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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아일랜드, 혹은 IRA의 분열을 이야기하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songcine 2006-11-05 오후 10:02:16 1149   [5]

 

 

1920년...

데미안은 의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하지만 그는 위험에 처한 기관사를 도와주면서 영국 런던행을 포기한다.

데미안은 아일랜드 사람이고,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아 탄압을 받고 있는 중이다.

영국 군인들에게 명령 불복종은 죽음이나 다름 없으며, 독일군이 유태인을 탄압하듯 영국인은 아일랜드 사람들을 카톨릭 종교를 가지고 있는 그들을 탄압하고 약올리기까지 한다.

어린 소년들이 영국군에게 자국어(아일랜드 말)을 섰다는 이유로 닭장에서 개 같은 죽음을 당했고 그럴 수록 이 아알랜드 청년들 맘속에는 분노로 가득차 영국인들을 증오하기에 이른다.

형 테디와 합심하여 영국인들을 물리치기 위해 애를 쓰고 천신만고 끝에 영국의 지배에서 풀려나게 된다. 하지만 그 조건으로 영국 여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서약서를 반 강제적으로 써야 했고 이 때부터 동생 데미안과 형 테디는 각자 다른 편에서 일하게 된다.

아일랜드... 그 곳에는 피바람이 크게 몰아치고 있었다.

 

 

 

 

일흔이 다 된 노 신사가 있다.

그는 처음에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했고 이후 영국 BBC로 자리를 옮겨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켄 로치...

그는 영국인이다.

그리고 그는 철저한 진보주의자이다.

영국 노동 집단을 위한 영화들을 만들었고 사회적인 이슈를 영화화하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국의 입장이 아닌 수난을 당한 아일랜드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은 이 작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차지하였다.

범상치 않은 노인...

그리고 '거장'이라는 표현을 안 쓸 수 없는 감독...

켄 로치의 이 영화를 한번 이야기해 본다.

 

사실 그의 영화는 여태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반해버린 것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에르마노 올미 감독과 같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티켓' 덕분이었다.

이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세번째 애피소드인 '3 등실'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인종과 나이를 초월한 축구사랑과 우정에 관한 세번째 이야기...

바로 켄 로치의 작품이다.

다른 작품보다도 위트도 있고 감동적인 것은 어찌보면 거짓된 이야기보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켄 로치의 스타일과 어울렸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는 이런 위트가 없다.

그러나 그의 영화에는 항상 유머가 가득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 했듯 매우 현실적이다.

또한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 역할과 어울리는 배우를 이용한다.

켄 로치의 영화에서 비정규직과 같이 아무것도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을 공격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똥'으로 표현한다던가, '빵과 장미'에서 노조를 해본 경험이 있는 배우를 기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하 나머지 켄 로치의 영화에 대한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영화 무가지 '넥스트 플러스' 14호 기사 참고 하시길...)

 

 

 

물론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킬리언 머피(데미안 역)은 실제로도 아일랜드 배우이다.

더구나 '28일 후'라던가 '베트맨 비긴즈'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여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이다.

그러니깐 켄 로치는 배역이 가진 특색과 연기력을 모두 조합하여 배우를 선정하는 매우 영리한 감독인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아일랜드 사람들 입장으로 바라본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켄 로치는 이 영화에서 적대국으로 등장하는 영국인이다.

보통 헐리웃 영화라면 자신들의 유리한 조건에 맞게 영화를 만든다.

가령 '투혼'(1987 년/장 끌로드 반담 주연), '퀘스트'(1996 년/역시 주연은 장 끌로드 반담...) 같은 격투기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한국인은 악당이거나 1라운드에서 맥 없이 당한다. 당연히 미국인은 영웅이며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영국인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악마같은 존재요, 복수심에 불타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또 이런 가능성이 있다. 자신들이 피해를 준 이야기라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켄 로치는 그런 야비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

영국군인들에게 이유도 없이 무차별로 당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영국인들의 무자비함을 인정하고 거기에 냉정한 비판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후반에 등장한다.

