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예술영화라 심히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재미없는 영화로 알려진 불쌍한 작품!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다른 작품들을 봤다면, 이 작품도 그 수순에 맞는 작품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모레스 페로스'와 '21그램'
이 작품들은 모두가 3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서로 결합된 형태로 흘러간다.
A의 이야기, B의 이야기, 그리고 C의 이야기!
다시 이들을 어떤 상황으로 엮고 그것을 통해 A의 이야기가 B와 관련을 맺고, 또한 C와도 관계를 맺는..
그런 형태로 흘러가니,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면 꽤나 즐거울 것이다.
'바벨'은 그런 점에서 여러 상황들을 여러 국가로 나눈 상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일본에선 농아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가 펼치는 이야기로..
멕시코에선 결혼하는 아들을 보기 위해 자신이 돌보는 미국의 아이들과 함께 내려온 엄마의 이야기로..
모로코에선 총을 두고 펼쳐지는 두 아이와 그것에 우연히 맞게 된 미국인의 이야기로..
다시 모로코 아이들이 지닌 총은 일본에 사는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출발하고,
멕시코의 미국 아이들은 모로코에서 총을 맞은 미국인의 부모로 이어진다.
이 모든 상황을 이어가다보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만들어지니, 그것이 바로 바벨의 전체 이야기이다.
한편,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문화의 차이!
인종간에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무섭게 느껴지며, 심지어는 장애인과의 관계에서도 그것이 드러난다.
한편 화려한 네온사인과 멋진 야경이 주를 이루는 일본의 배경과 사막과 같은 모로코의 배경의 차이!
멕시코에서 펼쳐지는 결혼식의 풍경과 일본 젊은이들이 클럽에서 즐기는 풍경의 차이!
이 모든 것들은 서로를 비교하게끔 만들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결코 차별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문화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것에는 좋고 나쁨의, 우월하고 열등함의 차별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몽땅 뭉개버린다.
문화에는 차이뿐만이 아니라 차별도 존재하며, 반대로 인간에게도 차별이 존재한다.
그리고 부조리라는 것이 그들을 결코 평등하게 두지 못한다.
경찰은 인정을 베풀기보다는 잘잘못에만 급급해서 그들을 범인으로 몰아가기에만 열중하고,
죽어가는 사람보다는 자신들의 안전이 중요한 미국(서양)인들은 그들을 버리고 떠난다.
이 모든 부조리들을 비극으로 이어가며 보여주고 있으니..
이 감독! 참.. 대단하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약간의 희망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마치 자살을 예고했던 추락의 경고는 무시한 채, 결국 아버지와의 화해로 이어지며..
허나, 어찌할고! 그것은 판도라의 상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빈 껍데기에 불과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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