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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의 영화감상평 ## 타이타닉
excoco 2007-04-14 오후 10:32:54 2300   [5]

지난달 '007네버다이'영화를 보면서 '타이타닉'의 광고화면을
본적이 있었다.
그땐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의 개봉과 함께
외화유출에 관계된 여러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망발("일본여자들은 깨끗해서 좋은데, 한국
여자들은 지저분해서 싫다.. 한국사람들이 내가 나온 영화를
본다는것도 싫다.")도 때맞춰 보도가 됨에 따라 사람들의
소비욕구가 약간 위축되는 감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대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라기공원'과 'ET'의 흥행수익을 웃도는
획기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만도 IMF시대에
개봉첫주 전회매진이라는 기현상을 낳았다.

UIP직배라 수익금의 40%라는 국민의 눈물배인 돈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억측으로 난 영화를 보지 말까도
생각했었다. 관객이 50만이 넘으면 사연이 많았던 금모으기
운동이 모두 허사가 된다는 얘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에 이미 150만 관객이 예약을 했다.
이렇게 발끈한 애국심에도 불구하고 화재의 영화 답게
약간의 광고화면 만으로도 '타이타닉'은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영화를 본 친구들의 찬사로 난 홀린듯
극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실은 난 요즘 조금 피곤하다. 아직 적응이 덜된 직장을
다니는 첫주라서 일까.. 하는일도 별로 없으면서 집에만 가면
골아 떨어져 잠자기 바쁘다. 그런 내가 3시간짜리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우도 잠시. 영화의 시작과 함께 졸음이며 피곤은
어디론가 말끔히 사라지고 난 87년전 '꿈의 배, 타이타닉호'
에 승선한다.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들과 함께..

무엇보다도 놀란것은 영화의 엄청난 규모이다.
그 제작비란것을 구지 수치로 말하지 않아도 어마어마
하다는걸 한눈에 알 수 있다. (제작비도 보여요~)
돈만 많이 들인것이 아니라, 공도 만만치가 않다.
캐스팅, 연출력, 내용, 구성, 그래픽, 음악, 카메라기술,
조명, 의상, 소품, 영화의 오락성뿐 아니라 감동과
메세지까지 놓치지 않는 치밀함에 '대한국인'의 자존심도
버리고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정도다.

'흠 잡을데가 없다'라는 말은 내가 하는 최대의 찬사다.
나는 이말을 영화 '타이타닉'을 평가하는데 쓰고싶다.

"UIP직배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볼건 봐야한다구!"
내 친구가 이렇게 주장할땐, 배알도 자존심도 없는 그 친구를
내심 비난했었다. 외국의 좋은영화가 흥행하는것은
한국영화계에도 자극을 주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게
한다고 친구는 끝까지 영화를 봐야 한다며 날 극장으로 끌고
갔지만, 글쎄.. 과연 한국방화가 '타이타닉'정도의 작품을
만들려면 도대체 더이상 얼마의 외화를 '경쟁력'을 키우는데
써야 하는걸까?
그저 앞이 캄캄할 뿐이다...쩝..

영화가 끝나고 나서의 첫느낌은 "어, 벌써 끝났어?" 였다.
그만큼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잠시 잠깐의
'딴생각'이란걸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하기야 순간순간
그렇게 멋진 장면들이 펼쳐지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찌 집중력을 흐릴 수 있겠는가?

이 영화를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전형적인 재난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터미네이터','트루라이즈'등의 액션물로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룬감독이 드디어 일이 치뤄서 작품을
완성했다. 물론 영화 '타이타닉'은 커다란 호화 유람선에
탔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배가 빙산에 부딪혀
비참하게 침몰한다는 재난영화인것은 사실이다.
그 엄청나게 큰 배가 조각이 나면서 배에 물이 차오르고,
구명보트는 승객인원의 반도 수용할 수 없고,
사람들은 궁지에 몰린 쥐들처럼 난리가 나고,
차디찬 바다로 뛰어들고..
그 중에서도 운명의 받아 들이는 처연한 사람들.. 마지막
성사를 주시는 신부님, 옛날 이야기를 해주며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어머니, 그 북새통에서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는
악사들, 선실의 침대에서 서로를 꼭 껴안아 주는 노부부,
부주의 했던 자신의 항해를 참회하며 끝까지 키를 잡고 있던
선장님,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로즈에게 주었던 배의
설계사.. 이들에게 물의 처형이 내려질땐 마치 하늘의 재앙을
받고 있는듯 했다.
자신만만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심판이었을까?
정말 실감나는 난파장면이었고, 그 거대한 스케일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것은 그 와중에서도
서로를 아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인것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적인 재난영화라기보다는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랑영화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2억 8,700만불이라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 최고 기록의
흥행수입, 전 세계의 화재와 관심, 최다 OST음반 판매량,
등등의 이 모든 기록과 사람들의 찬사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영화다.

외화를 보는것은 매국이 아니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것이 매국이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무조건 외화를 배척하는것은 국수주의이며
실로 도퇴되는 길인것이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만큼 투자를 하지
못한다. 오락산업을 천대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협소성으로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운명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투자액과 영화의 스케일에 승부를
건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을 개발해야 하는것이다.

홍콩의 '중경삼림'같은 경우는 저예산 영화였고 제작 기간도
짧았지만 가위 훌륭한 영화라고 평가 받는다. 왕가위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아니었다면 정말 보잘것 없는 영화가
되었을것이다.
과연 우리영화는 어떤 독특함과 특기를 개발해야 하는걸까?
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건 잘 모른다.
하지만 길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 우리는 충분한 가능성과
자질을 갖춘 민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2,400원 어치의 아까운 외화를 낭비 했으니,
이제 그 이상 벌어들일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타이타닉'의 감동과 그 문화적 자극으로
또 다른 형태의 재창조를 해야 할것이다.


(총 0명 참여)
kyikyiyi
타이타닉 좋아   
2007-04-15 02:59
1


타이타닉(1997, Tit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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