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106 22:45 광명CGV 민선이
사람마다 슬픔을 느끼는 정서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나는 인간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 가장 큰 슬픔을 느낀다. 인간은 폭력 앞에서 무력하고 총칼 앞에서 무력하고 고독 앞에서 무력하고 시간 앞에서 무력하고 그리고 인간 앞에서 무력하다. 대학 때 망월동 국립묘지에 가서 참혹했던 그 당시의 필름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어찌나 무섭도록 슬프던지 내 안에 갇혀 펑펑 울었다. 눈물 콧물이 앞을 가리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이었다. 그저 슬픔을 느낄 뿐이었다. 그 시대를 흐느끼는 물인 냥 보여주는 영화는 마치 거대한 감옥 같았다. 사람의 키보다 약간 작게 만들어 고개를 수그린 채 언제까지나 구부정하게 서 있어야 하는 미칠 것 같이 가혹한 감옥 같았다. 어떤 힘든 시대에나 인간은 사랑을 하고 살아가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도저히 ‘삶’보다 더 강렬한 것을 찾지 못했다. ‘무기력한 시대 앞에서 꺾일 수밖에 없었던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 감상을 적을 수 있었다면 내 이 마음이 조금은 덜 무거웠을 텐데. 삶이 너무 무서워 울어 본 혹은 울고 있는 사람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영화관 앞에서 무력시위라도 할까. 내 강탈당한 삶을 내어 놓으시오. 내 쭈그러진 재능을 내어 놓으시오. 내 울고있는 사랑을 내어 놓으시오. 이거저거 다 접어두고 그냥 나를 내버려 두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