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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흑수선] 건드리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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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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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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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1 오후 8:4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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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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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대표적 흥행 감독, 배창호 감독의 새 영화 <흑수선>. 꼬방 동네 사람들로 데뷔해서 고래사냥, 적도의 꽃, 깊고 푸른 밤 등의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걸출한 흥행작을 연출하였던 영화계의 배태랑 배창호 감독. 황무지 같았던 그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그의 흥행성 있는 작품 한국영화계의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또한 그의 작품 중 깊고 푸른 밤, 황진이, 꿈 같은 작품들은 한국 영화를 조금은 경시하였던 나에게 조금은 충격적인 작가주의 경향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흥행 감독이라 생각했던 그가 진정한 감독으로 나에게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랬던 그가 그가 신작을 준비하고 영화를 완성하였다는 소식은 과거 배창호 감독의 향수를 가진 나에겐 퍽이나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왔다. 8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 진 한국영화계, 기성 감독들의 작품이 점점 뜸해지고 스타일이나 이미지를 중시하는 신인 감독들이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 시점, 80년대의 대표감독이 지금의 영화 판에서 어떤 작품을 내놓을 지가 무척이나 궁금한 터였다. 그리고 부산 영화제 개막작으로 대중에 공개된 영화 <흑수선>.
영화는 50여년의 수감기간을 끝마치고 출소하는 황석과 이어서 한강위로 떠오르는 한 구의 시체로 시작한다. 여기서 황석은 이 영화가 간직하고 있는 비극적 사랑을 잉태한 중심인물이며 떠오른 한 구의 시체는 황석, 손지혜의 50여년에 걸친 비극적 사랑을 풀어나가게 하는 하나의 모티브가 되는 동시에 살인 사건의 비밀을 푸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을 띄는 계기가 된다. 이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조금은 다혈질의 오형사, 그는 과거의 역사를 파해침과 동시에 이 영화의 살인자를 찾는 영화 내용에선 주변인물이지만 전체적인 극을 이끄는 인물로 나온다.
이 영화는 몇가지 시선을 끄는 점이 있다. <화려한 캐스팅> 배창호 감독과는 오랜 파트너인 황석역의 안성기, 손지혜역의 이미연, 오형사역의 이정재, 그리고 한동주역의 정준호 등, 한 영화 속에 보기 드물게 주연급 배우들이 꽤 많이 포진되어있다.
<영화의 스케일> 이 영화의 역사적 배경은 한국전쟁, 주인공들이 포로로 잡혀있는 거제도 포로수용소나 미야자키현의 로케이션등은 이 영화의 스케일을 가늠하고도 남게 한다. 또한 이 영화의 역사적, 공간적 배경이 된다는 이 두곳은 거제도 및 일본에서 촬영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 바, 이 영화에 거는 기대는 다른 영화에 비해 유별났을 것이라는 건 익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화려한 캐스팅 그리고 블록 버스터라는 이름에 걸맞는 거제도 수용소 씬을 위해 제작하였다던 거대한 수용소 세트, 미야자키현의 올 로케이션등의 소식 등은 이 영화의 장대한 스케일 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여하튼 배창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소식 외의 이러한 소식들은 이 영화가 모든 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흑수선은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그것도 부산 영화제 개막작으로 우리에게 선 보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지금의 나, 난 이 영화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소리높여 말하고 싶지 않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상당한 기대를 한데 비해 대단히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실망스러웠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어디선가 본듯한 영상 및 촬영 영화는 제작비를 많이 들인 만큼 영상이 전체적으로 기름지고 윤기가 흐르며 멋진 장면으로 일관되어 있다. 오형사가 용의자들을 검거하기위해 들어간 나이트 클럽장면, 킬러와 오형사가 대치하는 대나무 숲 씬, 황석이 손지혜를 살리기 위해 군인들을 따돌리는 장면, 무엇보다도 미야자키현 계곡에 있는 다리 씬 등등… 영화의 촬영에 모든 기법이 동원 되었을 것 같은 멋진 장면들이 이 영화엔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런데 어쩐지 그러한 장면들이 대부분이 낯이 익어 보인다. 나이트 클럽씬, 나이트 클럽이라는 장소는 대부분의 헐리웃 형사 수사 물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장소이며 그 곳을 촬영한 방법 또한 헐리웃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희들 뒤어서 잡은 것 하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클럽의 머리 위에서 잡은 것 하며… 오형사가 용의자를 잡아서 취조하는 취조실. 이곳은 어쩐지 한국이 아닌 외국의 취조실 같다. 누군가가 투캅스 영화에서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는 것은 어떤 장면이냐고 장난스런 문제를 낸적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경찰엔 취조실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 이었다. 쉬운 예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에서의 형사본부와 <흑수선>에서의 형사본부를 비교해 보자. 앞 영화는 굉장히 어수선하고 친근한데 비해 흑수선의 그것은 익숙하긴 하지만 우리가 드라마 등에서 접한 형사본부랑은 거리가 있다. 킬러와 오형사가 대치하는 대나무숲씬 또한 홍콩 무협영화에서 이미 보았음 직한 설정이다. 기대해 맞이 하였던 거제도 포로 수용소씬은 여명의 눈동자가 생각이 나고, 황석의 숲 속 도망씬에선 플라툰이 생각났다. 이처럼 전체적인 영화의 영상은 멋지고 기름지지만 어디선가 보았었던 장면을 짜집기 해놓은 듯한 장면 장면은 이 영화가 과연 창작 영화인지 아님 패러디 영화인지 구분이 되질 않을 정도였다.
