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가 살며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백옥과 같은 피부의 수백의 아름다운 미녀들의 등장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이 영화의 화려한 영상의 시작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
곧이어 등장하는 황후는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이 말해주듯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도도한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듯, 황금빛 의상과 어울어져 영화 줄거리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르와르의 전설, 주윤발이 맡은 그 시대의 절대권력자, 대왕의 존재는 그 무력과 화려함, 카리스마에 있어서 반지의제왕의 얼굴도 한번 않나온 불쌍한 주인공, 사루만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뭐니뭐니해도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황제와 황후의 미묘하고 처절한 갈등은 영화 후반에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을 만드는데, 오히려 일부러 싸우는듯 했다.
십만이라는, 실제로는 몇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하지만, 그 규모와 의상에 있어서 역대 어느 영화의 전투신보다 화려했던 원걸 왕자가 이끄는 십만 황금빛 갑옷의 병사들의 모습은 절정의 장관을 이뤘다.
그러나 그 황금빛 화려함을 무장한 병력은 휘황찬란한 궁궐을 압도하고도 남았지만, 이미 들켜버린 황제의 반란군에 대한 만반의 준비는 돌이킬 수 없는 뼈저린 귀결을 낳게 됐다. 반란의 실패는 곧 처절한 죽음이지 않은가...
반란의 징표인 국화꽃이 새겨진 비단이 피가 흥건이 젖어드는 모습은 정당하지 않은 반란군을 오히려 애처롭고 안타깝게 만들었다.
온갖 화려움으로 치장했던 황실이 한순간 화면 가득 피와 시체, 처절함으로 물들이게 되었지만 클라이막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중양절을 맞은 화려한 축제 분위기로 끝난다.
잠시 고통과 좌절에 젖어들은 황후의 광기에 아들의 피와 자신을 파멸로 이끈 독이 든 잔이 식탁을 적시며 크레딧이 올라가긴 하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절정의 스케일을 보면서 나는 내용면을 떠나 그 화려함에 있어서는, 한국 블록버스트 무협 영화를 훨씬 웃돈다는 느낌을 갖는다. 정말 전통과 돈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탄생일을 기념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영화 속에 비춰지던 그 장대함이 실제로도 존재했을 거라 짐작하지만, 절대권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현대 시대에 돈이라는 힘은 그 절대권력 시대의 비슷한 모습을 비춰줄 유일한 수단일 거라 잠시 생각해본다.
아마 수년내에 이 영화를 초월하는 스케일의 영화가 또다시 개봉할꺼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살며시 기대를 해보면서도 다소나마 마음한켠 씁쓸한 맘이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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