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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스파이더맨 3
jimmani 2007-05-02 오전 2:23:20 29548   [16]

어느덧 수퍼히어로 영화에 있어서 "고뇌"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인간적 고뇌 없이 기계적으로 의로운 일들만 하고 다니는 영웅들에게는 관객들이 좀처럼 공감할 수 없기에, 사람같지 않은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사람다운 고민들을 집어넣어 수퍼히어로 캐릭터의 진화를 노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도 지금은 거의 모든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시도한 것이라 더 이상 진화랄 것까지는 없을 것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유독 와닿았던 것은, 그의 고민은 결코 거창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나 정체성으로 인해 굉장히 진지하고 고상하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당장의 생활고와 현실적인 정서의 고민을 안은 그의 모습은, 가상의 도시가 아닌 현실에서 부대끼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분명 비범한 수퍼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스파이더맨 3>에서도 그런 그의 고민은 계속된다. 여전히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여전히 불안정한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그런 만큼 여전히 덜 성숙했고, 그만큼 고민도 많다.

2편에서 또 한번의 고비를 무사히 매듭짓고 난 뒤, 영웅으로서의 자랑스런 면모와 연인과의 사랑을 모두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는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뉴욕 시민 전체가 스파이더맨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에 우쭐한 모양이다. 하지만 2편에서 확실히 적대적 관계가 되어 버린 친구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은 여전히 피터를 어떻게 할 순간만 노리고 있다. 점점 커져가는 유명세에 피터가 본의 아니게 우쭐해지는 동안 그의 연인인 엠제이(키어스틴 던스트)는 뮤지컬 배우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쇼맨십까지 갖추며 점점 거만해지는 피터의 모습에 엠제이는 괴리감을 느끼며 해리와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여기에 스파이더맨을 우상처럼 여기는 경찰서장의 딸 그웬 스테이시(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까지 합류하면서 피터는 애정 관계에 있어 또 한번 위기에 놓인다. 이 뿐이면 차라리 편하지, 피터는 뒤늦게 삼촌을 죽인 범인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충격을 받는다. 플린트 마르코(토머스 헤이든 처치)라는 이름의 범인은 딸을 만나기 위해 탈옥했다가 소립자 실험에 휘말려 수시로 모래로 변하는 괴상한 성질을 갖게 된다. 숙주를 포악하게 만드는 외계물질인 심비오트에 감염된 피터는 그로 인해 자신의 초능력이 월등해졌음을 알게 되고, 이를 이용해 삼촌을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여기에 피터의 일자리를 위협하던 라이벌 에드워드 브록(토퍼 그레이스)까지 끼어들면서, 피터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고비를 맞게 되는데.

줄거리에서도 볼 수 있듯 참 많은 이야기들이 얽힌다. 그런만큼 전편들에서보다 부쩍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도 보이는데, 주인공으로서 가장 극심하게 심리상태를 들었다놨다 하는 피터 파커 역의 토비 맥과이어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이 배우가 처음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때 이 배우가 수퍼히어로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변신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3편까지 온 이상 이제 그가 연기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당연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3편에선 이뿐만 아니라 피터 파커가 심비오트에 감염되면서 본연의 선량한 면과 본능에 충실한 포악한 면을 왔다갔다 하는 극심한 심리적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의 연기 변신이 새삼 돋보인다. 모범생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같지만 이 영화 속 그의 연기를 보면 어둠의 포스를 간직한 포악한 사나이의 이미지도 꽤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겉모습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주는데, 선량한 본래 스파이더맨은 밝은 색깔의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반듯한 인상을 주는 데 반해, 포악한 블랙 스파이더맨은 어두운 빛깔의 머리로 이마를 잔뜩 가린 채 검은색 계통의 옷만 입음으로써 음울한 인상을 확실하게 풍긴다. 마냥 선량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로만 느껴지는 배우였는데, 포악할 때의 모습은 마치 어두운 락 음악을 하는 밴드의 보컬을 쉽게 연상시킬 만큼 생각보다 어두운 면모도 잘 어울렸다. 또한 블랙 스파이더맨은 본능에 충실하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만큼, 전편에선 볼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던 고난이도 댄스 장면이나 여자들에게 껄떡대는 장면들도 등장해 반듯하기만 하던 그의 새로운 면모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여전히 만족스럽다. 액션성 못지 않게 감수성도 겸비한 영화 속에서 엠제이 역의 키어스틴 던스트는 사랑의 감정을 둘러싼 복잡한 심리적 갈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영화의 멜로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세 편 중 가장 극적 비중이 커졌다고 할 수 있을 해리 오스본 역의 제임스 프랑코 역시 선량함과 악함, 고독함의 다층적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여성 관객분들을 위해 하는 말인데, 이 배우의 외모는 이번 3편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악당으로 등장한 샌드맨(플린트 마르코) 역의 토머스 헤이든 처치와 베놈(에드워드 브록) 역의 토퍼 그레이스 또한 각각 딸을 위하는 안타까운 아버지의 모습과 본능에 충실하고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혈기왕성한 청년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닌 악역으로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애정 관계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그웬 스테이시 역의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이전 영화들에서와는 사뭇 다른 경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피터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주는 메이 숙모 역의 로즈마리 해리스는 여전히 사려깊은 연기로 깊은 존재감을 새기며, 감초격이라 할 만한 "데일리 뷰글"지의 편집장 역의 J.K. 시몬스의 신경질적인 코믹 연기도 영화의 잔재미를 준다.