아일랜드는 부분적으로 독립을 하지만 형 테디는 영국인들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력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자신 역시 영국군과 마찬가지로 자치 독립군이 되어버렸고 반대로 동생 다미안은 해방의 조건으로 반 강제적 영국 여왕의 충성을 서약하고도 그것도 모잘라 군복을 입고 영국군과 다름없는 행위를 보이는 형을 인정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그는 여전히 IRA가 되었다.

(감독은 여기서부터 왜 IRA가 분열되었고, 그들의 공격방식이 바뀌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다르지만 반복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군에게 끌려가 감옥으로 압송된 IRA 사람들은 아일랜드가 부분 독립된 이후 역시 같은 감옥으로 압송된다. 하지만 그들을 잡아들인 이들도 과거 IRA 사람들이라는 것이 바로 다른 점이다.

그러니깐 같은 편이 이제는 남남(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한 장면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두 작품이 떠올랐다.

바로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북의 영년'(2004 년/'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알려진 '유키시다 이사오' 감독의 작품.)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이다.

 

'북의 영년'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대에 자신의 땅을 어쩔 수 없이 버리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일본인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세월이 흐르고 그들은 기득권 계층들에게 자유가 되지만 그 이후, 제 2차 세계 대전을 위해 젊은이들까지 강제 징용되는 사태가 오기도 한다. 거기에 쇠가 들어간 물건은 모두 총알로 만들려고 하고 말(馬)까지도 잡아들이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 이데올로기에 갈등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전자(북의 영년)가 독립을 위해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라면 후자(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이념에 갈등하는 형제의 이야기이다. 

마치 켄 로치의 영화는 두 영화의 장점만 골라서 만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에서 '북의 영년'과 닮아 있고, 친하던 두 형제가 전쟁으로 인해 갈라지는 모습에서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TV나 매스컴에서 보고 있는 IRA는 사실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우리나라로 치면 독립군과 같은 위치였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해방되고(정당한 해방은 아니지만, 그렇기에...)나서 IRA는 불법적인 훈련과 테러를 감행함으로써 지금의 불법 단체로 규정이 된것이다. 물론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영국과 아일랜드는 평화협상이 지속되었고 1998년 결국 자치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또한 앞의 줄거리에서 소개했듯 초반 영국인들은 카톨릭을 인정하지 않았고 아일랜드의 카톨릭 교도들도 해방운동에 앞장섰다. (IRA가 카톨릭계 과격 무장단체로 시작했기에 그런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부분 독립에 결정적 기여를 한사람(그러니깐 여왕에게 충성 서약서를 쓰게 만든)들도 이들 카톨릭교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카톨릭 신자로 이 부분에서는 충격이고,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이 복잡한 역사를 한번에 이해하긴 힘들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봐도 통 무슨 소리인지 모를 정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한 대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던 크리스가 영국인들에게 아일랜드 청년들의 비밀조직을 순순히('어쩔 수 없이'가 더 정확하지만...) 불어버리자 데미안이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이야기한 대사였다.

“꼬마 때부터 녀석을 알고 지냈는데, 조국이란 게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 거겠죠.”

 

 

 

켄 로치는 묻는다.

조국이 정말 그들에게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냐고, 그리고 지금 행복하냐고 말이다.

 

 

 

※무비스트 버전으로 따지면 영화 작품성은-대박 / 흥행성은-중박!

그래서 결론은 이 작품은 중박...

(켄 로치의 작품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 듯 싶습니다. 친구 이야기라던가 켄 로치 영화들의 리뷰를 보니깐 그렇지 않다는 군요. 예술영화라는 핸디캡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기는 힘들지만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금요일 마지막회차로 봤는데 빈자리가 의외로 적습니다. 이대로 입소문만 탄다면 쪽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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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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