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맨' 이 붙으면 의례 아이들이나 볼 SF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생각은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에 있는듯 하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SF 가 굉장히 이질적이고 생소하다.
하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에 대해 관심이 높은 미국사람들에게 이런 공상과학영화들은 그리 낯설지 않은듯 하다.
물론, 이 영화역시 동명의 만화가 영화화 된것이기에 굳이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애들이나 보는 만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만화들이 단순히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만이 아니라 세계평화, 자연주의, 휴머니즘등의 형이상학적 소재를 담고 있는 것을 볼때, 단지 원작이 '만화' 라는 데에 대한 편견은 버려야 한다.
어쩌면, 엑스맨 시리즈가 그리 높은 평가를 내릴만한 형이상학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는 없겠지만, 1편과 2편에 이어 3편에 이르러서는 그 맥을 이어오던 한가지 중요한 논점을 제공한다.
그것은, 보통사람과 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여 '초능력자' 들로 표현된다.
(어쩌면, 너무 깊은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보같은지도 모르겠다. 그냥 즐기면 그 뿐인것을..)
초능력자들은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른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능력으로 인해 오만해지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수 조차 없는 능력이다.
살이 맞닿으면 그 사람의 생체에너지를 흡수하여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로그' 라는 이름의 초능력 소녀.
인간은 스킨쉽으로 친밀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로그에게는 그런 행위가 용납되지 않는다.
평생을 남과 피부가 맞닿지 않도록 천으로 몸을 감싸고 살아야 하는 압박감.
결국, 영화의 후반부에 로그는 초능력을 제거하는 치료제(?)를 맞고 남자친구와 포옹을 할 수 있게 된다.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로 대변되는 두가지 집단을 비교해보자.
엑스맨은, 초능력으로 인해 일반사람들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초능력자들을 보듬어주고 정체성을 확립시켜주어 일반사람들과 잘 융화되도록 교육(어쩌면 이것이 세뇌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세뇌일지도 모른다는 단서는 엑스맨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자비에' 교수 의 역할에서 모호해진다.)시키고, 브라더후드는 1,2편에서 엑스맨과 대립구도를 그려온 철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마그네토' 의 가치관처럼, 자신들의 능력을 인간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하며, 그런 자신들을 위협하는 인간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초능력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능력이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임에 우월감 같은것도 느끼지만, 그러한 능력을 두려워 하는 일반인들에게 쉽게 융화되지 못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됨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고립되는 것이다.
그러한 정서적 혼란에서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로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3편에서는(부제 '최후의 전쟁' 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초능력을 잃었던 마그네토의 능력이 되돌아 오는 듯한 장면을 통해 후속편이 나올수 있음을 암시?) 그동안 보여주었던 초능력의 극단을 향해 내 달린다.
흔히 초능력이라 하면 '염력(물체를 움직이는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초능력' 하면 떠오르는 능력이 '염력' 이다.
일부 배우들의 대사에서 '전자기장' 으로 표현하는듯한 대사가 있음을 볼때, 현재 '염력' 을 어떤 전자기적인 원리로 이해하고 있는듯 하다.
지구는 전자기장속에 있기 때문에 전자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면 정말 염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잡설은 그만하고, 2편까지는 진그레이에게 이러한 염력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이번편은 죽었다고 생각했던 진그레이가 되살아오면서 그 능력의 극한치를 보여준다.
영화상에서 초능력자를 1~5등급정도로 구분하고 있는듯 한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그 능력이 강하고 위험함을 표시한다.
철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마그네토나, 자비에 교수등이 대표적인 5등급 초능력자이겠고,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로건)은 3등급정도의 능력에 그치겠지만, 로건의 생체소생능력은 이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만큼 독특한 능력이다.
물속에서 되살아나온 진그레이의 능력은 최강의 5등급이다.
철따위를 움직이는 마그네토의 능력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어쩌면, '신' 이라 불릴만한 경지의 능력.
그러나, 인간에게 이런 엄청난 능력은 역시 감당하기 힘든것일까?