유난히 대단한 기대작들이 많이 격돌하는 올 여름의 포문을 여는 첫 블럭버스터이고, 거기다가 3억불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제작비까지 들인 영화로서, <스파이더맨 3>에게 관객이 가장 크게 거는 기대는 과연 그 물량공세로 관객을 시각적으로 얼마나 만족시켜줄 것인가 하는 것일 거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부분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충족시킨다. <매트릭스>에서부터 블럭버스터 시각효과의 신기원을 열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맨하탄 마천루의 하늘과 땅과 벽을 모두 훑는 초유의 카메라워크(스파이디 캠)로 관객을 놀래켰던 촬영감독 빌 포프는 이번 3편에서도 한계는 없다고 주장하듯 거침없는 카메라워크를 구사한다. 스피드와 공간이동에 있어서 한계가 거의 없는 스파이더맨의 특성상 그가 다양한 상대들과 펼치는 결투 장면에서는 고층 건물들의 꼭대기와 바닥을, 수십 수백미터의 거리를 바람처럼 바쁘게 오가면서 블랙홀처럼 관객들의 시각을 빨아들인다. 이제 건물 타고 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묘기는 1편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보다는 그 강도가 덜하게 다가오듯 하지만, 한층 격하고 만화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또 다른 면으로 관객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새삼스럽게 안긴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액션신 중 시각적으로 가장 황홀한 장면을 꼽는다면, 마지막 결투신은 물론이거니와 초반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과 고블린 2세의 첫 결투 장면, 고층건물을 사정없이 훑어내리는 크레인 사고 장면을 꼽겠다.

