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일차적 사회집단에 소속되게 된다. 이러한 '가족'은 단순히 여러 종류의 사회집단 중 하나의 종류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다른 집단들은 절대로 가지지 못하는 그들만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절대불편의 이치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과 '혈연'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랬던가. 가족이라 함은 이 세상 그 어떠한 집단보다 단단하고 또한 따뜻하다. 나의 어떠한 잘못도 용서를 해주시고, 나의 어떠한 행동에도 이해를 해 주시는... 그것이 '가족'이고 '사랑'이다.
어머니란 이름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나 사랑과 희망이 되는 이름이고, 아버지란 이름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나 용기와 힘이 되는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형, 오빠, 누나, 언니, 그리고 동생... 형제란 이름의 그들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나 정겹고 따뜻한 이름이다. 우리는 그들 모두를 일컬어 '가족'이라 부르며 현재진행형으로 나아간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경석(봉태규 역)'과 '채현(정유미 역)'의 열차 안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남과 여... 이 둘의 만남은 언제나 설레이고 가슴벅찬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은 '가족'의 시작이다.
이야기는 그들을 지나 작은 분식집으로 향한다. 여중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장난 섞인 투정에 못이기는 척 넘어가는 그녀 '미라(문소리 역)'. 그녀는 혼자 작은 분식집에서 일을 하며 5년 넘게 집을 나가 소식이 없는 남동생 '형철(엄태웅 역)'을 기다린다. 그녀의 기다림을 누군가 들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그녀를 찾아온 동생 '형철'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는 '무신(고두심 역)'이란 여자와 함께 나타난다.
어색한 웃음.. 흐르는 적막.. 5년전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형철'의 모습에 누나 '미라'는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다시 장소를 옮겨 이번에는 리얼리스트인 딸 '선경(공효진 역)'과 로맨티스트인 엄마 '매자(김혜옥 역)'에게로 간다.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극현실주의자인 '선경'은 자신이 그토록 믿지 못하는 사랑에 목을 메는 엄마의 모습에 언제나 불만투성이다. 그에 반해 엄마 '매자'는 그러한 자신의 딸을 이해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자석의 N극과 S극 같은 이들 모녀의 모습... 그들 사이에 아픔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가는데...
영화 <가족의 탄생>은 이 시대 붕괴되어만 가는 가족의 모습과 동시에 이러한 가족해체 속에서 우리들이 걸어온 '가족'이란 이름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경석'과 '채현'이 같은 시간, 같은 열차, 같은 칸, 바로 옆자리라는... 수학에서 말하는 통계라는 학문적 지식을 이용한다면 이 둘의 만남은 그야말로 '우연'이고 '인연'이다. 이렇듯 가족의 시작은 단순한 확률적 의미에서의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확률적 의미에 사랑이라는 이름이 더해진 '인연'이라는 의미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계속되는 한 언제나 현재 진행형으로 가족이란 이름과 함께 달리게 된다. '미라'가 철없는 동생 '형철'을 미워하면서도 계속해서 기다리는 것 처럼... 사랑을 믿지 않는 '선경'이 바보스러운 엄마의 행동에 짜증과 화를 내면서도 계속해서 그녀에 대한 관심과 정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가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영화의 구성처럼... 가족에게 있어서 사랑은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시간들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가장 절대적인 존재이자 불변의 존재는 아닐까.
이로써 <가족의 탄생>은 가족이란 이름의 집단이 어떻게 사작되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이것을 '가족의 탄생'이라 결론짓는다.
하루에도 수십쌍의 커플들이 헤어지도 만나고 이혼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하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영화.
<가족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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