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정을 이끄는 아버지들의 얼굴에 특별한 직업을 달고 나온
배우 송강호, 40대의 피곤한 가장인 강인구로서 분투하는 그의 역활은
들개파 보스의 오른팔격인 위치에 서 열심히 본연의 조폭일을 해나가면서
안으로는 아내 허미령(박지영)과 캐나다로 유학간 아들의 생활비, 학비등의
비용, 그리고 딸의 양육비를 모두 어깨에 짊어진 피곤한 가장이다. 영화속
강인구의 모습, 조직의 간부쯤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스타일리쉬한
멋인 카리스마가 드러날 만도 한데 조폭속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가장으로
서의 그의 모습에 포커스는 참 인간적인 냄새가 풍겨서 좋다. 다른 조폭
소재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과장된 액션과 무협영화를 방불케하는 칼부림이
없는 영화, 이 영화의 초점이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강인구라는 인물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10분안에 알아낼수 있다. 영화 오프닝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강인구, 그는 일의 피곤함에 쩔어 도로 한가운데에서 정지신호를
받고 차를 세운 찰나에 열심히 졸고 있다. 처음 강인구를 볼때 느껴지는
것은 세상에 가정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니시는 워커홀릭의 아버지들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도 제대로 못하며 땀만 흘리며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자화상을 단 1분만에 조명하게 해주는 오프닝은 나에게는 참 인상적
이었다. 잠에서 깬 강인구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차를
몰고, 소위 '아우' 들로 불리는 하수 두명과 함께 조폭의 역활에 몰입한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전까지 뇌리를 맴도는 강인구가
도망가는 먹잇감과 쫓는 두명의 '아우' 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는 대사...
'참, 아름답네! 아름다워...'
결코 우아하지 못한 세계에 몸을 담근채 살아가는 가장인 강인구의 삶은
전과로 얼룩져 있다. 그나마 자신이 의지하던 아내 미령과 딸 희순(김소은)
이 점점 그에게 등을 돌린다. 희순은 아버지가 사람을 때리는 광경을 목도한
뒤 쇼크를 받아 점점 삐뚤어져 가며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경멸을 자신의
다이어리에 기록해 둔다. 미령은 인구가 조폭일을 그만두고 새 삶을 찾기를
바라지만 결코 정상적인 아버지의 직업을 가지지 못한채 10년째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인구를 믿지 못하고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친정으로 향한다. 희순의
변화에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간 강인구가 보여주는 행동은 아버지로서 희순을
위해 무언가 해줄려는 마음을 표현하려 담임선생님에게 엉뚱한 티켓을 건네는
행동을 보여준다. 아버지로서 딸이 학교에서 좀더 관심받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인구식 표현이다. 하지만 딸은 그런 아버지의
폭력적 행동을 목도한 탓에 조폭에 대한 경멸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함께 곂쳐져 상식없는 행동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뿐이다.
단지 직업적인 영향과 얉은 지식으로 보여주었지만 자식을 위해 한 행동인
것을 인구의 아내도, 그의 딸도 이해할수 없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문제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조폭으로서 더욱
부각되는 과로에 찌들은 40대의 피곤한 모습이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
등장한다. 25층 건물을 올라갈때의 인구의 모습, 칼 맞기를 두려워하며
항상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그가 조폭에 계속 몸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영화속에 있다. 그는 가족을 위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딸에게 줄 전망좋은 방을 보며 기뻐한다. 가족을 위한 가장으로서
의 역활을 다하려는 그의 책임감이 결코 그가 그 일을 그만둘수 없게
만드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아내 미령은 인구의 돈을 마음 편하게 써 본적
없다고 하지만 그 돈이 없었다면 희순과 흰순의 오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당히 넌센스하면서 아이러니한 설정을 보여준다. 인구는
가정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데 그 희생의 결과물인 금전의 혜택을 받아가는
가족들은 인구를 비난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가장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부분이 참 가슴
시리도록 외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인구의 죽마고우이자 상대파인
자갈치파의 간부인 현수(오달수)와의 관계와 자신의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보스와의 관계의 넌센스적인 변천사와 속사정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수 있다. 어려울때 등돌리는
친구와 결국 크나큰 은혜보다는 자신의 목숨에 집착하게 되는 모습...
(>>어쩌면 가족의 생계를 위한 마음이 앞섰다는 표현의 강조라는 생각이 든다.)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정말 우아하지 못한 세상의 모습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가족과의 우아한 삶을 꿈꾸던 인구의
삶에 마침표를 끊어주듯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에 인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도 결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넌센스 적인
'기러기 아빠' 의 모습과 가장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상을
디테일하게 조명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조폭이라는 소재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한층 더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조명한
영화로 참 담백하게 현대사회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 28일 시사회를 보고 난 후의 감상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