비단 촬영기법으로만 황홀경을 안기는 건 아니다. 새롭게 등장한 악당들 역시 자기들만의 매력적인 특수효과를 마음껏 부린다. 그 중 샌드맨이란 캐릭터는 그동안 영화화하고 싶어도 기술이 미치지 못해 영화화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영화를 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또 한번 헐리웃 CG 기술의 위용을 자랑한다. 3D 애니메이션에서 이전까지는 금기시되었던 털의 움직임에 도전하며 성과를 이룬 헐리웃의 CG 기술은 이 영화에서 알갱이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모래의 움직임까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덧입히며 또 한번 한계에 도전한 듯하다. 또한 스파이더맨을 잠시나마 악랄하게 만들고, 베놈이라는 새 악당을 만들어내는 심비오트라는 물질 또한 인체에 찰싹 붙은채로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으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질감을 선사한다. 이들 악당들에게 사용된 특수효과는 지금까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나왔던 악당들 중에서 가장 기괴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 만큼 관객들에게 살짝 소름끼치면서도 확실히 뇌리에 남는 감각으로 다가와 성공적으로 악당의 존재감을 표현해낸다. 다만, 사람의 몸 전체를 모래나 심비오트가 뒤덮는 등 사람의 몸 자체를 CG로 일부 재창조해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전 악당 캐릭터들보다 유독 만화적인 특성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첫편부터 시각적 신세계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황홀경에 빠뜨렸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이지만, 이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비단 이런 물량공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곳에서 누차 강조되었듯, 이 시리즈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가 유독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처음 비범한 능력을 갖고 혼란스러워하다 조금씩 성장하는 1편에서 시작해, 본격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영웅으로서의 생활고와 인간관계적 갈등을 겪는 2편을 지나 온 시리즈는, 무식하게 물량만 퍼붓지 않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 작은 인간의 내면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잘 만들어진 수퍼히어로 시리즈로 무사히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이다. 3편에서도 피터는 육체적으로 고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참 고된 시기를 겪는다. 또 한번 그는 애정 관계와 우정으로 인한 갈등을 겪지만, 거기에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가장 힘든 결투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지금까지 만화로부터 나온 수많은 수퍼히어로들을 만나왔지만, 스파이더맨은 그 중에서도 감정적으로 가장 약한 수퍼히어로가 아닐까 싶다. 다른 영웅들처럼 조용히 한 곳에 앉아서 고뇌하거나, 자아 정체성이나 과거로 인해 고상하고 얌전하게 고민하는 것도 아니고, 심장 곳곳에서 솟구치는 여러 감정에 여전히 휩쓸린다. 3편까지 왔지만 여전히 학생이고 프리랜서 사진기자로서 피터의 정체성은 확실히 성립되지 않았다. 그 속에서 피터는 자기 감정을 쉽게 제어하지 못하고 곧잘 휩쓸린다. 뉴욕 시민들이 모두들 스파이더맨을 떠받드는 모습에 절로 우쭐해 기분 좋아지고, 표창을 수여하는 무대에서는 시민들의 성원에 자기도 모르게 삘받아 엠제이에게 좀처럼 용서받기 힘들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라고 진득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들뜨고 쉽게 낙담하는 여전히 어린 구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심비오트에 쉽게 흔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는 아직 감정을 제대로 제어할 능력을 갖지 못한 상황이다. 자신을 떠받드는 현실에 쉽게 어깨에 힘을 주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분위기에 취해버리는, 여전히 마음이 가벼운 그에게 복수심이라는 감정은 오죽 할까. 삼촌을 죽인 범인을 향한 증오심은 안그래도 감정에 약한 그의 심장에 복수심이라는 또 다른 독약을 키우고, 피터는 그렇게 사정없이 자라난 복수심에 망설이지 않고 제 몸을 맡긴다. 그런 그의 심리를 따라 심비오트는 그의 신체와 감성을 조종하고, 그 속에서 그의 갈대같은 정체성은 더욱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은 누구나 자기 감정의 노예가 한번쯤은 되는 법인데, 천하의 스파이더맨 역시 심장은 여느 평범한 청년이기에 역시 이렇게 자신의 격한 감정에 본의 아니게 쉽게 휘둘리며 감정에 약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내면에 자라는 감정에 쉽게 치우치는데도 피터는 여전히 자신은 선량한 시민들을 구하는 영웅이라는 우쭐한 캐릭터의 매력에 사로잡혀 누군가에 도움을 받는 걸 좀처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긴 하지만 자기 역시도 사람인 것이 분명한데,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채 유명세로 인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버린 그는 그로 인해 연인과도 멀어지고, 친구와도 멀어진다. 이상적인 영웅이라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잘 일어났겠지만, 여전히 내면은 평범한 옆집 총각인 피터의 경우는 그러면서도 꼭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그렇게 자기 잘난 맛에 쉽게 도취되어 버리는 피터의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와닿는다. 누구나 자신이 어떤 큰 명성이나 대단한 평가를 받게 되면, 그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면 괜히 나약한 사람처럼 비춰질까봐 지레 거절하는 경우는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심한 속성이긴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을 만한 심리다. 제아무리 멋진 액션을 구사하며 활약을 펼치는 스파이더맨이라 하더라도 그 역시 평범한 인간이기에 이런 한심한 심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스파이더맨 3>는 전편들에 이어서 역시나 스파이더맨이 본래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피터 파커라는 평범하고 소심한 대학생으로부터 비롯된 수퍼히어로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갈등을 조명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진리를 알고 있음에도 복수심에 눈이 뒤집히는 심리, 한번 맛들이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휩쓸리게 되는 허울 좋은 영웅심리와 자만심은 피터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이런 모습은 또 한번 스파이더맨이 우리와 가장 정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수퍼히어로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천하의 수퍼히어로도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고,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스파이더맨을 따라,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결 구도 또한 개인적인 감정들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뭐 세계를 정복한다거나, 테러를 감행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목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를 죽인 친구를 향한 복수심, 딸에게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대한 원한, 일자리를 빼앗아버린 라이벌에 대한 질투심 등 개개인이 품은 부정적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작용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구조는 스케일 면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대규모 결투를 벌이면서도 세계 평화 운운하는 닭살 돋는 상황이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개개인의 감정에 휩싸여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황을 펼쳐 보임으로써 관객들에게도 감성적으로 보다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명색이 수퍼히어로가 세계를 구하지 않고 뭐하고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들도 여느 인간들처럼 시시콜콜한 감정들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악당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품고 있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

