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의 후편... "The last name"이라는 부제가 달려나왔다. 전편에서 데스노트에 대한 지식을 어느정도 습득한 분이라면 이 부제는 꽤 그럴 듯해 보일 것이다. 결국 누구의 이름이 최종 이름으로 적힐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고 이 영화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데스노트:라스트네임]은 전편에 비해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내재되어 있다. 일단 전편에서 살짝살짝 귀엽게 감초 출연을 했던 아마네 미사(토다 에리카 분)가 두 번째 데스노트와 사신 렘과 함께 등장한다. 더불어 시오리를 잃은(!) 라이토는 L의 키라대책본부에 합류하게 되면서 두 천재의 대결은 더욱 친밀하면서도 은밀하게 벌어지게 된다. 과연 장대한 원작을 [미녀는괴로워]처럼 확 성형다이어트한 결과는 어떤 것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전편에서 두 주인공 캐릭터 소개는 충분했다고 본다. 후편에서는 두 사신 캐릭터 소개가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나싶다. 라이토의 류크, 미사의 렘... 둘이 등장할 때마다 화면이 판타지스러운게 신세계를 위한 스릴러의 맥락과 썩 나쁘지만은 않다. 먼저 류크는 black의 이미지면서 사신다운 악랄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연상되면서 하는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삐에로다. 그의 코믹한 행동이나 투정이 간간이 웃음을 던져주곤 했다. 반면 렘은 white의 이미지면서 역시 사신다운 외형을 갖추고는 잊지만, 순박함과 더불어 진지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게다가 미사를 좋아했던 제라스의 영향으로 렘 또한 미사를 노트의 주인 이상으로 생각하는 감정이 애틋하기만 하다. 참, 전편에서 사신계가 등장하지 않은 아쉬움을 제라스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살짝은 달랠 수 있었다.
초반부는 전편처럼 굉장히 흡입력있게 진행된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앞서 전편을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데스노트]전반에 걸친 친절한 영상과 부연설명도 아끼지 않는다. 장면은 사쿠라TV축제로 전환되고 그 가운데, 방송국 측에서는 제2의 키라 메세지가 내보내진다. 생방송으로 메세지가 전해지는 와중에, 사신의 눈을 가진 미사는 철없게도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만다. 아이돌도 생각은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수룩했던 그녀의 행동은 결국 덜미를 잡히고 만다. 미사로 분한 토다 에리카는 스크린의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라비아 모델 캐릭터를 그대로 재연해낸다. 부모의 복수에 대한 은혜로 키라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를 나타내는 모습과 감금된 상태의 미사의 모습은 귀엽다를 연발하면서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미사가 L에 의해 감금되고 라이토도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그는 천재적인 발상을 하나하나 준비해 나간다. 데스노트의 소유권에 대한 사용법을 이용하여 펼쳐지는 라이토의 작전은 섣불리 상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라이토는 스스로가 감금을 요청하고 키라의 심판은 대리인이 된 타카다(카타세 나나 분)에 의해 계속된다. 결국 라이토와 미사는 키라의 누명을 어느 정도 벗은 상태로 풀려나고 이젠 라이토의 작전이 하나하나 실행되어만 가는데,,,
분명히 [데스노트:라스트네임]은 전편보다 더 원작과의 이질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M과 N이 등장하는 원작의 전혀 다른 차원의 내용까지 모두 끌어다가 이야기 전개에 합류시켜 소화해낸다. 그래서 스릴러 치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중반에 긴장감이 떨어질 때쯤 다시 치고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이야기 진행과 소유권을 통한 짜임새 있는 구성의 전후사정을 파악한 관객이라면 큰 무료함 없이 중반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전편부터 모티브로 작용했던 정의에 있어서 행운의 여신은 누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줄 것인가? 계속되는 키라공방 가운데, 라이토의 작전대로 타카다 사건은 통렬함을 자극시키며 마감되고, 끝을 보기 위해 키라와 L은 서로의 한 수 앞을 바라보기 위한 골머리를 앓는다. 상상초월의 라이토의 작전이 먹혀들 것인가? 최후통첩으로 임하는 L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인가? 결국 "빠가"를 외치는 것은 누가 될 것인가?
전편과 다르게 후편은 완전한 죽음의 게임 형태로 진행된다. 키라와 L, 둘 다 정의를 내세우지만, 결국 정의를 빙자해서 사람 목숨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키라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모순덩어리인 세상을 심판하고, L은 살인자 키라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킨다. 따라서 생명어쩌고 하면서 윤리적인 문제를 따지는 것이 [데스노트]의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데스노트를 통해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심판하는 것은 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 속 맥락이라면 필요악이라 할 수 있겠다. 정의의 기준이 애매모호한 가운데 세상 속 올바른 통찰을 할 수 있는자 그 누구인가?
결국은 "사요나라"를 띄우며 결말은 많은 여운을 안겨준다. 예상가능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누가 정의냐를 따지는 것은 지금 영화를 본 사람들 마음 깊은 인간본성이 속삭이고 있을 것이다. [데스노트]는 우리들에게 수많은 물음표와 말풍선을 안겨주는 영화다.
내러티브나 플롯은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깔끔했다고 보여진다. 원작을 본 상태라서 오히려 영화를 보는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원작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영화적인 장치를 잘 활용했다고 보여진다. 이 정도면 김아중이 성형다이어트로 흥행을 꿰찬 것처럼 [데스노트]영화화도 성공적으로 바라봐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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