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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와니와 준하] 수채화 처럼 투명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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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니와 준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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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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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9 오후 12:1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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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순정영화 <와니와 준하>. 액션이나 멜로라는 장르는 들어봤어도 순정영화라는 장르화는 첨이다. 뭐가 순정이라는 거지 ? 순정만화 같다는 이야긴가 ?
영화 <와니와 준하>는 신인 김용균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생전 듣도 보지 못한 순정영화로 처음 영화계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럼 뭐가 순정영화라는 건가 ? 그가 이야기 하는 순정영화라는 건 이렇다. 아마도 순정만화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남자건 여자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한번쯤은 어렵지 않게 읽어 보았을 법한 이 만화. 주로 남녀의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며 그들의 애피소드로 진행이 되는, 특히 10대의 여학생들이 주로 좋아하는…. 그렇다, 순정영화를 표방하는 와니와 준하는 꼭 순정만화를 영화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다. 영화의 주인공 와니라는 이름도 현실감을 느끼기엔 좀 독특한 이름이고, 그녀가 준하라는 남자와 아주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고있는 사실 자체도 그렇다. 혼전 동거가 사회적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 되고 있는 문제인데도 그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고있고 극중 인물들도 그들의 동거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질 않는다. 극중 캐릭터들, 그러니까 와니와 준하를 비롯한 주변인물 영민이나 소양의 모습도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런 주변인물이긴 하지만 왠지 예쁘고 귀엽게 포장된 느낌이다. 또한 이 영화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와니의 집, 그리고 영민과의 첫사랑, 영민 그리고 소양과의 삼각관계 등의 이야기 구도가 어쩐지 예전에 한번쯤 순정만화에서 익히 접했던 그림과 스토리로 느껴진다.
독특한 오프닝 과 엔딩, 수채화 애니메이션. 이 영화가 신선하고 깨끗한 수채화 같은 이미지를 주는 이유는 영화 초반과 후반에 삽입된 수채화 애니메이션에 있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의 내용인 이 수채화 애니메이션은 어린 준하의 어린시절 첫사랑의 에피소드이자, 우리 모두의 어린시절의 모습이다. 마치 나의 어린시절의 동네인 것 같은 익숙한 풍경,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들. 풍경 하나하나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에 섬세함이 묻어난다. 특히 소년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서…. 계단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모습이나 까치발로 나무에 걸쳐진 모자를 집기위해 하는 행동 하나하나 까지도….. 한국영화 어디서도 이 수채화 애니메이션은 이 영화의 산뜻한 출발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구실을 하였고 아울러 이 영화만의 독특함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독특한 구성,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현재와 과거. 현재 동거하고 있는 동거남 준하, 그리고 첫사랑 영민과의 추억이 간직 되어있는 와니의 집. 감독은 이 한 공간 안에 와니가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다른 시간 속의 두 남자이야기를 교묘하게 끼워 넣는다. 영화는 주인공이 회상을 하는 모습으로 와니의 과거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 내질 않는다. 자연스럽게 과거의 영민의 모습과 현재의 준하의 모습이 교차되며 보여진다. 예를 들면 와니와 준하의 저녁 식사때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는 시계 종소리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조용히 옆으로 이동하며 이층에서 내려오는 영민의 모습을 잡는다. 그리곤 영민이 열고 들어선 와니의 방엔 짧은 머리의 와니가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 갑자기 와니의 집을 방문하는 어린 시절 동네후배 소양, 소양의 방문으로 자연스럽게 비춰지는 영민, 와니 그리고 소양의 어린시절 애피소드들… 감독은 굳이 배우의 회상으로 이러한 과거의 애피소드들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시계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카메라의 이동이라던지 이층에서 내려오는 현재 모습의 소양,압력 밥솥의 소리 등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넘나든다. 영화를 잘 들여다 보질 않으면 이것이 과거의 회상인지 현재의 이야기인지 혼란스러울 법한 이런 연출은 또 하나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또한 관객에게 영화를 좀더 집중하여 볼 수 있게끔 하는 흡입력을 가진다.
