 된것이다.
...
일일이 얘기를 꺼내기 힘든 묘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전체적으로 프랑스 영화 특유의 풍자적이면서도, 약간은 바보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동변상련과 여기 저기 깔려 있는 복선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다.
평점또한 좋게 줄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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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2005, The Ax / Le Coupe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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