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 이영화의 전반부는 꿈이며 후반부는 현실이다. 고로 다이앤/카밀라가 실제 인물이고 베티/리타는 환상속의 인물인 것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다이앤의 시선에서 이루어진다. 다이앤은 캐나다에서 스타덤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라 날라온 지방 지르박 콘테스트 우승자. 그는 돈도 없고 빽도 없이 청운의 꿈을 안고 왔을뿐이다. 갖가지 영화 단역 오디션을 응시하면서 카밀라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카밀라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여자. 그 역시 스타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카밀라는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 혹은 이용하기 위해 다이앤에게 접근하며 다이앤과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감독을 유혹해 주역의 자리까지 올라선다. 카밀라는 여러명에게 사랑을 받는 상태를 즐기는 인물로 감독과의 결혼발표장소에 다이앤을 불러 지켜보게하고 또 그런자리에서도 또다른 여자연인에게 대담한 키스를 하기도 한다. 질투에 불타는 다이앤은 청부살인을 의뢰하고 청부살인자는 여자가 확실히 죽었다는 의미로 파란열쇠를 보낸다고 한다. 살인을 의뢰한 후 다이앤은 후회, 좌절, 죄책감에 시달린다. 약 3주간 마약이나 환각제의 영향으로 환상 혹은 꿈속에서 집안에 칩거한다. 그의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이 영화의 2/3을 차지하는 전반부이다. 꿈속(혹은 환상속)에서 그는 현실의 자기 모습과 매우 다르다. 현실속의 그녀는 스타가 되지 못한 좌절감으로 항상 어둡고 우울하며 여성스럽지도 못하고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꿈속에서 그녀는 베티라는 인물로 자신을 대체시킨다. 밝고 명랑하며 동정심이 많고 항상 업된 붕붕뜬 기분으로 살아가는 베티. 그녀 역시 캐나다 촌구석에서 온 스타지망생이지만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인 이모가 있다. 다이앤이 만들어낸 또다른 자신인 베티는 모든 면에서 자신과 정반대이다. 관객들은 카밀라와 리타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아차렸으나 다이앤과 베티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끝까지 깨닫지 못하고 지나간 둔감한 관객도 있었다. 그 이유는 표정부터 옷차림까지 다이앤과 베티가 철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다이앤은 매니쉬한 정장바지에 흰색셔츠를 입고 동성애관계에 있어서도 관계를 주도하는 남성적인 타입이었으나 베티는 핑크색+반짝이 달린 귀염성있는 패션에 헤어스타일도 지극히 여성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굴표정또한 완전히 달랐고 말투, 행동등도 판이했다. 또 베티는 리타의 유혹에 넘어가 연인이 된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카밀라를 좋아하는 현실이 못마땅한 다이앤은 베티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한다. 꿈속에서 카밀라, 즉 기억상실자 리타는 세상에 내버려진 아이와도 같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살해당할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기억도 없고 가진것은 출처모르는 돈뭉치 뿐. 꿈속에서 리타는 베티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카밀라의 성격이 대담하고 당당했던데 비해 리타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다. 베티는 리타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성심성의껏 모든일을 다하고 리타가 베티를 따라가기만 할뿐이다.
이건 다이앤의 꿈속이다. 다이앤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부숴버린다'는 생각으로 카밀라를 죽였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카밀라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만을 바랬다. 그래서 다이앤은 꿈속에서 카밀라가 죽음에서 빠져나와서 자신과 함께있다고 상상한 것이다. 또 현실속의 카밀라가 자신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애정을 볼모로 자신을 고문(감독과의 키스장면을 지켜보게 한점, 결혼발표때 다이앤을 불러 자기비하를 느끼게 한점)했던 것에 비해 환상속의 카밀라(리타)는 너무나도 연약해 베티의 도움이 없이는 금방이라도 깨질것같은 약하디 약한 존재이다. 그 꿈속에서는 다이앤이 청부살인을 의뢰한 킬러도 나온다. 꿈속의 킬러는 어리숙하다. 또다른 청부살인(검은 책을 찾는 장면)을 하면서도 목표인물을 죽이다 실수를 해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며 연거푸 또다른 2명을 죽이고 방범벨까지 울려 화재탈출계단을 통해 허겁지겁 도망가는 웃기는 킬러이다. 이 장면이 전체내용과 관계없어 보여 산만해보일 수 있지만 이또한 다이앤의 속마음의 표현이다. 그는 내심 자신이 의뢰한 킬러가 용이주도치 못한 인물이어서 카밀라가 죽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 감독과 hollywood show biz에 대해 얘기해보자. 현실속에서 감독은 배우자가 없는 상태이며 카밀라와의 결혼 발표를 한다. 하지만 꿈속에서 그는 기혼자이며 아내는 청소부와 남편이 보는 앞에서 바람을 피우고도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현실속에서 영화세트장을 마음껏 호령(카밀라와의 키스 리허설을 하며 스텝들에게 불끄라고 호통침)하는 지배적 인물이지만 꿈속에서는 아내에게 끽소리 못하고 아내의 정부에게 얻어맞는 한심한 사람이다. 또 그는 새로운 영화촬열을 위해 여배우 캐스팅 중에 마피아로 추측되는 검은 세력에게 위협을 받는다. 그들이 제시하는 여배우를 캐스팅 하지 않을 경우 그는 경제적으로 파산되며 영화산업계에 완전히 매몰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그는 마피아들이 말하는 "This is the girl"을 어쩔수 없이 뽑는다. 