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반대의 타입이 이끌린다고들 말한지만, 결혼만은 비슷한 사람과 하라고들 말한다. 기나긴 삶을 같이 할 사람이기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편안하기 때문일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답을 발견한 적은 없지만 주변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말인 듯 싶다. 그런 면에서 키티와 월터는 힘들어 보였다. 사교계의 파티장에서 한눈에 반해 결혼까지 순조롭게 이어진 커플이라니. 동화속 커플처럼 행복한 사랑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할까...? 결국 한꺼풀 벗겨진 그 곳에 존재하는 진실은 부모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젊은 여성의 도피심밖에는...
월터, 그의 말처럼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줄 알면서도 언젠가는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예상따위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면 그는 좀 더 행복했을텐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슐리처럼 자신과 다른 타입의 여성인 스칼렛의 사랑을 포기할 줄 아는 성숙한(!) 생각을 가졌더라면...월터의 삶이 조금 더 자유로웠을텐데... 그러나 사랑은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랄까...? 나와 다른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키티를 향하는 월터의 사랑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현미경 아래 미생물처럼 키티를 <가지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말하지 않은 사랑을 배반한 키티를 좀 더 강력하게(!) 소유하기 위해 중국으로 옮겨갔는지도...!
아름답고 명랑하지만 이기적인 키티, 욕망과 허영이 강한 그녀를 알아볼 지성을 갖춘 월터라면 좀 더 성숙했어야 한다. 월터, 당신의 지성이 당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키티에게 얼마나 버거운 짐인지... 당신의 말하지 않는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벽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아는지...
" 나는 당신에 대한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목적과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기뻐하는 것에 나도 기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무지하지 않다는 걸, 천박하지 않다는 걸, 남의 험담을 일삼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야.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을 먹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랑에 보답받지 못하면 불만을 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어.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길 기대하지도 않았고 당신이 그래야 할 어떤 이유도 찾지 않았어. 내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으니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때때로 당신이 나로 인해 행복하거나 당신에게서 유쾌한 애정의 눈빛을 느꼈을때 황홀했어. 나는 내 사랑으로 당신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내 애정에 참을성을 잃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이는지 언제나 조심했어. 대부분의 남편들이 권리로 여기는 걸 나는 호의로 받아들였어."
영화속 짧은 대사보다 소설에서 두페이지에 걸쳐 세세하게 그려지는 이 부분에서 윌터에 대한 애처로움이 배가된다. 에너지 넘치는 화려한 그녀의 사랑은 세심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을.. 멜라니를 선택한 애슐리처럼 현명하게 판단하였다면 좋았을 것을... 결국 죽음이라는 차가운 보복을 가하는 윌터 그의 사랑이 에드워드 노튼의 눈빛과 함께 슬프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