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박수칠때 떠나라> 의 장진감독, 영화계에서 보다 연극계에서 이미
명성을 휘날린 독특한 시각을 지닌 그의 시선이 비판적인 시각의 화살표를 한
몸에 받아낼 '조폭' 과 '의리', '우정' 과 '배신' 의 단어가 뒤죽박죽된 한 편의
시나리오를 들고 나왔다. 장진감독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오감이 어떻게 발휘되
었고 살피기 보다는 순수 영화에 집중하는게 더 바람직한게 이 영화의 실체다.
다른 조폭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친구사이의 의리와 조폭세계의 배신과 갈등등
구도는 지금까지 계보로 보여주었던 한국 조폭 영화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두말할 필요없을 듯 하다. 호남지역을 휩쓰는 손보다 발빠른 칼잡이인
동치성(정재영)은 비열하고 냉혹하며 이익을 위해서는 부하들의 목을 비트는
것도 서슴없이 지시하는 보스 김영희(민지환)의 왼팔이다. 김영희의 오른팔인
다소 깔끔한 느낌의 스타일로 등장하는 김주중(정준호)은 동치성과는 죽마고우
이다. 그리고 김영희는 과거에 지시한 일로 감옥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사형수
정순탄(류승룡)은 조직에서 이미 죽은 줄 안 상태로 보스의 명령으로 칼을
박은 동치성이 7년형으로 선고받은 상태로 재회를 맞이한다. 정순탄과 동치성,
김주중은 어릴적 함께 어울렸던 절친한 친구들로 끈끈한 의리를 자랑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같은 조직에 몸담고서 조직의 생리상 일어나는 '토사구팽' 의
공식과 '약육강식' 의 법칙에 충실해야 되는 바깥세상의 김주중과 감옥안에서
조직에 충성한 자신을 배신한 조직에 분노하며 이빨을 드러내려는 동치성과
정순탄의 피할수 없는 충돌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게 된다. 영화의 스토리는
보면서 어렴풋이 짐작가능할 정도로 단순한 구도의 맥락을 달려주고 있다.
장진감독 특유의 던지는 말 한마디식 유머의 해학은 살아있지만 조폭영화에서
감동적 의미와 독특한 해석을 끌어내기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인다.
비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미국의 국민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쓰러져 있다> -中-
오프닝에서 인용하는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강렬한 사내들의 질곡
어린 삶의 굴레를 던지는 떡밥같은 의미로 생각되고 어린시절의 치성과 순탄,
주중이라는 캐릭터를 구속한 조폭사회에서 서로의 등을 찌르는 비수같은
음모와 배신의 끈을 끊어버리고 진정한 의리와 우정을 드러내는 치성과 주중의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중간에 인용한 패러디식 부분과
황당해 보이는 몸으로 부딪히는 슬랩스틱적 리드미컬하면서 황당하게 만드는
코미디를 넌지시 돌아보니 재미난 비유가 가능했다. 총알은 바람이었고,
비행기는 비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총알은 주중이 치성을
생각하는 마음이고 비행기는 그의 염원을 실어 비행긱처럼 자유롭게 해방되어
나가고자 하는 치성을 탈옥에 성공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소를 제공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장진감독의 비유적 표현이라면 충분히 그런 예상구도가 가능해 진다.
주중이 치성을 생각하는 마음과 치성이 주중을 생각하는 마음이 죽마고우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정도로 영화상 마주치는 횟수가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장진감독이 조폭영화을 그릇으로
삼아 영화를 담아낸것은 조폭영화의 세계같은 야비한 어둠의 약육강식세계에서
결코 무너트리지 못하는 진정한 사나이의 의리와 우정을 담아내고자 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마음이 이어져 만들어 낸 것이 속박에서 잠시 자유를
만끽하는 탈옥수들의 모습에서 보여주는 진정한 거룩한 계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긴 힘든 면이 많았지만
조폭소재의 영화에서도 장진감독의 시선을 찾아볼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액션, 느와르적 요소도 어느정도 섞여있지만 중요한 건 말하고자
하는 장진감독의 시각적인 사나이의 의리와 우정을 명확하게 드러낼수 있는
요소가 좋은 여운을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