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감독을 인생의 우상으로 둔 열혈 축구광 폴(크리스티안 울멘). 폴은 고향 축구팀의 빈 주전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축구를 싫어하는 아내 안나(노라 치르너) 몰래 축구를 하러다닌다. 가정보다 축구가 우선이었던 유명한 축구 감독 아버지를 둔 안나는 축구에 미쳐있는 폴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축구에 폴을 빼앗기기 싫은 안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편의 축구팀 ‘에마95’에 내기축구시합을 제안한다. 그렇게 창단된 여자 축구팀 ‘FC Venus’는 팀 인원 부족과 형편없는 축구 실력 등의 문제들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과연 축구에 빠진 남자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그녀들의 반격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기 전에
<내 남자 길들이기>는 핀란드에서 먼저 기획되고, 같은 각본을 바탕으로 독일에서도 거의 동시에 제작이 들어간 독특한 방식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주인공 폴 역의 크리스티안 울멘은 도리스 되리 감독의 <내 남자의 유통기한>에서 잉어 전문가 오토 역을 연기했고, 안나 역의 노라 치르너는 <케밥 커넥션>의 팃찌 역으로 독일/터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이다. 또한 폴의 고향친구이자 축구팀 주장 스테픈 역의 플로리안 루카스는 <굿바이 레닌>에서 뉴스진행자 역을 재치 있게 연기해 2003년 독일영화상 최우수조연상을 받은 연기파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you’ll never walk alone’이란 노래는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의 실제 응원가로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이겨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영화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장식한다.
놓치지 말 것
<내 남자 길들이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겪어봤을 축구에 미쳐있는 남자들과 그 반대편에 서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독일은 실제 축구로 유명한 나라이기에 축구와 관련되어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지고, The shocking blue의 ‘Venus’, Queen의 ‘We are the champions’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팝송들이 영화 내내 흘러나와 분위기를 더욱 편하고 즐겁게 만든다. 이런 장치들은 유럽영화라는 편견을 순식간에 없애주고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갖게 한다. 간단한 스토리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전개지만 재치 있는 유머 감각과 빠른 전개로 영화를 보는 내내 웃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강약조절에 실패하여 소소한 재미만 있고 크게 한방 웃을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평범한 소재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를 너무 가볍게 다뤄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무게감을 조금 잃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