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슈마허 감독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서 <숫자 23> 에 관련된
감탄스러울 정도의 조합성을 가진 이 숫자를 통해 표현되는 다양한 종교,
문화, 과학, 역사, 스포츠등 에서 이채로울 만한 사실을 넌센스적으로
혹은 기괴할 정도의 맞아떨어지는 상황으로 보는 이의 혼란을 조성한다.
인간의 체세포는 23쌍의 염색체로 구성되며 23번째 염색체가 인간의
성별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라는 사실, 역대 템플기사단의 기사단장의
숫자가 23명인 점, 그리고 타이타닉호의 침몰 날짜인 1912년 4월 15일
로 도합 23의 숫자가 나온다. 생 텍쥐베리의 23세의 사고와 체 게베라의
23세에서의 남미 대륙 여행, 줄리어스 시저가 23번 칼에 찔려 암살된
사건, 주로 테러날짜의 도합이 23인점, 인간의 바이오리듬의 주기가
23일인 점과 적혈구가 인간의 몸을 순환하는 시간 23초, 우주 중심
축을 이루는 북극성의 주파수와 파동이 23인점, 마야의 달력이
2012년 12월 23일을 지구의 종말로 예언한 것, 세익스피어의 출생과
사망일이 4월 23일인 점,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각각 23도 27분인 점
등등 숫자 23에 대한 법칙은 무한의 뫼비우스띠처럼 열거할수 없을 만치
많이 인간의 문명속에 등장한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 생활을 지배할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듯한 숫자의 조합, 바로 그것에 이 영화가
지배하는 절대적인 함정이 있다. 영화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숫자23의
법칙, 그 숫자의 법칙에 지배당하면서 저주의 23이라고 악마의 0. 666
의 유혹에 빠져들고 마는 남자 월터 스패로우(짐캐리), 야생동물 보호소의
요원인 그의 삶을 한 순간에 바꾸어 놓은 '네드' 라는 개와의 만남,
주목할것은 영화상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는 숫자 23의 법칙은 우연처럼
반복된다는 것이다. 생일과 맞물리며 네드에게 한번 물린채 분노를
삭이는 월터, 그 일로 월터는 아내와의 약속에 늦고, 아내 아가사
스패로우(버지니아 매드슨)이 발견한 책 <넘버 23> 을 선물로 받는다.
운명처럼 그에게 접근한 책인 <넘버23> 은 자신의 생일파티로 아내의
친구들을 만나 정작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월터에게 유혹적인 흡입력에
끌려 책을 들고 만다. 챕터 1... 그리고 월터의 삶은 숫자 23에 지배당하고
만다. 자신의 태어난 시간, 아내와 만난 날짜, 처음 만난 날등 모든 것을
지배하는 23이라는 숫자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그리고
전개되는 2중구조는 반전적 구성의 선이 되는 책을 매개체로 음울한 분위기와
어딘지 광적인 이미지를 간직한 핑거링 형사의 짐캐리와 <팜므파탈> 악마적
매력을 지닌채 핑거링 형사의 삶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브리지아의
버지니아 매드슨을 만난다. 소설과 현실속의 삶을 지배하는 숫자23의 광기에
편집증증세와 정신분열증적 압박을 보이는 광기에 휩싸일 정도의 혼란을
느끼는 월터의 삶은 어느 시점에서 소설과의 피할수 없는 과거와 직면한게
된다. 솔직히 밀고 당기는 그리고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서스펜스를 무기로 하는 스릴러는 아니다. 하지만 23이라는 숫자가 지배하는
영화는 우연을 매개체로 영화를 감상하는 나에게 조차 숫자23의 법칙을
적용시키려 하는 색다른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그것은 영화속 짐 캐리의
섬뜻할 정도의 연기변신을 보이는 장면 하나, 하나에서 느껴진다. 진지한
스릴러 영화로 탈바꿈한 숫자23에 집착하는 그의 시선과 몸짓을 거부할수
없었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내레이션...
/////////////////////////////////////////////////////////////////
세상에 운명 같은 건 없다. 단지 선택이 있을 뿐. 어떤 선택은 쉽다.
........
'그래서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왜냐하면 시간은 의미를 가진
숫자가 붙은 죽음의 체계일 뿐이니까. 그렇지 않나?'
/////////////////////////////////////////////////////////////////
-월터/핑거링의 내레이션中-
마치 최면에 암시에 걸린 사람처럼 숫자 23의 법칙에서 깨어나게 만드는
월터의 주문과 겹쳐지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2' 와 '3' 을 향하고 있다.
벗어날수 없는 그물처럼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하지만 결말적 요소로는
그만한 서스펜스와 스릴의 여운을 풀기에는 아쉬울 정도의 공배감을 남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일련의 모습과 숫자23의 법칙이 제시하는
아포페니아(Apophenia)의 개념을 뚜렷하게 살펴볼수 있다. 아포페니아란
서로 연관성없는 사실에서 연관성을 찾으려하는 개념을 뜻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숫자 23뿐만 아니라 다른 숫자와 심지어 단어나 문자에서도
찾을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사람이 가지는 무의식에 잠재된
내면의 집착의 욕망이 형상화 되어 통제 불능한 집착의 괴물에게 삼켜져
버리게 되는 탓일 것이다. 그런 숫자의 연계를 보면서 무언가 애를 쓰고
찾듯이 반드시 그럴것이라 정의하게 만드는 광기는 인간의 이성이 사라진
동물적인 집착성은 인간이 이성을 벗어나 통제할수 없는 정신적인 혼란의
늪에 빠지게 되면 돌이킬수 없는 악마적 동물로 변해버릴수 있는 무서운
경고장처럼 보인다. 일본영화중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속에서 가슴속을 찡하게 울린 우애수의
개념과 박사의 수식을 사랑하는 방식, <넘버23> 에서 보이는 광기어린
숫자의 집착을 보이는 월터의 집착적인 광기가 종이 한장 차이의 생각의
전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규명할수 없는 숫자의 조합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하고자 하는 차이, 그것이 삶을 유익하게 만들고
삶을 광기어리 집착의 늪으로 빠트리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의 사고에
달려 있지 않나하는 명확한 진실하나를 가르쳐준 아쉬움과 한가지
깨달음을 제공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