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내용을 전혀 모른체 보았답니다. 눈이 휙휙 돌아가고, 그래서 금새 내용을 잊어버리는 영화를 보다가 이 영화를 보니 무척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무언가 놀라운 일이 벌어질거야. 긴장하고 있어야 해. 갑자기 빠른 진행의 반전이 이루어질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함께 보던 옆의 두 친구들은 꼬박 졸기도 했지만, 사실 저는 가슴을 졸이면서 영화를 보았답니다.
혹여나 주인공이 잔디깍이를 타고 가다가 첫번째처럼 실패하지는 않을까, 하면서요. 다리를 건넜을 때는 '드디어 해냈어' 하하 웃으며, 옆 친구의 손을 꼬옥 잡았답니다.
주인공이 도중에 차를 태워준다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형이 있는 곳까지 차를 타고 갔다면, 오랫동안 미움을 안고 있었던 형과의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았을테죠. 세월을 머금고 있는 그 주인공의 파란 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갈등의 풀림을 한번 느껴봤으면 해요.
그리고 그 주인공 할아버지, 늘 조연을 맡아오다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게 되었답니다. 더욱 슬픈건 암과의 투병중이였고, 영화를 끝낸 후 자살했다는 거지요. 가장 행복한 때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