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비포 선셋"이라는 전편 영화 그 후 10년 뒤(!?)의 재회에 대한 영화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
물론 DVD방에는 두 영화가 얼마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나란히 꽂혀 있었는데..
겉 표지를 봐도 별로 얼굴변화가 업는 두 주인공 때문에
어느 영화가 시기적으로 먼저인지 확인한 후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야 유명하니 생략하고..
정말 배낭여행에서 이런 추억 하나 생긴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나는 여자니까 독일쪽을 여행가면서 후리후리하고 차분하면서도 조각같은 독일계 남자와 추억이라도?
그러려면 영어를 엄청 잘해야 되겠지만
암튼 이 두 젊은이가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수준이 왠만한 철학자의 사색을 넘어서는 것 같았다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이라면 모름기지 저 정도의 대화는 나눌 수 있어야 되는 건가?
보는내내 주눅이 들었지만 밝고 명쾌하고 뒤끝없는(!?) 두 젊은이로 인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있는데..
남주인공 제시는 자신이 항상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되지 못하는 13살 소년같다고 한 대목..
그리고 여주인공 셀린이 자신의 인생은 침대에 누워 젊은 시절을 반추하는 노파의 추억같다고 한 대목
그 두 대목이었다 아마 둘이 성당에 가서 대화를 나누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나는 물론(!?) 내가 주인공 제시같이 아직 10살도 안 된 소녀의 천진함과 치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셀린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셀린은 프랑스사람이었지만 미국인 제시와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닫혀(!)있지는 않았다
적당히 보편적이고 적당히 온실속의 화초에서 잘 자란 듯한..
그러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나름 회의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그건 제시도 마찬가지였지만 미국인과 유럽인이라는 차이가 그 둘에게도 나타나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만(!?)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데..
왜 셀린만 영어를 해야 되었었냐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토론에 가까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셀린이 그 정도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제시의 표현대로 supersmart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제시가 자신의 생각을 몇 마디는 불어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둘이 하룻밤을 돌아다니는 곳이 오스트리아 빈이어서 그 곳의 풍물이 잘 나타나고 있다
고풍스러운면서도 깨끗한 독일계 국가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연극공연을 안내해줬던 두 오스트리아 청년을 묘사하는 대목선 슬며시 웃음도 났다
내가 보고 느낀 독일계 국가가 그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둘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성인답지 못하고 어차피 한 두번의 연락을 그칠 것이기에 "우울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 둘은 막연히 6개월 뒤를 기약하고 헤어진다
하지만 6개월 뒤에 만나지 못하고 10년뒤에 만났던 것일까?
너무 괜찮은 영화였고 이어서 이미 봤지만 왠지 "연인"을 이어서 보고 싶었는데..
그냥 집에 돌아왔다
다음엔 꼭 그 영화를 봐야겠다..
아 이 영화는 6천원에 봤다 값이 내렸다고 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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