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others may live.
(그럼으로써 타인은 살것이다.)
나를 던져서 타인을 구하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타인의 생명을 구조하는 이들. 올해 중순 미국은 카트리나라는 자연 테러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로인해 탁상공론하는 부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기도 했지만- 걷잡을 수 없는 자연의 분노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그 뒷수습에 대한 대안모색일 뿐이다. 그 수습의 최대공신은 미국의 해양구조대였다. 9.11테러당시 잿더미가 된 현장안에서 동분서주하던 소방관들이 영웅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카트리나로 아비규환이 된 걸프만 수해현장을 소리없이 동분서주한 해양구조대의 일화는 또다른 영웅적 신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얼굴이 명확치 않은 그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미화라기 보다는 헌사에 가깝다. 그리고 그 헌사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사제의 구도를 지닌 연륜차의 남성적 연대이자 생사를 뛰어넘은 희생을 각오한 서로에 대한 경외심의 발견에 있다.
반항의 객기가 흐르지만 패기로 충만한 풋내기와 폭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혜안을 지닌 선배이자 스승이라는 사제지간의 정서는 상투적이지만 정석적인 이야기 흐름이며 먹힐만한 코드다. 이 영화는 그런 코드의 활용으로 관객에게 신선함보다는 안정성으로 어필하려 한다.
중년의 나이에도 현장의 일선에서 파도와 맞서며 수상구조에 나서는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 역)은 불의의 사고로 동료들을 잃고 자신의 상관의 배려로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해양구조대의 교관직을 맡게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장과의 괴리감을 좁히는 혹독한 훈련을 지휘하고 패기로 도전하는 젊은 풋내기들을 실전에 유용한 정예요원으로 담금질한다.
일단 이 영화의 키워드는 헌신이다. 단순히 직업적 종사가 아닌 직업적 소명을 생각해야 하는 이들. 공공의 복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 자신의 수당을 받기 위한 업무 이상의 노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영화는 그런 이들중 잘 알려지지 않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더군다나 먼 이국의- 그들은 극중에서 등장하는 대사처럼 박봉을 감수하면서도 망망대해의 추운 바닷물 속에서 홀로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 있는 상황을 견져가며 타인의 생명을 구조하는 해양구조대(U.S. Coast Guard)이다.
영화속 사제지간의 정서는 반항과 갈등의 플롯으로 출발해서 화해와 이해의 골인지점으로 내달리곤 한다. 물론 그 형식이나 수위의 밀도차는 엄연하지만 맥락적 활용은 균등하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전자들의 클리셰의 계보를 잇는다. 하지만 이는 벗어나지 못함이 아닌 벗어날 수 없음의 연유이다. 어쨌든 감동을 부여할 수 있는 요소는 이탈보다는 화합이기 때문이다.
군대와도 같은 구조대를 양성하는 A-스쿨에서 재능만큼이나 튀는 존재인 제이크 피셔(애쉬턴 커쳐 역)는 벤을 만나 자신의 재능을 구조의 능력으로 만들어나간다. 재능이 단순한 기록의 허상이 아닌 실재적 가치로써의 활용가능성으로 끌어올려지는 여담은 성장영화로써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재능있는 풋내기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며 동시에 삶의 축적된 경험까지 유전하는 지혜로운 선배의 관계를 통해 훈훈한 미덕이 발견되는 것은 몇차례 훑고 지나간 이야기의 반복학습도 간과할 수 없는 근원적 감동의 모토다.
일단 이 영화의 평이로움이 중후한 관록으로 빚어지는 것은 케빈 코스트너의 무게감덕분이다. 마치 연륜은 훈장이라는 극중 대사처럼 그의 연기는 밑이 뻔히 보이는 가벼운 영화의 속내에 묵직한 무게감을 얹는 듯 하다. 마치 세월의 무게를 짊어지고 물러서는 일선의 전설인 벤의 모습이 실상 그의 모습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의 연기적 탁월함 이면에 말도 많았던 지난 몇년간의 필모그래피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비쥬얼적인 측면 역시 간과하기 힘든 이 영화의 또다른 추임새다. 실재 구조현장을 방불케하는 촬영효과는 스펙타클한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위험천만한 순간에서 타인의 생명을 위해 홀홀단신의 몸을 던지는 해양구조대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카메라가 담아낸 파도의 위협감은 리얼하다. 또한 위험천만의 실전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혹독한 훈련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관찰이다.
물론 아쉬운 건 결말의 집착이다. 노장의 여담으로 그쳤으면 좋았을 법한 이야기는 전설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극단적인 이야기 전개를 보인다. 이미 평이한 이야기로부터 동반될 법 했지만 무난한 전개가 부담스럽지 않음으로써 잊혀지던 거부감이 지나치게 비약적인 결말로 인해 눈을 뜨는 듯하다. 물론 이는 캐릭터적인 측면에서의 안타까움이 아닌 플롯의 정색적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내에서 유효한 영웅들의 이야기다. 물론 이는 미국식 영웅주의에 대한 껄끄러움으로 느껴질법도 하지만 본위적 내색은 하지 않는 영화의 태도로 보아서는 그정도 의심은 거둬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미화하려는 의도보다는 헌사에 가까운 의식이 느껴지는 건 이 영화의 소박한 미덕이다. 적어도 우리 주변에 내색하지 않은 채 살신성인의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명분은 충분하다.
세월을 넘어 소명을 전승하는 이들의 사연은 훈훈하면서도 고결해보인다. 단지 영화의 아쉬움을 뛰어넘어 본래적인 의도를 간과하지 않는다면 분명 이 영화는 가치를 부여받을 자격이 있어보인다. 물론 영화의 욕심이 과했음은 또다른 아쉬움이다. 감정의 과잉보다는 애잔한 소박함이 이 영화의 평범한 선율적 이야기에 더욱 어울리는 악보였다. 마지막 악장의 실수만 눈감아 줄 수 있느냐가 아무래도 이 영화에 대한 평가의 분기점이 될 것만 같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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