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ovist.com/images/board/2006/12/3228_unfaithful.jpg)
불륜이라는 문제보다 나에게 더 깊게 다가온 문제는 신뢰라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다이안 레인이 연기한 코니 썸너라는 여자는 자신의 남편과 쌓아온 삶을, 신뢰라는 이름으로 낳은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 걸까, 하면서. 불륜에 욕을 한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폴에게 끌린 것은 그녀의 남편이 그를 죽인 것과 마찬가지로 예정에 없었던, 책임질 준비를 하지 않고 뛰어들어 한 행동이었다.
첫 장면에서부터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과, 영화 내내 들려오는 음울한 음악, 탁한 색이 주를 이루는 미쟝센은 솔직하게 영화를 설명해주는 듯 했다. 이 영화는 비극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의 행동이 가진 힘과 그것이 만들어낼 수 있는 파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 그 책임을 어쩌지 못해,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게 되면서 그 고통을 어쩌지 못해하는 비극의 과정을 영화는 그리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모든 걸 걸면서 만들고자 하는 것, 지키고자 하는 것들 -사람들이나 사랑- 이 사실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지, 우리가 단단히 쌓았다고 생각한 신뢰를 보고 뿌듯해하는 우리는 사실 얼마나 유약하고 spontaneous한지. 신뢰를 잃고, 그것이 깨지면서 부서지는 조각들이 튀고 튀어서 고통이 일어나고 늘 피해자는 생긴다. 그 집 아이는 어쩌나.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려나. 그제서야 그들 사이의 신뢰와 세월을, 그리고 잃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일어날 리도 없는 희망도 없는 미래를 꿈꾸는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코니가 과거의 지난 일을 수정하길 꿈꾸는 장면을 좋아한다. 답답하기만 한 비극에 comic relief가 없는 이 영화는 대신 무모한 꿈을 보여주더라. 슬픈 엔딩 크레딧 송을 몇 번이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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