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의 힘과 여성 연대....
우선 이 영화에 나오는 남성들을 보자. 놈팽이거나, 생활 능력이 없거나, 심지어 친딸이든 의붓딸이든 딸에게 욕정을 품는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뿐이다. 아니면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거나. 그러나 여성들은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며, 도움을 준다. 어두운 강가에 냉장고를 묻는 일을 도와주면서도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오래 전에 부모를 산불 화재로 잃고 고향을 떠나 마드리드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자매 라이문다와 쏠레. 라이문다는 놈팽이 같은 남편과 딸 파울라를 부양하며 산다. 어느날 의붓딸 파울라를 겁탈하려다 되려 칼에 찔려 사망한 남편의 시체를 보는 라이문다의 표정이 심상찮다. 한참 시체를 치우는 도중에 홀로 무허가 미용실을 하며 살고 있는 쏠레에게 고향에 있는 파울라 이모의 사망소식을 듣지만 도저히 갈 형편이 못된다.
홀로 이모의 장례식에 참석한 쏠레는 언뜻 어머니를 본듯하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어머니의 유령이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를듣고 자신도 유령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머니 유령은 승용차 트렁크에 타고 마드리드까지 따라 온다. 유령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죽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없는 어머니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지만, 살아 생전(?)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라이문다에게는 일단 비밀로 한다.
라이문다는 남편의 시체를 주인이 팔려고 내놓은 인근 식당의 냉장고에 일단 보관하고, 마침 찾아온 영화 촬영팀을 위해 식당을 잠시 운영하게 된다. 어느날 라이문다는 암에 걸려 마드리드 병원에 입원한 고향 친구 아구스티나의 병문안을 갔다가 이상한 얘기를 듣는다. 라이문다 아버지와 자기 어머니는 바람을 피는 사이였고, 그걸 라이문다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라이문다 어머니가 나타나걸랑 어머니가 산불로 사망한 당일 실종된 자신의 어머니 행적을 물어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라이문다는 아구스티나가 병에 걸려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쏠레 집에 살고 있는 어머니의 실체를 확인하고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라이문다는 어머니에게 왜 어머니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끔찍했던 과거를 얘기하고 그 사실을 몰랐던 어머니가 야속했다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딸의 상처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고향을 떠나간 딸을 이해했던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사망한 어머니가 다시 돌아온 것은 딸을 위해서도 아니고 어머니 자신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건 원수같은 여자가 낳은 딸의 외로울 마지막을 함께 해주기 위해서였다.
아... 원수의 딸마저도 감싸주는 어머니의 넉넉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