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의, 유이에 의한, 유이를 위한 영화...]
불치병이라는 소재의 영화는 한편으로는 너무 식상한 반면, 또 한 편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대체 이번 영화에선 어떻게 진화했을까? 우선 [태양의 노래]가 선택한 불치병은 색소성건피증(XP)이라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특이한 병이다.
※ Xeroderma Pigmentosum (색소성 건피증) 란?
얼굴과 손, 발 등에 햇빛을 받아 붉어지는 상태가 되풀이됨으로써 여러 개의 반점이 생겨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햇빛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다른 사람보다 햇빛 과민증이나 피부암 등에 걸리기 쉽다.
태양빛을 쬐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16살의 카오루는 소꼽친구 미사키와 부모님의 극진한 배려로 밝게 자라났지만, 일반 사람들과 정반대되는 생활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고독감,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카오루에겐 비밀이 한가지 있는데, 그건 동이 틀 무렵(카오루가 밖을 나가지 못하는 시간) 친구들과 서핑을 하러가는 코지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이다. 카오루가 코지의 얼굴을 가리는 버스 표지판을 치우는 장면과 그 표지판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 버스기사를 보며 카오루가 짓는 표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임수정, 김래원이 주연한 [ing...]가 떠올랐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한 남자. 죽음을 다루고 있음에도 결코 칙칙하지 않은 정서. 밝고 환한 분위기... 격하지 않게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재주.. 거기에 어쿠스틱한 노래까지...
많은 장점과 미덕이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유이를 중심에 두는(신인 가수 유이를 띄우려는??) 목적 의식이 너무 뚜렷한 나머지, 마치 한 편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 건 많은 장점과 미덕을 자칫 가릴 수도 있는 흠결로 다가왔다. (특히 코지와 함께 한 거리 공연에서 느닷없는 세션맨의 등장은 노래적 완성도를 높하는데는 좋았지만, 영화적 현실성은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조금만 자제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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