이전에 나온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에서 등장하는 소재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극한의 능력을 가지게된 인간이 '폭주(능력을 감당하지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난폭해지는..)'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초능력자의 폭주에 대해 쉽게 이해하려면, 1988년에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 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진그레이는 천성적으로 두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안정되어 편안한 상태의 진그레이와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순수한 영혼 '피닉스'.
진그레이는 남들과 쉽게 융화할 수 있는 온순한(?) 성격이지만, 그런 성격을 갖기 위한 패널티(?)로 능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억제' 와 '통제' 를 받지 않는 또 다른 인격인 '피닉스' 는 그 능력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이것은 정말 인간들이 상상할수 없는 '신' 의 경지에 다다르는 능력이다.
그러나, 그런 강력한 힘을 가지는 동시에 불안하다.
'불안' 하다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연, '불안하다' 라는 표현이 적절한가.
불안하다라는 표현은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명명되어진 것이다.
'절대 선' 이라는 말이 있듯이 '절대 악' 이라는 말도 있다.
즉, 순수 그 자체이다.
일반인들의 가치관과 기준에서는 그것은 '악함' 이지만, 자연의 법칙속에 사는 동물이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사냥을 하듯이, 동물에게 있어 사냥은 '악함' 도 '선함' 도 아닌, 단지 먹기위한 행위일 뿐이다.
그런 행위를 인간은 자신들의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로 '나쁘다','악하다' 라는 가치관을 세운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절대 악' 이며, 순수 그자체 인 존재가 있을 수 있다.
지극히도 인간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말 일 뿐이다.
진그레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아무생각없이 모든것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여버리는 진그레이-피닉스의 모습은, 마치 팜므파탈(악녀)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폭주한것처럼 비춰질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순수한 그 자체일 뿐이다.
좋고 나쁨을 따질 것이 안되는 순수함이다.
그러나, 엑스맨 시리즈의 대표적인 논쟁거리인 '초능력자와 인간과의 대립구도' 에서 보면, 진그레이-피닉스의 폭주는 분명 '폭주' 인것이 된다.
어느날, 초능력자의 초능력을 없애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 '큐어'가 발견된다.
이 소년 근처에 가면,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능력이 소멸되어 보통인간이 되는 것이다.
물론, 다시 거리를 유지하고 떨어지면 그 능력이 되돌아오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초능력자들의 위험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 소년의 능력을 카피하여 약물을 만들어 낸다.
이 약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만, 사람들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초능력을 인간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자연스런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과, 보통사람과 융화되지 못하는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
정부와 군대는 자신들의 입지를 뒤흔드는 이런 강력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위압감 같은것을 느껴서일까? 이들 초능력자들을 없애고 싶어한다.
영화는 정말 '영화적' 으로 끝을 맺는다.
강력한 염력을 발생시켜 주위의 모든것을 산화시켜버리는 진그레이-피닉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생체소생능력을 가진 로건뿐이다.
어쩌면, 최후의 순간에 사랑하는 여인 진그레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운명의 사나이가 된 것이다.
진그레이는 마지막 순간, 'save me~(날 구해줘)' 라는 대사를 날린다.
이 대사의 의미는, 진그레이가 피닉스가 된순간, 이미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폭주' 상태임을 얘기한다.
뭐, 우선은 두 인격이 존재한다는 설정이기에, 파괴적인 성격의 피닉스가 진그레이의 가치관에서 봣을때는 '폭주' 한것인 셈이지만, 두 인격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면서 그 모습이 피닉스의 모습이라면, 과연 '폭주' 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절대악','순수악' 이라는 논점에 대해서는 '스피시즈' 시리즈를 통해 이해하면 쉬울듯 하다.
여하튼, 그렇게 혼란은 잠재워지고, 동네 말썽꾼 마그네토박사는 초능력을 잃어 요양원에서 체스나 두고 있다.
하지만, 체스 말이 마치 이전에 마그네토가 가졌던 능력이 되돌아 온듯 미세하게 흔들리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 그런데, 이상한점은, 체스 말은 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마그네토 박사에게 염력이 생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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