*엉성한 캐릭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 그리고 밋밋한 이야기 구조 이 영화의 실망의 일조를 한 것이 캐릭터이다.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한동주라는 인물은 지도자라 생각하기엔 카리스마가 없다. 영화 속 한동주가 한 일은 포로수용소의 동지를 탈출 시킨 것 뿐 이 후의 그의 모습은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숨어있는 빨치산의 모습정도였다. 손지혜라는 인물은 어떠한가 ! 그녀는 남로당 당원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약하기 그지없다. 물론 공산 사상을 가진 사람이 늘 튼튼하고 강한 성격이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남로당 당원이라 하기엔 사상적 배경도 성격도 맞지 않아 보인다. 다만 남로당원 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그들과 합세를 한 것 뿐… 황석. 지고 지순한 사랑의 화신인 그. 손지혜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다. 하지만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손지혜에 종속되어있다. 그의 사랑이 깊다고 이야기 하기엔 어쩐지 그의 머슴근성처럼 보인다. 그를 머슴의 아들로 설정해 놓은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캐릭터가 이렇게 엉성하다 보니 아무리 좋은 배우들로 포진 된 영화<흑수선>이지만 그들의 연기는 그다지 빛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오형사의 이정재 정도가 캐릭터나 연기가 좀 빛이 나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엉성한 이야기 때문에 빛이 날 정도는 아니다.
엉성한 이야기 구조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라는 거대한 틀 안에 50년 전의 전쟁통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멜로가 첨가되어있는 구조이다. 참으로 매력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구성은 그다지 탄탄해 보이질 않는다. 이 영화에서 살해되는 사람, 양달수 그리고 김중엽. 이들은 한국전쟁당시 남로당원 들이나 포로들을 검거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들이 쫓던 인물의 중심엔 손지혜가 있고 그녀가 속해있는 남로당 지도자 한동주 라는 인물이 있다. 그리고 손지혜를 사랑하는 이유 때문에 그들에게 쫓기는 황석.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그럴싸한 설정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관계가 엉성하기 그지없다. 50년전의 역사 속에선 한동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손지혜와 황석만이 존재할뿐… 또한 그들의 사랑이야기 또한 밋밋하고 엉성하기 그지없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왜 그토록 애절하게 서로를 사랑하는지는 난 모르겠다. 모래시계의 재희와 혜린의 사랑 같은 사랑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들이 목숨 같은 사랑을 하게 된 동기가 극중엔 전혀 설명되질 않았다. 관객에게 이들은 그냥 운명적인,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니 그렇게 이해하라는 식이다. 따라서 그들의 사랑이 그다지 애절하지도 절절하게 느껴 지지도 않는다. 살인 사건에 대한 용의자를 한동주인 것처럼 설정한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마에다 신따로로 변한 한동주가 오형사를 맞는 모습이 왠지 어설펐다. 또한 킬러가 개입된 복수도 맘에 들지 않는다. 몇 년에 원한을 실행에 옮기는 주인공의 복수를 하는 수단으로 킬로를 이용하다니… 왠지 깔끔하지 못한 복수처럼 보인다.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원한을 품은 당사자가 그 원한의 대상을 처벌하는 것이 이치상 맞는 것이 아닐는지…
*투자에 비해 빈약한 화면들… 이 영화에서 우리가 기대한건 아마도 거제도 포로 수용소씬, 서울역 대치씬, 그리고 미야자끼 현에서 찍은 오형사와 한동주의 대립일 것이다. 그럼 이 장면들은 영화상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었을까 ? 결론은 아니다. 우리가 기대해 맞이 하였던 거제도 포로 수용소 씬은 아마 10분 정도 나왔을까 ? 남로당원들의 탈출 전의 모습 잠깐과 탈출하는 모습이 전부이다. 그 이후론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모습은 그림자도 없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장면 보단 숨어있던 학교장면이 더 많았다. 미야자끼현의 로케이션 장면은 다리위의 추격장면과 배위에서의 총격씬 정도만 기억이 난다. 물론 이장면들도 영화속에서 20분을 넘지 않는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살인자와의 서울역 대치씬. 이 장면은 다른 장면에 비해 좀 길게 연출이 되긴 하였다. 하지만 어이없는 살인범의 죽음은 이 영화를 더욱 허무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영화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나 컷었던 이 영화에 대한 실망도 너무나 크다. 무엇보다도 배창호라는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만의 스타일이나 그만의 영화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어디선가 보았던 화면,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이야기 구조 그리고 투자에 비해 빛이 나질 않는 거제도씬이나 미야자키현 씬 등등…. 좀더 잘 다듬었더라면, 좀더 배창호라는 감독의 색깔을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많이 남았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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