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희극을 좋아해. 흥미가 있어. 가능성을 느껴. 뭐라고 할까, 나처럼 직선적인 타입의 배우는 직선적이기 때문에 우스워보이는 점을 잘 표출하면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해. 이 비뚤어지고 까다로운 세계에서 올바로 직선적이게 살아가려고 하지. 하지만 그러한 삶 자체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측면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나?" - 고혼다 in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댄스댄스>>를 보면 고혼다라는 주인공의 친구가 나온다. 이 친구는 연기자인데, 어느 무기력한 밤에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다가 자기는 선생님, 의사, 변호사같은 모범적인 그러면서도 지독히 따분한 역할에 질렸다면서 위와 같은 말을 한다.
희극지왕에서 정확하게 주성치는 비뚤어진 세계에서 올바로 살아가려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사우(주성치분)는 배우지망생이다. 어떤 배역을 맡겨도 그 배역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그는 자신이 보유한 심도있는 연기이론과 특유의 열정을 가지고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건 왠걸.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하면 할수록 상황은 자꾸 꼬여만 간다. 그가 진지해지면 진지해질수록 왠일인지 사고가 터지고, 그의 연기는 스텝들에게 욕을 먹는다. 그리고 급기야 쫓겨난다. 다시는 오지말라는 경고와 함께.....성실하고 정직한 인간이 오히려 외면당하는 사회....이건 비단 영화속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부조리함을 영화는 그저 담담하게 묘사해나간다. 이 하드보일드한 점이 이 영화 최고의 매력이라 할수있다.
사우의 (비뚤어지고 까다로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자로서는)과잉된 진지함은 결국 그를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어떤 지점으로 이끈다.
영화촬영현장에서 도시락 나눠주는 일을 하며 항상 사우를 못살게 굴던 사내(오맹달분)는 사실은 비밀리에 임무수행중인 경찰이었고, 어느 날 사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마약밀매범들을 잡으려 하는데 증거를 잡으려면 도청기를 그들 집에 설치해야한다. 자신은 그들을 찾아가서 일(임무때문에 그들과 동료처럼 지내고 있음)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음식을 시킬것이고, 그때 사우는 음식점배달부인척 음식밑에 도청기를 숨겨서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진짜 목숨' 을걸고 연기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사우.......이리하여, 위험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그를 비웃지 않는, 진지함으로 충만한 무대가 마련되고...마침내 그의 인생 최고의 연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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