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륜(?) 더 이상의 바람은 낯선 소재가 아니다. '○○○ 하지마시오.' 라면 더 하고 싶은 인간의 거부할 수 없는 심리. 영화는 이 욕망을 대신 충족시키고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바람난 가족>이 그러했고 <외출>이 그러했다.(물론 작품마다 얻는 만족도엔 차이가 있지만...) 앞에 적은 두 작품보다 <바람 피기 좋은 날>은 훨씬 대중적이고 쉽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흡수할 수도 있다. 더 이상의 성별차별이 없는(없다고 주장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침대 위에서 보여지는 두 커플은 십년 전 남성우월을 답습하고 여성을 통해 이 시대 남성에게 전한다. 우선 네사람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면...
김혜수는 겉으로 쿨하게 행동하고 잠자리 후 돌변하는 남자를 부정하지만 자신 이전에 다른 여자와 바람 핀 남편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내면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윤진서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주부가 가지는 시간강박증에 시달리는 평범한 주부같지만 젊은 나이에 시집 온 걸 후회하며 집에서 썩히길 거부한다. 아마 난 윤진서의 캐릭터가 이 영화와 가장 닮아 있는 것 같았다. 누구나 가지고 상상해 본 것들을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실천하고 느끼기에...채팅으로 만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이 또한 결혼 후 가정에 소홀하는 남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종혁은 육체적사랑이 정신적사랑보다 앞선 인물이다. 본능적이라면 본능적이고 어찌보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섹스가 오직 목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까지도 강압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소심하기도 한 인간적인 면도 있다. 마지막에 목발을 짚고 나타난 윤진서에게 보이는 그의 행동 또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민기는 성기의 크기와 여자의 호감은 정비례한다고 믿는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대학생이다. 섹스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초보자들을 대변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직업이나 성격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사람들. 즉 감독은 아마도 바람이란 것은 표현하냐 안하냐의 차이지 보편적으로 마음속에 지니는 결코 나쁘지 않은 감정이자 본능임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두 여자가 갤러리에서 본 그림이 생각나는가? 침대 옆에서 고개 숙인 여자와 그를 바라보는 남자. 이렇듯 아직도 불륜은 여자의 책임이 크다는 선입견에 대한 간접적인 묵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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