이 부분에서는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evil hollywood(사악한 할리우드)'의 면모가 잘 드러나있다. '윗분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촬영이 취소되고 감독이 매장되는 사회. 지금껏 비주류를 고집해온 린치 감독의 할리우드 비판적 목소리가 담겨있는 것이다. 마피아가 고집한 '바로 그여자'의 이름 역시 '카밀라'. 그런데 꿈속의 카밀라는 현실속에서 카밀라가 감독과의 결혼발표장소에서 대담하게 키스를 나누었던 금발 여인이다. 다이앤도 그 영화의 오디션에 응모하지만 어이된 연유로 오디션을 포기하고 리타에게 황급히 돌아간다. 현실 속에서 다이앤은 주연자리는 카밀라에게 빼앗기고 항상 단역만 할뿐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았던 이유를 꿈속에서 그는 이렇게 합리화한다. '지금까지 카밀라가 인정받았던 이유는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누군가 밀어주기 때문이야. 나도 그러한 빽이있었다면 훨씬 더 잘나갈 수 있었을텐데'라고 말이다. 그리고 감독의 어머니/베티이모네 집주인 '코코'에 대한 한마디. 결혼발표식에서 만난 감독의 어머니 코코는 지극히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지르박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고 그운빨을 믿으며 할리우드에 와서 지금껏 카밀라의 도움으로 단역에 근근히 출현하고 있다는 다이앤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마음껏 그를 무시해준다. 하지만 꿈속에서 그는 베티이모네 집주인/관리인으로 나오면서 어머니처럼 그를 보살펴주고 도와준다. 다이앤은 카밀라를 빼앗아간 감독을 질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래서 꿈속 오디션 장소에서 베티는 감독과 운명적으로 눈이 마주쳐 서로 넋을 잃고 쳐다보며 감독의 어머니에게도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을 꿈속에서 충족한다. 영화의 보조적 인물 몇몇. 관객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다이앤이 살인을 청부했던 식당에서 식사한 두명의 남자. 그중 하나는 그 식당에서의 악몽을 얘기하고 그 꿈을 확인하기 위해 식당밖 벽뒤로 갔다가 검은 괴물을 보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맡는다. 그는 식당에서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꿈을 꾸었고 그 일을 모두 조종하는 것은 벽 뒤의 괴물이라고 했다. 그의 악몽은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이앤이 카밀라의 살인을 의뢰하는 끔찍한 일, 또 그로인해 다이앤도 자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베티의 아파트에 사는 기괴한 할머니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현실속에서 카밀라가 죽었고 그로인해 다이앤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즉 꿈속에서도 다이앤은 자신의 자살을 직감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꿈에 이런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다. 다이앤이 자신의 자살을 예견하고 있다는 사실은 베티가 리타를 다이앤의 아파트로 인도하는 장면에도 나타나있다. 들어가기기 무서워하는 리타를 이끌고 베티는 자신의 시체가 있는 방으로 리타를 데리고 들어간다. 시신이 부패해 있기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 감독의 트릭이 모두를 속였을 뿐이다. 그리고 엔딩에 나오는 벽뒤의 검은 괴물. 그는 이 모든 애증과 욕망의 운행자인 조물주 혹은 창조주이다. 우리의 운명은 희망적이지 않고 이 모든것이 악순환을 이룬다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그의 손에 들어있는 파란 상자가 상징한다. 마지막 해명. 실렌시오 극장에서 그들은 상자에 맞는 열쇠를 발견하며 그 열쇠를 꼽는 순간 현실로 돌아온다. 그럼 실렌시오 극장은 무엇일까? 그곳은 베티와 리타가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을 깨닫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신비스러운 콧수염 남자의 말은 우리모두에게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이다. 그런데 이건 눈치챘는가? 실렌시오 극장 이층석에 있는 파란 머리를 한 기괴한 귀부인의 정체를. 그건 바로 카밀라이다. 자막이 올라가기 직전 화면은 다시 실렌시오 극장으로 돌아가 파란머리 귀부인을 클로즈업한다. 이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 여인 때문에 우리는 '이게 정말 다이앤의 꿈속 맞아?'라고 의문을 품게된다. 결국 감독은 전형적인 평면적 스토리텔링 구조에서 벗어나 관객의 참여를 유도해 보는 사람의 마음대로 줄거리를 결정할 자유를 주었다. 하지만 결국 확실히 옳은 것은 아무도 찾아낼 수 없다는 지독한 허무를 우리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손을 놓고 방관한채 '답은 없어.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짓이야'라며 달관할 수만은 없다. 데이빗 린치. 결코 녹록치 않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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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결코 녹록치 않은 감독이다.
2010-09-10
13:25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35
1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Mulholland Drive)
제작사 : Le Studio Canal+, Asymmetrical Productions, Imagine Television, Les Films Alain Sarde, The Picture Factory, Touchstone Television / 배급사 : 감자
수입사 : 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