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강혜정이다. 조-강 커플은 정신지체아를 연기했을 때 빛을 발하는 사람들이지 싶다. <웰컴투동막골>에서의 그 소화하기 힘든 역을 강혜정이 해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나는 이 분의 연기가 잘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물론 조승우와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정신지체자 역할을 정말 잘 소화했다. 약간은 이를 악물고 발음하는 것처럼 들리는 말투나 목소리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건드리는 배종옥과의 호흡이 이 영화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겁게 특별히 말하는 건 없다. 단지 이 추운날에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우리들의 눈물을 훔쳐갈 뿐이다.
처음에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남녀간의 사랑에서 남자가 여자가 정신지체3급을 받은 사람이란 것을 알고 멀어지려하고, 다투고 그랬다가 결국은 사랑이 이루어지고, 결혼하고 잘 살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단지 배종옥분은 옆에서 그 사랑에 대해서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그런 역할인 줄만 알았다.(예고편을 전혀 안 보기에) 그런데 남자 친구분한테는 자기가 인생의 "지각생" 이라며 기다려달라고 하고, 어머니는 결국... 나중에 상은이는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종범이는 계속 그녀를 기다린다.
<말아톤>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서로 얘기하는 것이 다르다. 초원이는 남녀간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고,(물론 감독님이 삭제한 장면에서는 초등학교 첫사랑과 만나는 장면이 있다지만) 어머니와 초원이의 갈등, 초원이의 생각 등이 초점이 맞춰졌는데, 여기서는 물론 마지막 부근에서 어머니와 갈등의 대립이 일어나지만, 그건 그 상황 겪은 사람 누구나 그럴 것이고, 그 전에 계속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다. 전,후반으로 나눴을 시에 전반부는 차상은과 이종범의 사랑이야기다. 그것에 대해 엄마는 궁금해하고, 상은이는 얘기 안 하고,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 사이에서 꼬맹이친구의 어른스러운 대사들이 웃음을 유발하고... 그러다가 종범이는 상은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되고, 상은이는 그런 종범이가 야속하고... 그러다가 후반부가 어색하긴 한데 갑자기 엄마가 아프다. 진짜 하나도 안 아프던 엄마가 아프고, 종범이는 그 상황에서 다시 상은이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고, 엄마와 상은이가 서로 갈등하고, 엄마는 상은이와 종범이에게 각각 당부를 한다.
'꼭 저런 설정으로 가야 하나' 하고 의심은 간다. 계속 사랑이야기로 밀어도 될 것인데 거기서 꼭 엄마가 아파서 슬픈 영화로 몰고, 결말을 그렇게 가야 하고 말이다. 덕분에 우리들의 눈만 습기가 차는데, 앞에서 조금 암시라도 줬으면 친구따라 병원갔다 충격받는 장면에서 이렇게 이상하진 않았을텐데.
극장가에서 코미디와 판타지들이 점령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눈물 자극하는 이 영화가 어떤 반응을 이루어낼진 모르겠지만, 따뜻함 앞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영화가 눈물 흘린만큼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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