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에 필자는 심히 고민스럽다. 그것은 이 영화에 대해서 필자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가 사실 분명치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분명 코믹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 웃음을 뽑아내는 재능은 심히 불결하다. 어쨌든 본작은 미국에서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죄다 엄지손가락을 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풍토속에서 필자는 이 영화가 지니는 외양이 담고 있는 내면에 대한 궁금증이 해갈되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는 재간이 되기에 이르렀다.
지금부터 이 영화에 대한 필자의 태도를 확실히 밝히자면 이 영화에 대한 중립성을 철저히 지키고자 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필자가 지닌 가장 뚜렷한 시각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미국을 횡단하며 종횡무진 화장실 유머를 뱉어내는 인물 보랏은 누구인가. 사실 보랏을 연기하는 샤샤 바론 코헨은 카자흐스탄과는 무관한 영국 출신의 유명 코메디언이다. 그는 영국의 HBO 채널의 유명한 TV쇼인 'Da Ali G Show'의 진행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쇼에서 자신이 창조한 자신의 또다른 캐릭터인 알리G가 되어 영향력있고 저명한 정치가와 사회 운동가들을 불러다놓고 저질스러운 조롱으로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곤 한다. 보랏은 그 알리G의 또다른 페르소나이며 알리G는 보랏의 롤모델과 같다. 사실 샤샤 바론 코헨은 케임브리지 신학과 출신의 브레인이다. 그런 그가 유치하고 저질스러운 개그를 보이는 것은 고단수의 두뇌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아적인 백치미로 기성의 품위를 하락시킴으로써 그들이 외적으로 내보이는 가식적인 허세를 밖으로 까발리는 고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의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며 마치 그의 TV쇼를 리얼리티 방송으로 전환해버린 것같은 모양새를 띤다. 그가 미국을 찾는 것은 미국의 선진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밝히지만 사실 미국의 선진 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표적이 되는 목표물을 지정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미국의 모습은 만약 보랏이 아닌 평범한 타자였다면 그냥 남들의 그런 문화라고 이해되었을 법하다. 보랏이 품고 있는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이 지점인데 그가 등장해서 그 상황을 헤집어버림으로써 그들의 품위가 손상되고 관대함은 무너진다.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그들의 특성은 보랏이 끼어듬으로써 서로간의 불만의 표출로 이어지고 계층 혹은 인종간의 분열된 감정을 드러내게 한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위선 뒤에 담긴 오만함은 보랏의 엉뚱하다 못해 무례한 수위의 언변과 행위로 인해 종종 드러나는데 보수주의로 가득찬 텍사스의 로데오 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 미국국가의 무례한 버전은 경이로운 웃음을 낳기도 한다.-텍사스가 부시의 고향이라는 점에서도- 또한 오순절 행사의 광신도같은 그들의 모습은 꽤나 비호감스럽기도 하다.
다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블랙 코메디의 성향이 다분히 미국적이라 국내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과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해와 인종간의 유대관계에 대한 이해가 빈약하다면 이 영화의 상황이 담고 있는 미국에 대한 풍자가 관객에 대한 조롱으로 돌변되어버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극 속에서 벌어지는 몇몇 상황은 꽤나 불결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분명 꽤나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비춰질 공산도 있다.
또한 다른 하나의 문제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미국에 대한 성토와 무관하게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가 비하된다는 것이다. 화장실 변기에 얼굴을 닦고 길거리에서 변을 보고 자신의 여동생에게 딥키스를 하며 창녀라며 칭찬하는 대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영화가 지향하는 것을 위한 목적안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타자에 대한 동정심이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은 이 영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국가 이미지에 대한 광고를 신문에 싣기도 했다.- 물론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극단적인 언변은 꽤나 폄하적이라는 점에서 지적되어야 할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만약 그 대상이 대한민국이었다면?-
어쩄든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포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쾌할지도 모를 영상을 참아내고 미국식 유머에 관대하고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리얼리티와 허구적인 연출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랏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낸 모큐멘터리(mocumentary)의 완성도는 실로 인정될 수 밖에 없는 작업이었음은 확실하다. 위장된 어리석음 뒤에 감춰진 영리한 도발은 치장같은 위선 안에 숨긴 비하적 시선을 드러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독하게 우스운 에피소드로 점철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보고 싶다면 보고 보기 싫다면 마시라. 필자는 이 영화를 전혀 권할 생각도 말릴 생각도 없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어찌되었든 이 영화를 말하고자 한다면 일단 보시라. 그것이 문화적인 상대성으로 혹은 몰이해성으로 결론지어질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말이다. 어쩄든 이 작품은 뜨거운 문제작으로써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필자 역시 한없이 웃다가도 한없이 난감했다. 이것이 가장 솔직한 필자의 관람 후기일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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