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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사고를 통한 신비주의의 확립 데자뷰
kharismania 2006-12-12 오전 2:40:15 15443   [9]
 데자뷰(deja-vu)는 프랑스어로써 이미 보았다는 의미를 지닌 뜻으로 기시감(旣視感)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데자(deja)는 이미(already)의 뜻을, 뷰(vu)는 보았다(seen)의 뜻을 지니며 데자뷰(deja-vu)는 두 의미의 단어가 조합된 복합어이다. 사전적으로는 말이다. 물론 이런 사전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이 단어에 대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알고 있을테다. 꿈속에서 본듯한 상황. 어디선가 마주친것만 같은 모습들. 그것이 바로 데자뷰이다.

 

 영화를 이야기하기 전 조금 부질없어 보이는 설명이 먼저 삽입된 것은 일종의 격식을 차리기 위해서이다. 이 영화를 본다면 몇가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내세우는 과학적 근거에 동의할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영화의 행위적 방법론을 의심하지 말 것. 사흘 반 전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의 간격을 접어서 맞대어 그 맞닿은 시간의 공간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서로의 교점을 통해 상관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에 토달지 말것. 왜냐하면 그것을 일일히 따지고 들어가면 우리는 물리학을 전공한 이들이 거친 양자역학같은 양자물리학을 파고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기반이 되는 빛이 구부러짐의 증명현상으로 공간이 이그러질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 정도만이라도 습득한 이에게 이 영화는 조금 유리하다.

 

 물론 이런 사실이 꼭 숙지되어야 할 사실은 아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비한 과학탐험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이라는 하나의 실존정의를 통해 정의될 수 없는 것을 해석하고자 하는 것만 같다. 신비주의에 대한 탐미적 증명. 데자뷰 현상이라는 비현실적 산물에 대한 연역적 접근론. 이 영화의 이야기구조는 과학적 구조를 통해 초현실적인 사실로 돌입하는 그 자체다. 물론 그 방식이 되는것은 증명이 아닌 상황적인 묘사를 통해서다. 왜냐하면 이건 엄연히 영화이니까.

 

 무참한 테러리즘에 의해 해군들의 선상파티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한다. 음악과 웃음으로 채워지던 공간에는 이글거리는 불덩어리와 신음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현장에 ATF(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의 요원인 더그 칼린(덴젤 워싱턴 역)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오랜 경험과 감각으로 사건의 증거를 차근차근 모아나간다. 그러던 도중 그는 사건과 연관이 있는 여자의 시신을 마주하게 되고 그녀에게서 묘한 느낌을 얻는다.

 

 사실 데자뷰라는 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은 비존재적인 사실이다. 마치 꿈이라는 것이 정의되지 못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듯 데자뷰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심리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불완전한 욕구의 충만을 위한 지각으로 연결되고 프로이트식으로 정리하자면 성적인 욕구로 가지를 칠지도 모르지만 데자뷰는 분명 존재와 비존재의 영역에 선을 긋기가 애매모호한 명제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신비감이라는 형용사적 소재로 치환되어 일종의 오컬트주의로 연결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고 이성적 사고에 의해 두뇌의 비인지적 사고영역에 대한 연구이론으로 발전되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영역이 불분명한 소재거리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정의내려도 그 상황에 적절히 가져다 붙이면 될법한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마치 형태가 불분명하지만 일련의 규칙적 방향성을 지닌 프랙탈(fractal)과도 같이.

