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게 바라는 것 : 두 번째 만남. 그리고, ...
지난 일본 영화제에서 한 번 본 영화이건만, 새로이 한 번 더 영화관에서 보게 된 영화
STORY
가족과 고향을 버리고 도쿄에서 한때나마 성공했던 마나부는 사업 실패로 인해 그만 파산에 이른다.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나섰던 길의 종착점에 그가 찾은 곳은 반에이 경마장이다. 그 곳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말인 운류에게 자신의 모든 돈을 걸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만다.
그 후, 마나부는 형인 타케오가 있는 마사로 찾아가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다. 그 곳에는 지난 번에 돈을 몽땅 걸었다 날리게 만든 반에이 경주마인 운류와 다시금 조우하게 된다. 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기수인 마키에와의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나부는 자신을 찾아 도쿄에서온 친구마저 의절한 채 지난 화려했던 과거와의 인연을 끊고 담을 쌓는다.
타케오에게 갑작스레 나타난 마나부를 보며 형인 타케오는 동생인 마나부를 불신하고, 동생인 마나부는 형인 타케오를 불신한다.
마나부는 마사 일을 하면서 운류를 담당하게 된다. 그는 운류를 통해 자신에게서 잊혀져있던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또한, 운류 역시 잊혀져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다시금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마나부의 행동에 형인 타케오와 그의 동료들도 서서히 그를 향해 닫혀있던 마음을 서서히 열기 시작한다.
운류와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서도 뭔가 뜨거운 것이 있음을 알게되는 마나부.
그는 과연 이 마사를 벗어나 다시 한 번 날 수 있을 것인가.
눈에게 바라는 것의 볼거리
-가족 이야기이자, 소통을 다룬 이야기
주인공인 마나부는 자신의 사업 실패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고선 형이 있는 마사로 와서 형의 권유에 말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함께 일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형의 모습과 그리고, 자신이 버려왔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엔 자신에게 있어 버렸던 것들이 실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끊어져있던 가족의 끈과 형제의 끈이 연결되어 아픈 과거를 훌훌 털고 앞을 향해 살아 나가는 힘이 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타케오와 마나부가 한 가족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소통이 단절된 모습에서 소통이 이어짐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영화는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서 인상깊게 남는다.
-반에이 경마 속에 보여지는 인생사: 운류와 마나부, 그리고, 마키에
반에이 경마에 나오는 경주마는 1년에 상금이 100만엔을 넘지 못하면 말고기 신세가 되고 만다. 경주마인 운류가 바로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마나부 역시 회사가 파산하고 아내, 친구, 돈, 명예가 모두 잃은 상태이다.
마키에 역시 기수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고 좌절하던 중인만큼 그들과 전혀 다를바 없는 신세이다.
이들은 각기 말과 사람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동일하다. 그리고, 그들이 모든 것을 건 곳은 바로 반에이 경마이다.
반에이 경마를 보면 2번의 장애물을 넘고 난 뒤, 비로소 결승점을 도달하는 경마 경기로 일반적인 경마 경기와는 다르다. 이 영화에서의 반에이 경마는 바로 그 자체가 바로 인생의 축소판과 다를 바 없다.
승자만이 인정받고 대우받는 세계는 경마장이나, 사회나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했기에 운류와 마나부는 너무나 비슷해 마음이 잘 통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앞서 말한 운류, 마나부, 마키에의 모습은 인생에서 한 번의 시련을 맞이한 이들이다. 그들은 모두 승자가 아닌 패자의 모습과 별반 다를바 없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온 힘을 쏟는다.
승자만 인정되는 게 세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승부가 다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고개에서 패했다고 해도 아직 결승점은 있고, 그들에게 또 하나의 시련을 넘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합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마지막까지 도전해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다.
눈에게 바라는 것의 아쉬움
-조용하게 보여져 미처 못 보기 쉬운 것에 대한 아쉬움
이 영화는 여느 경마에 관한 영화에 비해 그 흐름이 빠르거나 격정적이지 않다. 대개의 스포츠 영화라면 동적인 면이 더 강조되기 쉽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마사의 사람들과 말들을 통해서 반에이 경마로 표출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보여지는 건 바로 인생을 담아내는데 있어 격정적이지 않고 정적으로 담아내기에 조금은 약해보이기 쉽다는 점에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와 일본의 감성적인 면에서의 차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에게 바라는 것을 보고 -운류와 마키에. 그리고, 마나부가 펼치는 두 번째 승부에 빠져들다
극중 운류와 마키에, 마나부는 한 번쯤 승부의 세계에 잘 나갔던 적도 있었던 존재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잘 할 줄 아는 게 없는 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한때 그들에게도 꿈도 있고,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번 크게 실패한 뒤, 다시금 올라가는데 필요한 건 바로 자신의 의지와 주위의 믿음과 도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 중에서 나오는 이들 세사람은 제각각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실은 다 같은 존재이다. 이미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이 외길 낭떠러지에 선 채 앞을 향해 걸어나가야 한다.
그런 그들이 펼치는 승부에 어떤 결과가 온다해도 그들에게는 앞을 걸어나아갈 수 있는 그 의지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줬다고 본다.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승부가 이번이 마지막으로 막을 내릴 지 아니면 새로이 시작할 지는 바로 그들의 노력과 자세에 달려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이 펼치는 두 번째 승부에 매료되었다.
-그 두 번째 만남. 그리고,...: 나와 친구, 동료, 그리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영화 속에서 나오는 마나부와 그의 가족과 마사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운류를 보면서 나를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내게도 마나부와 같은 실패를 맛본 시련과 경험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한 경험과 시련 속에서 좌절해서 결국 내가 찾아나선 곳은 언제나 가족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내게 만약 친구와 동료, 그리고, 가족이 없었다면 그러한 시련과 절망 속에서 과연 어떻게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인생의 밑바닥에서 그저 죽음을 맞이하기 보다는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점에서 이 영화를 본 것 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 때 있어주는 사람이 바로 인생을 함께 하는 존재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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