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서둘지 마라....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의 창조와 유지에 있어 위의 금언만큼 효과적인 말이 또 있을까?
'엔젤 아이즈'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단순히 제니퍼 로페즈라는 아름다운 여가수(?)의 연기에 혹해서 극장을 찾을 팬들도 있을 것이고, 그냥 가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찾는 로맨스영화일 수도 있을 그런 영화. 하지만 '엔젤 아이즈'는 '프리티우먼'으로 대표되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보다는 관객의 궁금증을 영화 내내 몰고 다니는 스릴러의 일면도 지닌 영화다.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여경관,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절대 가르쳐 주지 않은채 다가오는 한 남자의 사랑. 세상 누가 자신의 사랑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지 않을까? 영화는 남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그 비밀스런 행동까지도 속시원히 드러내지 않고 작은 단서만을 조금식 보여주면서 관객과 여주인공의 마음을 끌고 다닌다. 그리고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 당연히 따라오는 상실의 아픔.
이 영화에서 제니퍼 로페즈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사랑스럽다. 단순히 귀엽고 섹시한 여자의 모습이 아닌 상처를 지니고, 남의 상처를 보듬으려고 애쓰는..그래서 더욱 터프해져야만 하는 여린 감성의 주인공. 난 제니퍼 로페즈가 그저 섹시한 가슴과 엉덩이만을 지닌 줄로만 알았건만, 영화를 보고 나니 제니퍼 로페즈가 배우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스토리는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자칫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엔젤아이스'가 다른 영화랑 다른 것은 해피엔딩보다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고 떠나는 차 창유리에 비친 두사람의 행복한 미소에 담은 희망의 메세지가 아닐까? 웃고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는 두사람의 사랑. 그리고 왠지 옆사람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자리를 털게하는 로맨스 영화 '엔젤아이스'
시중에 넘쳐나는 폭소와 액션을 지나쳐 잔잔하게 흐르는 미소를 그리워하는 커플이라면 꼭 볼 만한 영화다.
사족으로 영화를 보고 나니 참 맛깔스런 대사 몇마디가 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적어본다.
"우리가 만날 사이였다는 것이 무슨 말이죠?" "그건....서로의 뇌리 속에 이미 인식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럼..우리가 서로의 냄새를 맡는다는 건가요?"
올 가을 혼자 거리를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스치는 바람 속에서 자신의 인연의 냄새를 한번 맡아보는 것이 어떨까? 그게 설사 남들 보기 부끄러운 행동이라 할지라도 상관말자. 진짜 내 인연을 찾을 수만 있다면 백번이라도 반복하자..그리고 절대 서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