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루누이를 만난 것은 2004년 겨울, 작은 방안에서 몇 번이고 책을 다시 읽어가면서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 보냈다. 같이 향을 느끼고 새로운 발견에 행복해 하며 청정함을 찾아 함께 험한 산자락을 헤메고 다녔다. 그리고 얼마 전, 잊고 살았던 그를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그에게 홀딱 빠져버리게 만드는 인향(人香)을 아직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속의 그루누이를 보면서 몇가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책 한권을 빠짐없이 영화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
그의 엄청난 후각신경을 시각화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개개인의 머리 속 그루누이를 모두 만족 시킬 수 없다는 것.
영화가 원작보다 못하다는 것은 상상력의 차이가 만들어 낸 말이라고 곱씹으며 최대한 실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감상을 했으나 그에 대한 기대는 너무 컸다. 워낙 소설의 구성이 탄탄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엉성해지는 부분들이 살짝 눈에 들어왔고 그의 삶의 한 부분을 스킵해버리는 부분은 그저 내 머리 속에서 부지런히 구성되어졌다. 그러나 영화 속의 그루누이에게 실망하지 않는다. 이미 그의 향을 맡아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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