 

 영화는 그 비정의적 사실을 과학이라는 이성적 정의로 버무린다. 사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되는 그 알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 관객이 100%이해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이미 영화는 알고 있다. 7개의 인공위성을 통해 지표면의 상황들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재구성되고 그것을 완벽하게 비쥬얼로 재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영화에서 기반된 이론의 설명을 통해서 이해될리가 만무하다. 그것은 관객이 영화라는 픽션 자체를 애초에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비현실적인 산물에 대해서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비계약적 동의를 잘 이용한다. 거기에 일반 상대성이론에 양자 역학까지 주절주절 떠들면서 관객이 쉽게 접근불가한 전문적 근거로 관객을 압박하기까지 한다 마치 '이건 모두 사실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그러니 네가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부정해서는 안되는 것들이야.'라는 듯 관객의 무지함을 파고든다. 물론 이는 사실 조금 불쾌한 측면이다. 상황의 흐름에 따라서 그저 순응할것은 불보듯 뻔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전문적 학설들을 소귀에 경읽기처럼 듣고 그러려니 해야한다는 것은 말이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대부분이라는 전제하에서- 하지만 이를 통해 증명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차원을 극복하고 그 경계를 이동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명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이라는 학문과는 이질적인 경계에 서 있는 것. 데자뷰라는 현상이 지닌 오묘한 성질을 이야기구조를 통해 묘사하려는 것이다. -정의가 아닌 묘사다.-

 

 물론 영화의 이야기 구조에 헛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유기적이며 비현실적인 사실을 꽤나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외부적인 비쥬얼로써 눈가림하는 수준이 아니라 서사적인 이야기가 엇갈리는 지점을 잘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린이 현재에서 사흘 후로 시간의 법칙을 거스르는 순간 그 간극으로부터 드러날 시간의 전후지점의 동일한 조건을 영화는 간과하지 않는다. 그 시간의 영역이 바뀌는 찰나로부터 발생할 법한 이야기 구조의 결함이 크게 발견되지 않는 것은 디테일한 시나리오의 힘일 것은 분명하다. 어째서 칼린이 폴라(클레어 쿠체버 역)에게 이끌린 것인지에 대해서도, 무의미하게 여겨지던 상황들이 복선으로 재구성되는 것들도 애초에 영화가 의도했던 시간의 역배열을 통한 장치적 효과다. 모든 것은 이미 애초에 의도했던 시나리오이며 그에 따라 관객의 시야에서 추측될 수 없는 것들을 영화의 의도대로 발견하며 따라가는 행위로써 즐기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를 희생해서 과거를 부활시킨다는 영화의 태도인데 이는 어쩌면 여전히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언급할 필요도 없는 9.11테러와 작년 한해 뉴올리언스를 황폐하게 만든 카트리나의 참혹한 기억들에 대한 지독한 경험담에서 여전히 달아나고자 하는 처참한 심정을 이 영화는 대변한다. 어쩌면 영화의 엔딩에서 등장하는 자막, 카트리나를 이겨낸 뉴올리언스 주민들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헌사는 그런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영화의 배경이 바로 그 뉴올리언스라는 점 자체부터가 그렇다.

 

 꽤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내는 영화의 화술은 크게 영민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것에 감화되진 못하더라도 그 영역안에서 어느 정도 머무르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과학적 사고를 지닌 신비주의.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방점은 적당한 배려만 지닌다면 충분히 받아들여도 좋을 만하다. 물론 그것이 형사물의 사나이로써 일관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덴젤 워싱턴의 영화라는 점안에서 혹은 제리 브룩 하이머의 블록버스터물이라는 오락적 쾌감안에서도 나쁘지 않다. 영화의 지적 능력을 떠나 관객을 희롱하는 듯 하면서도 그들을 적당히 만족시킬만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영화에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1명 참여)
erica82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2007-01-15 08:25
karamajov
걸리는거없이(찌꺼기없이) 소화가 잘 되는 글이네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ㅡ.ㅡ)   
2007-01-13 00:18
egg0930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2007-01-12 10:41
mhlvhy
영화도 어려운데 리뷰도 어려운 ㅋㅋㅋㅋㅋ 암튼영화는볼만하다는거~ㅎㅎㅎㅎㅎㅎ   
2007-01-12 10:12
wkdgkd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06-12-12 16:28
1


데자뷰(2006, Deja Vu)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Touchstone Picture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ejavu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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