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스스로 뿔을 깎다...
1944년, 2차대전에서의 패망을 예감한 나치는 흑마술을 이용하여 전세를 역전시키려 지옥의 문을 열려고 하지만, 그 순간 급습한 연합군에 의해 간신히 지옥의 문은 다시 닫힌다. 지옥의 문이 잠깐 열린 사이 인간 세계로 나온 악마 소년, 헬보이는 초자연 현상의 권위자인 브롬 박사가 아들처럼 키운다.
그로부터 60년 뒤, 비밀 조직인 ‘초자연현상 조사 처리국’의 주요 요원으로 활동 중인 헬보이는 악마이면서 괴물을 처리하는 아이러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느 날 맨해튼 박물관에 끔찍한 괴물 사마엘이 등장하고 헬보이는 격렬한 사투 끝에 사마엘을 처치하는데, 브룸 박사는 이 사건의 배후에 오래 전 지옥문을 열었던 러시아 흑마술사 라스푸틴이 있음을 알게 된다. 라스푸틴 일당이 노리는 건 헬보이의 힘을 이용해 지옥문을 열고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헬보이와 그의 동료들인 양서류 인간 에이브 사피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리즈(셀마 블레어), FBI 요원 마이어스(루퍼트 에반스) 등은 가공할 악의 세력에 맞설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이 작품에서 가장 주되게 다가오는 부분은 어둠의 영웅, 다크 히어로, 안티 히어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일 것이다. ‘어둠에는 어둠으로, 악에는 악으로, 힘에는 힘으로’의 가장 확실한 캐릭터인 헬보이는 스스로 뿔을 자르며 악마의 본성을 억누르고 있는 반영웅으로 괴물과 맞서 싸우는 자신이 사실은 괴물이고, 결국엔 자신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괴로움에 계속 처하는데, 어쩌면 이런 괴로움이야 말로 가장 인간적인 고뇌로 보인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주연인 헬보이를 맡은 Ron Perlman인데, 우스개 소리로 분장을 별로 안 하고도 그런 얼굴이 가능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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