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향기와 어울리는 영화였다. 자극적인 멜로가 아니라 눈물을 호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1995년의 충격적인 삼풍백화점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그 기본적인 장치가 영화의 감성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 극한 상황에서의 슬픔을 크게 표현하고 중히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재미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마치 여름의 견디기 힘든 더위와 겨울의 몰아치는 추위 사이에 낀 가을의 선선함과 적막함이 아주 잘 표현되었다.
하나의 길을 셋이 걷는다. 따로.. 또 같이 김지수가 걸으며 느꼈던 감정을 유지태와 엄지원은 공유하려 한다. 비록 존재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적어 놓은 듯 서로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기에 유지태는 죽은 김지수가 걸었던 길을 걸으며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돌이키고 정리된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다른 곳에 있지만 추억이 묻어 있는 길을 걸으며 서로를 감싸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가을은 여운이 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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