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자는 아니지만 절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왠지 절의 툇마루 에 앉아 풍경소리를 듣고 희미하게 퍼지는 향냄새를 맡으면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거든요. 무엇보다 절까지 올라가는 산길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다보면 속에 끓어오르던 안 좋은 감정들이 조금씩 가라 앉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렇죠. 하지만 색깔이 다른 평안함을 찾 기 위해 절을 찾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재규일당이죠.
재규, 불곰, 날치, 왕구라, 막내.... 이름부터 벌써 조폭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들. 어느 날 업소 주도권 쟁탈전에서 깨진 이들은 산중 암자로 피신해 들어옵니다. 갑작스러운 손님이 밀어닥치는 건 누구나 환영할리 만무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스님은 이들 5 인조가 머물도록 허락하시는군요. 청명스님을 대표로 한 현각스님 , 대봉스님, 명천스님은 노스님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이 깡패들을 절에서 몰아내기 위해 필살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어본 그들이 쉽게 물러날리 만무하죠. 어떻게든 사태가 수습 될 때까지 시간을 죽여야 하는 조폭들은 스님의 도전을 받아 한판 승부를 벌이게되죠.
이제부터 [달마야 놀자] 홍보 문구 그대로 밀어내기! 버티기!가 펼 쳐집니다. 이 대결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그거야 영화 보시면 아실 수 있구요. 노스님이 조폭을 받아들인 심오한 뜻에 대해 한참 생각 해봤습니다. 뭐 영화 진행상 그들을 안 받아들였다면 영화가 진행 될 수는 없었겠죠. --;; 하지만 그걸 일단 배제해고 제자들이 그토 록 싫어하는데도 받아들인 이유가 단순히 우매한 중생을 구제하겠 든 의지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 거 같습니다. 깨진 독에 물을 채우 기 위해서는 우물에 던져 넣는 게 가장 빠르다는 걸 깨닫는 것처럼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진정으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노스님의 뜻을 청명스님도 마침내 깨달은 듯싶네요. 혼자만 도를 닦고 청정하다고 불도의 전부를 이룬 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영화는 재밌긴 재밌었는데... 유머가 가닥가닥 끊어지는 느낌이 들 었습니다.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다기 보단 말이죠. 캐릭터별 성 격 구성이나 대사도 괜찮았지만 캐릭터가 너무 많으니까 정신이 산 만한 게 영화에 집중이 잘 안되더라구요. 코미디 영화도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가끔씩 웃고 등장인물들 움직임 쫓다보면 어느새 이만 큼 와있더라고요. 무엇보다 보고나서 정말 웃겼다고 집어줄 만큼 딱 떠오르는 부분이 없고 고만고만한 게 제일 아쉽더군요. 중심을 잡아줘야 할 박신양의 연기가 반대편 중심인 정진영에 비해 그다지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혼자 연기할 땐 괜찮은데 다른 배우들 과 같이 있으면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 눈에만 그런 걸 까요?
올해는 아마 조폭의 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거 같습니다.(--;; 아직 한 편 더 남았죠?) 이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니라고 주연배우 가 인터뷰에서 극구 주장했지만 제 눈엔 또 다른 조폭 영화로 밖에 안 보이네요. 물론, 다른 영화에 비해 교훈적인 부분은 분명 보이 긴 합니다. 근데 그 교훈이란 게 재규일당이 얻은 깨달음이라기보 다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선문답같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 만, 자꾸만 뭔가 엇나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