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이 철도원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철도에 종사하는 분도 무척 많더라구요. 제 남편은 차량정비를 하고있습니다.
요즘엔 열차타고 다니는데, 한달에 일주일가량은 집에 못들어오는 것 같아요. 출,퇴근도 들쭉날쭉이구요.
새벽에 나가고 나서 싱크대에 놓여있는 냄비를 보면, 또 라면만 먹고나갔구나 하고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하구요.
남편이 일본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저보고도 일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와도 닮은 정서를 가졌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무엇보다 부러운 건 공각기동대와 같은 철학이 담긴 만화를 만든다는 건데, 영화는 진짜 아니라구..... 정말 볼 거 없다구.
어쩌면 일본영화를 모두 볼 수 없어서 편견이 생긴 거일지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일본영화는 亂 외에는 정말 아니라구 하더라구요.
우연히 봤습니다.
정말 우연히. 사실 보고싶지도 관심도 없었던 영화였지만....
보다보니 울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겠다싶어 끝까지 봤습니다.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자신은 참 고독하다구요. 근무환경이 그렇데나 뭐래나.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영화보니 동화되더라구요.
물론 하는 일도 달라도 그 위치도 틀리지만 말입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며 남편만 생각나더라구요.
우리 남편도 그럴까? 이제 애가 셋인데-남들은 우리가 부자라고 합니다. 어떻게 부자가 아닌 이상 애 셋 날 생각하냐구요- 그 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제가 조심스레 얘기할 때 정색하며 고마운 생명을 기쁘게 받아들이자는 남편.
지독한 무신론자인 그에게 어떤 종교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되죠.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며 내 모습은 남편의 모습은 우리 가족의 모습은 어떨지......
우리 가족에도 언제자 따스한 온기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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