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올해로 벌써 한국전쟁이 일어난지가 반세기가 넘어가고 있다 새삼 묘한 기분이 든다 아직까지도 한일관계는 겉으로는 우호적인 관계를 보이곤 있지만 그 내면에는 총칼보다도 더 무섭게 이를 악물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화 시대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 세대들에게 이런 애기를 들먹이면 분명 대다수가 물론 나를 포함해서 먼 나라의 애기로만 들릴테지만… 어느 덧 반세기가 흘러 점차 하나 둘 기억속에서 지워지는 이 시점에서 이런 영화를 접한다는 건 어쩌면 의미가 클런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역사적 요소를 들먹일 때는 분명 많은 키워드들이 요구된다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이며 의상 또는 역사적 흐름까지 한눈에 들어오게끔 만듬과 동시에 꽤뚫고 있어야 비로소 한편의 완벽한 역사적 영화가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요소요소들이 양념이 베듯이 잘 버무려져야 그럴듯한 영화가 나올 것이다
흑수선 - ‘검은 수선화’라는 뜻의 영화 제목인 흑수선은 분명 반세기적 우리 역사를 파헤친 역사적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역사적인 아니 지난날에 대한 애기를 꺼내는 영화들이 참으로 드문 탓인지 이 영화가 새삼 새롭게까지 느껴진다 하도 여기저기서 조폭의 물결과 웃음의 물결을 이끌고 나와 이런 영화가 반갑기까지 하다 이런 스릴러적 요소를 다룬 한국영화를 본 것이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텔 미 썸딩] 이후니까 참으로 오랜시간 흐른 것이 사실이다 난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스릴러적 요소인 영화를 좋아한다 퍼즐을 짜맞추듯이 하나 둘 맞춰나가면 어느덧 새롭게 한편의 새로운 영상이 떠올라 그 짜맞추는 시간시간들이 나에겐 기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영화들에 흔히 등장하는 반전의 묘미까지… 물론 너무 서둘로 빨리 나오는 건 좀 그렇지만… 흑수선… 우선 이 영화는 이번 부산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유명세를 탔고 하반기 한국영화계가 주목할 만한 블록버스터 중에 하나이다 그런 만큼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을 거라 믿는데 그런 만큼 영화의 군데군데 노력한 흔적이랄까 많이 이전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부분들을 많이 접했다 우선 시나리오나 각본, 음악에 있어 스릴러적 영화의 표본을 따른 것이 눈에 띄고 또한 드라마적 요소가 적절히 베어나와 있고 스릴러적 영화의 특징인 반전의 묘미까지… 갖출 건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모든 점을 고려해 볼 때 배우의 연기력이 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분명 여기에 나온 이정재를 비롯 이미연, 안성기, 정준호 등은 많은 영화경력도 있고 연기력도 탄탄한 배우들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부자연스런 대사와 연기력에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든 건 뭐였을까? 이런 부분들은 이 스릴러적 영화의 묘미를 반으로 뚝 떨어뜨리는 반감효과 밖에는 못하는 것인데… 게다가 또 한가지 문제를 들자면 바로 마케팅의 실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나 팜플렛을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심지어 퀴즈 문제에서도…. 그녀의 또 다른 이름 흑수선…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단 한명 뿐인데 그건 영화를 보지 않고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뭘 의미하는지 다 알 것이다 사실 이런 요소는 영화적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는데 일부러 그런 걸까? 왜 이런 문구를 넣었는지… 끝까지 비밀에 붙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몇가지 요소를 뺀다면 영화는 깔끔한 스토리에 블록버스터답게 가끔씩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등은 헐리웃 영화를 방불케 했는데…
영화를 보면 중간에 한번 그리고 마지막에 돌에 꽃이 핀 걸 보여준다 결국 생명력을 의미하는 건데 난 이 영화에서 화려한 액션씬이나 반전의 장면 보다도 사실 이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 결국 생명력 있는 아니 더 질긴 마음으로 끝까지 간 안성기와 이미연의 최후에는 그 둘의 마음만큼이나 질기디 질긴 마음이 서로 담겨져 있는 것이다 죽을지 모르고 시들지 모르는 한없이 세상에 대해 저항하고 피어 꿋꿋이 살아있는 돌에 피어있는 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주제이자 이 영화를 왜 보여줬는지를 의미하는 의미심장한 대목일 테다 우리민족의 강인함 내지 우월감을 약간은 비추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느덧 한국전쟁의 반세기가 흘러 또다시 역사속의 한 켠 속으로 저물어 간다 물론 다시 반복하고 싶지도 되돌리고 싶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의 역사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