독특한 연출 그리고 편집. 이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독특하다. 이 영화 속의 와니가 전화를 받는 장면이 있다. 그녀가 엄마의 전화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어느새 와니의 앞에 있다. 일상의 안부와 곁들여 영민의 귀국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는 동안 늦잠에서 일어난 준하가 나온다. 그가 그녀의 옆에 앉는 순간 그녀는 여전히 전화를 받고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장면은 후반 영민과와니의 전화 통화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전화를 하고있지만 서로는 마주보고 이야기 하듯 가깝고 동시에 전화 밖에 있는 준하는 그들과 철저히 단절되어있다. 아마도 감독은 와니가 영민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준하에겐 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의 내면을 이러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 같다. 현재 영민과의 사랑이 정리되지 않은 그녀의 망설임과 현재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준하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 이건 표면적으론 와니가 과거 이루어 지지않았던 자신의 첫사랑에만 얽매여 있고 준하를 그 안에 끼워넣지 않으려는 의도 보다는 현재 사랑에 대한 와니의 작음 배려같이 느껴졌다. 과거의 사랑으로 현재의 사랑에 상처를 주고싶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그녀의 심정을 말이다. 또한 짧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감독의 재미있는 편집방식도 독특하다. 준하가 빨래를 할 때, 와니가 늦은 밤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보고있을 때 우리는 화면이 건너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준하가 빨래를 할 때 같은 대사를 다른 표현으로 반복하는 분은 점핑 편집되었다. 그러니까 준하가 대사를 하고 아니야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나서 다른 몸짓을 하는 부분이 아니라 중간의 부분이 생략되고 바로 똑 같은 대사를 다시 읊조리는 것이 나타난다. 와니가 애니메이션을 틀고 졸고있는 장면에서도 똑 같은 편집이 연출된다. 이 장면은 만화의 그림이 이어지지 않고 끊기어 보여주는 느낌을 담은 것처럼 느껴졌다. 요란한 편집기술은 아니지만 어쩐지 만화 같은 순정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 걸맞은 편집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시나리오. 이 영화속에 소양과 준하가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있다. “와니 언니랑 어떻게 만났어요? “, “운명적으로 만났죠.” 하는 대사말이다. 사실 와니는 모르지만 준하는 와니가 운명이라는 사실을 안다. 와니는 어린시절 준하의 첫사랑이었고 준하는 자신의 첫사랑 와니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준하가 1주년 기념으로 와니에게 선물한 노란 모자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와니에게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은근한 바람의 모티브이며 영화 속에선 후반 애니메이션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매개 구실과 함께 그들의 사랑의 연결 고리 같은 구실을 한다. 그냥 신선한 느낌이 들도록 도입된 것 인줄 알았던 수채화 애니메이션이 와니와 준하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깨닫는 데는 영화의 마지막부분에서야 알 수 있다. 첫사랑 와니를 간직하고 결국엔 그 사랑 만나 사랑을 이루는 준하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사랑을 극복하고 현재의 사랑인 준하에게서 사랑의 완성을 느끼는 와니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첫사랑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위해 산다” 라는 말을 되새기게 되었다. 어쩐지 순정만화의 정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캐릭터에 맞는 캐스팅. 긴 생머리를 싹뚝 자른, 화장기 없는 조금은 덜 발랄한 김희선의 모습은 약간 의외의 모습으로 비추어 졌다. 하지만 내성적인 조금은 무뚝뚝한 6년차 애니메이터 와니의 모습에 적절한 모습이었다. 좀 긴듯한 수더분한 머리와 무뚝뚝한 와니의 곁에 자상하고 듬직하게 살아가는 주진모는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준하의 모습이었다. 또한 와니의 첫사랑 영민, 순정만화의 첫사랑들은 대부분 내성적이고 유약하며 예쁜 미소년들이다. 영민으로 분한 조승우는 순정만화에서 빠져 나온 유약하지만 멋진 안소니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와니와 영민 사이의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소양 역의 최강희 약간은 철이 없어 너무나 소심한 이들의 사랑에 윤활유 구실을 하고있다.
평범한 스토리, 독특한 마케팅. 이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요즘 난다 긴다 하는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내세울 것도 스토리의 전개도 새로울 것이 없는 너무도 평범한 영화다. 이런 영화가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독특한 편집, 연출, 애니메이션 그리고 적절한 캐스팅 외에 영화의 개봉 전단계에서 이루어진 독특한 마케팅도 일조를 한다. 이 영화를 위해 1년 전부터 연재하였다는 와니와 준하의 전 이야기를 담은 만화나, 영화 안과 밖을 넘나드는 와니, 준하 그리고 영민의 순정 만화 캐릭터, 와니가 화해의 의미로 준하에게 준 스크린 세버 등등… 이 영화는 특별하지 않은 스토리에 차별화 된 연출과 마케팅 등으로 평범 속의 비범을 완성하고 있다.
요즘 한국 영화들, 너나없이 몸집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영화를 만들면서 해외 어디로 로케이션을 다녀왔다느니, 지명도 높은 유명배우가 많이 나온다느니, 얼마의 비용을 써서 세트를 제작했다느니 등등… 영화의 제작비가 영화의 완성도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 들을 하고있는 지금, 이 영화의 독특한 마케팅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독특한 연출은 나에게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극장 문을 나서면서 흐뭇한 미소가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두 번 봐도 또 흐뭇한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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