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감독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는 어떠한 정치적 주장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있는 사실만을 기록했다고 얘기한다.
그러는 동시에 올리버 스톤 감독은 '테러범을 다 죽이고 싶다'는 등 강한 정치적 주장을 서슴지 않고 여기저기서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 주장이 거세되어 있다고 얘기되는 이 영화는
내 시각이 이상한지는 모르겠지만,
단적으로 '노골적인 애국주의로 그득찬 프로파간다'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해병 출신 예비군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페르소나이다.
또는 페르소나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영화 전체를 통틀어 TV에 잠깐 나온 부시 대통령을 제외하고
9월 11일을 단적으로 규정지은 인물은 그 예비군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 예비군은 부시 대통령의 담화를 TV로 시청하며,
(부시 대통령은 테러 발생 이후 실시된 첫 TV 담화에서 미국 국민에 대한 아무런 유감 표명이나 테러를 미연에 막지 못한데 대한 어떠한 사과 발언도 하지 않았다. 정서 차이 때문인가? 부시의 첫 담화에 대한 내 이미지는 피해를 입은 국가의 수장으로서 너무 고압적이라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국민이 그렇게 당할 때 열심히 하늘에서 도망다닌 현실에 비춰보면 더군다나...)
단호한 표정으로 선언한다.
"미국은 전쟁 중이다"
그렇다. 이 얘기를 올리버 스톤은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미국은 전쟁 중이라고.
여전히 테러 주범으로 미국이 선정(?)한 오사마 빈 라덴은 잡히지 않았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대한 침공 이후에도 여전히 테러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 영화가 911 사태 직후에 나온 영화도 아니고, 몇 년이 흘러 여러 각도에서 그 날의 진실들이 조망된 이후에 나온 영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감독이 미국의 여러 현대사의 이면을 잘 조망한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특히나 실망스럽다.
그래도 이 영화는 감동을 주지 않느냐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충분히 감동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
그렇다. 애국주의건 뭐건 어째든 고난을 겪은 진실한 인간의 얘기는 그 자체가 감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쌔.....
이 영화는 내게 눈물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런 감동적 소재로 내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지 못하다니...
(눈물이 많은 편인데도...)
고작 이 정도의 감동 밖에 주지 못하는 영화를 올리버 스톤이 만들었다니...
오히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더 감동스럽지 않은가.
아무튼 그 해병대 예비군은 그 이후 어떻게 됐을까?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참전 용사가 되지는 않았을까?
테러 피해의 당사자인 미국에서조차 철군론이 우세해지는 현 상황을
그 예비군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