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부산국제영화제]
무지개의 여신: 무지개 빛과 같은 사랑과 기억을 떠올리다
언제부턴가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는 꼭 보아야할 영화로 생각되어질 만큼 좋아하는 영화였다. 그가 시나리오와 기획에 참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번에도 부산에서 무조건 볼 영화로 이미 찍힌 영화였다.
STORY
토모야는 대학시절 동창이었던 아오이의 소개로 한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중이지만, 맨날 회사에서 사고만 친다. 그러던 중, 하늘에 신기한 무지개를 접하고는 이를 아오이에게 휴대폰으로 전송한다.
그 날 오후, 토모야는 아오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게 된다. 회사 선배와 함께 아오이의 집으로 향하면서 토모야는 아오이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의 기억 속에는 그녀를 만난 이후, 항상 그의 곁에 있던 그녀의 모습이 자리잡고 있는데 ...
이 둘 사이는 과연 어떤 관계였던걸까.
토모야의 연애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이들의 관계를 돌이켜 본다.
무지개 여신의 볼거리
사랑 이야기 : 영화 속 토모야를 중심으로 한 세 가지 사랑, 세가지 감성. 그리고, ...
- 쿄코와 토모야 : 일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랑
쿄코와 토모야는 처음에는 쿄코가 토모야를 사랑했건만, 어느 순간 쿄코의 배신으로 반대의 상황으로 변한다. 그로인해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그 모습이 바뀌버린 사랑의 모습은 결국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무지개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하지만, 이를 가지려해도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것 역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 치즈루와 토모야 : 연상녀 연하남의 짧은 사랑
아오이와 함께 우연히 파티에 가서 만난 여인이다. 그녀의 대쉬로 인해 짧은 시간이나마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 그런 두 사람에게 있어 사랑은 무지개처럼 오래가질 못한다. 사랑은 어느 부분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따라 그 사랑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 두 사이에는 그런 진짜와 가짜와의 미묘한 경계에 선 모습에서 사랑이 우선인지, 아니면 진실이 우선인지를 묻게 한다.
그 모습이 어느샌가 사랑이란 무지개를 잡으려 했을 때, 실은 그것을 잡지 못하는 건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 아오이와 토모야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오이와 토모야의 관계는 그 출발점이 사랑이라는 이름보다는 우정과 스토커라는 단어로 시작했다. 이들은 사랑이란 말을 하기에는 그 시작부터 남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토모야에게는 계속 사랑이 필요했고 사랑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오이는 그저 친구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토모야에게 있어 아오이는 친구이기에 어쩌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집과 같은 존재 였다.
하지만, 사랑과 우정에서 번민하는 동안 사랑이란 감정을 깨닫을 무렵 그 사랑은 무지개처럼 붙잡을 수 없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변해버린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토모야를 중심으로 세 가지 사랑을 통해 무지개의 모습과 같은 사랑으로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 그리고, ...
그리고, 주목해 볼 만한 건 바로 토모야의 연애사가 아닌 그를 맴돌던 아오이의 연애사이다. 극중 아오이의 시선은 언제나 토모야와 같은 곳을 바라보길 바랬다.
그래서, 갖은 이유를 들어서
그를 자신이 있는 서클에 끌어들였고,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등장시켰고,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입사시켰다.
그녀가 토모야를 떠날 때에도 그에게 사랑의 메신저가 기꺼이 되어준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기에 그저 같은 곳을 바라만 보다 그치고 만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사랑법이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사랑의 끝은 무지개처럼 잡을 수 없는 저 멀리로 사라지고 만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건 바로 그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속 영화
이 영화에는 극중 아오이가 만든 짧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는 아오이와 토모야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등장한다.
그리고, 세상의 종말이라는 단어와 마지막 남은 일주일간, 극중 아오이는 멀리 있는 토모야를 향한 사랑을 불태운다. 그에 따라 변하는 영화 속 아오이가 연기한 여주인공의 사랑의 모습은 하루하루가 줄어들 때마다 마치 무지개의 색깔처럼 변화한다.
무지개 너머에 있는 행복과 행운이란 것을 접하기에는 너무먼 그 모습이 바로 영화 속에 보여지는 무지개와 묘하게 겹쳐보인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슬픈 사랑을 예견한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무지개의 여신의 아쉬움
이와이 슈운지 란 틀의 감성에 머무르다.
이 영화는 쿠마자와 나오토라는 감독이 있다. 하지만, 감독은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까지 담당한 이와이 슈운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 속에서 이와이 슈운지의 감성이 너무 강한 나머지 그의 색깔을 느끼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진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뭐랄까, 감독이 다르다 뿐이지 이와이 슈운지 영화로 밖에 보여지지 않은 생각이 든다는 게 제일 아쉬웠다.
물론 이는 영화제 기간동안 홍보를 하러 온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인상이 남아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전체적을 봤을 때 그의 그림자를 너무나 지우기 힘들다는 게 무척 아쉽게 보인 건 사실이다.
기대 그 이상을 못 보여준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각기 다른 국가에서 사랑의 이야기를 많이 선보였다. 물론 그로인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던 터라 영화마다의 매력을 느끼게 한 점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많았다.
이 영화를 보기 앞서 여러 영화를 본 탓인지 이 영화에서 기대치에 비해 그리 감동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기대한 것과는 어긋나 보였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희미하고 아련하게 떠올리는 그 무언가를 보았기에 좋은 기분보다는 조금은 우울함과 울적한 기분을 받아서인지 모른다.
무지개의 여신를 보고
무지개 빛과 같은 사랑과 기억을 떠올리다 :무지개처럼 아련하고 애틋한 건 바로 사람의 마음
사랑은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과 색깔을 지닌다.
어떤 이에게는 아주 밝은 색의 강렬함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해 보여지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어두운 색으로 가득하게 보여지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알 수 없을 만큼 희미하게도 보여지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다양하게 보여지는 건
그건 바로 사람이 가진 마음 속에 간직한 사랑의 색이라고 본다.
이 영화의 극중 두 인물은 서로에 대한 사랑에 대해 채 알기도
전에 너무나 편해진 친구라는 우정이 있기에 사랑과 우정이라는 미묘한 관계를 넘지 못하고 그저 그런 관계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 중 하나다.
누군가가 있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이, 누군가의 빈 자리가 느껴질 때 그 사람이 비로소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감정이 부재로 오는 일시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그제서야 사랑이었는지
여러가지 생각 속에 자리하는 감정 중 하나 일 것이다.
어쩌면 이 감정이 완전히 소통되기전 까지는 평생토록 가슴에 파묻혀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이들의 사랑이 어떤 모습을 갖추어갈 때는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하고 알게된 뒤에야 비로소 사랑이라는 하나의 모습이 갖추어쥐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은 때론 파랑새가 곁에 있음을 알지 못하고 무지개를 찾으려 나선 사람들처럼 헤매이다 그 파랑새가 자리를 떠난 뒤에야 자신이 이제껏 무지개와 같은 신기루를 쫓다가 결국 놓치고 만 것임을 비로소 알게되는 지도 모른다.
그 역시 사랑이겠지.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비록 그 모습은 다를 지언정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 겪어보았음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를 본 뒤, 그 무지개 빛과 같은 사랑과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