이처럼 <스파이더맨 3>는 전편에 이어서 여전히 피터 파커가 복수심, 자만심과 같은 개인적 감정에 쉽사리 휩쓸리는 모습을 부각시키며 기계적인 활약도, 위화감 느껴지는 거창한 고뇌도 아닌, 그저 평범한 옆집 총각같은 고민을 품고 있는 수퍼히어로의 모습을 조명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내적 갈등이 비단 피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엠제이와 해리와 같은 주변 인물들, 샌드맨과 베놈같은 악당들까지 갖게 되면서 영화는 참 다양한 갈등 관계를 이야기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140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가서 이렇게 사소하지만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던 갈등이 순식간에 다소 싱겁고 무난하게 마무리되는 건 내적 갈등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포진시킨 데 대한 아쉬운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고 이야기거리를 많이 풀어놓은 것은 좋은데,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이 살짝 어설펐다고나 할까. 악당도 다수가 등장하다보니 개개인의 다크 카리스마에 대한 분배도 전편에 비해서 다소 미약하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3>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근래 나온 수많은 수퍼히어로 영화들 중에서 아직까지 이 시리즈만큼 시각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영화는 보이지 않는다. 뉴욕 시내의 마천루를 집앞 놀이터에서 놀듯 거침없이 뛰노는 자유자재의 액션신들은 첫 등장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편을 거듭할 수록 만화의 끝없는 표현력을 넘보는 것 같아 여전히 관객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거대한 활약에 걸맞지 않게 사소한 개인적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영웅의 모습은 가까운 청년의 고민을 듣는 것같아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3억달러의 물량공세 속에서도 섬세한 애정관계, 미성숙한 젊은이의 내적 성장, 젊은이들의 혈기왕성한 인간관계를 조명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은 <스파이더맨 3>는 그래서 역시나 눈과 마음이 함께 즐거운 사려깊은 블럭버스터로 기억될 듯 하다.


(총 0명 참여)
khkyum
역시 그 영화다 보고 싶다   
2007-05-14 18:15
skbfm
돈의 승리   
2007-05-14 06:14
junwoo4040
기대만빵...   
2007-05-13 10:36
sexyori84
내일볼예정이예요^^   
2007-05-11 15:09
kpop20
잘 봤습니다.   
2007-05-10 23:51
time54
잘읽었습니다   
2007-05-09 15:34
aragolas
호오 잘 읽었습니다//   
2007-05-08 03:22
egg2
영웅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니 도와주고 싶네요..   
2007-05-06 01:31
egg2
스파4도 지금 제작중이죠??   
2007-05-03 02:24
robo110
이정도로 써야 리뷰이면서 영화평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읽는 사람들이나 영화를 만든사람들에 대한 예의...)   
2007-05-02 17:49
joynwe
엄청 자세하군...   
2007-05-02 06:17
1


스파이더맨 3(2007, Spider-Man 3)
제작사 :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spiderman3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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