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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覇王™]메멘토式 퍼즐이 공상과학 비틀기를 만나면? 프레스티지
js7keien 2006-10-25 오후 11:50:17 3197   [22]

북미지역 10월 최대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프레스티지>가 WB社를 통해 일부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여지고 있다. <메멘토><배트맨 비긴즈>로 관객을 열광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톤을 잡고 세기의 전환기였던 빅토리아시대 영국을 중심으로 마술사들의 복수와 경쟁이 펼쳐지는 이 영화는 어두운 톤의 화법으로 때로는 완만하게, 때로는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간다. 영화 속 이야기의 전개는 앤지어 역의 휴 잭맨, 보든 역의 크리스찬 베일 두 배우의 갈등구조 가운데 미모의 마술사 보조 올리비아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이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위험해보이는 줄타기를 함과 동시에 마이클 케인이 앤지어를 돕는 커터 역을 맡고 있다. 영화 속 세트와 의상들은 빅토리아시대 영국을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마술의 무대, 장치, 소품 등은 아기자기한 방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웅장하고 화려한 극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영국식 발음은-연음으로 인해 알아듣기 힘든 미국식 발음의 헐리웃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또다른 특징을 지닌다. 

시간상의 배열로 보았을 때 앤지어(휴 잭맨)와 보든(크리스찬 베일)은 마술기법을 터득해가는 견습마술사로 출발하며 두 사람 사이의 우정도 존재한다. 보든은 앤지어보다 손놀림이 능숙한 마술사이고, 앤지어는 보든보다 덜 숙련되었지만 무대 장악 능력은 카리스마적 소질을 지닌 인물이다. 그와 더불어 앤지어의 아내는 마술사 보조로 일하면서-앤지어와 보든은 물이 가득찬 수조에 들어간 여성보조가 탈출하는 마술을 커터가 실시할 때 관중석에 앉아있다가 지명되어 무대로 나오게되면 수조에 들어갈 여성보조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는 가짜관객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보든의 손 매듭을 풀지못해 앤지어의 아내가 수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되면서 앤지어와 보든 두 사람의 우정은 파국을 맞게 된다-앤지어는 보든이 공연 직전 아내를 묶었던 이중 매듭이 아내의 사고에 큰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앤지어는 복수의 일념으로 보든에게 결정타를 날리고, 보든 역시 이에 질새라 앤지어를 공연 중에 매우 난처하게 만들고... 서로가 감정의 골이 깊어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비극의 나락으로 치닫는다.

앤지어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보든을 모비딕으로 투영하고 복수에 눈이 머는 문학 [백경]의 에이허브 선장의 변주된 모습처럼 느껴진다. "왜 이중매듭을 지었지?"라고 보든에게 이유를 묻던 앤지어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보든에게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 를 획책하게 만든다. 복수의 당위성을 품게되어 보든에게 육체적 손상을 야기하는 앤지어는 나아가 보든의 마술 비법을 획득하여 보든의 인기를 가로채기위한 복수의 화신으로 발전한다. 이에 질새라 보든도 앤지어에게 육체적 손상을 야기시킴과 동시에 앤지어의 인기가도를 막는 장애물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앤지어의 복수심은 보든보다 더 나은 마술 기법을 터득함으로 그를 능가하는 마술사가 되겠다는 경쟁심과 맞물려간다. (복수→경쟁) 마술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마술의 진화겠지만, 앤지어의 날로 쇄신해가는-마술 기법 발전의 원동력은 복수라는 씨앗이 낳은 경쟁심이다

still #4

그런데 이 영화, 시제 구성이 만만치 않다. <메멘토>나 <5x2>같이 이 영화가 시간의 역순으로만 진행된다면 시제의 불편을 감수하고 영화의 궤적을 밟아가며 차근차근 거꾸로 정렬하면 되지만, 이 영화는 관객의 머리를 할퀴기위해 짜여진 아주 고약한 플래시 백워드 기법을 사용한다. 과거-현재라는 시제만 교차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 사이에 또하나의 시제가 제시되기에 필자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여진 시제를 "준현재"라고 임의로 용어설정을 하겠다. 준현재는 앤지어가 보든의 마술을 능가하기위해 크로아티아 천재 니콜라 테슬라를 찾아가 그의 물리학적 발명에 도움을 받는 시제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삽입되어지는 시제다. 현재-준현재-과거의 시제가 영화 상에서 어떻게 교차되어 진행하는지를 영화 중반부까지만 도표로 작성하였다-영화 중반 이후의 세 시제의 엉킴은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크게에 기술을 생략하겠다. 이 도표를 보면 영화 속에서 현재-준현재-과거라는 시제가 일정한 기준 없이 무작위로 혼재함을 알 수 있다. 이 플래시 백워드 기법은 메멘토에서 보여주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함과 동시에, 마지막 반전을 관객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복잡하게 꼬아놓은 놀란 감독의 심술이기도 하다.

 현재 준현재  과거   현재  과거  준현재 현재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가 마술 공연 중 터짐/감옥 앤지어가 보든의 마술비법이 담긴 책을 읽으며 니콜라 테슬라를 찾아가기 위해 콜로라도로 향함 앤지어와 보든의 막역했던 시절~그들의 우정이 깨어지는 과정  앤지어가 공연 중 사용했던 테슬라의 발명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앤지어와 보든의 갈등이 점차 심화 앤지어가 테슬라의 환심을 사기 시작  감옥

영화 속에서 이 세 시제로의 전환은 옛날 영화들처럼 디졸브 기법이 사용된다면 시제전환에 참고가 되겠건만 그렇지도 않으니 시제를 짜맞추어야 하는 관객의 불편을 보다 가중시킨다. 그리고 보통 영화에서는 막바지 클라이막스로 치닫기위한 사건이 영화 초반부에 당당하게 제시되고있다. 영화 후반에 보여줘야 할 사건을 초반부에 보여준 까닭은? 카드패를 미리 관객에게 일러줌에도 불구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미리 속단하지 말고 영화 속 퍼즐을 잘 짜맞추라는, 감독이 관객에게 제시하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또한 영화 속 인물대립은 앤지어-보든 뿐 아니라 니콜라 테슬라-에디슨에게도 존재한다. 에디슨은 영화 상에선 그림자도 비치지 않지만 앤지어에게 발명품을 제공해주는 테슬라와는 둘도 없는 견원지간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왜 테슬라와 에디슨이 앙숙이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매우 불친절하기에, 이에 부가적으로 설명코자 한다-미국에서는 전기 송전 방식이 직류와 교류 중 어떤 것이 좋은가 하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던 상황에서 에디슨의 직류 방식은 송, 배전에 110V의 직류 전류를 썼기 때문에 낮은 전압과 전선의 저항으로 인한 손실이 매우 컸다. 이로 인해 발전소에서 좀 떨어진 곳은 제대로 송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업가 웨스팅하우스가 전력공급 사업에 새로 뛰어 들었는데 그는 중간 손실이 큰 직류 송전방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압기를 통한 교류 송전방식을 추진하였다. 교류는 변압기를 사용해서 전압의 크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에 에디슨에겐 큰 위협이 되었다. 그러던 중 교류 송전방식에 강력한 원군이 등장하는데, 한때 에디슨의 연구소에서 일한 적도 있었던 크로아티아 출신의 전기공학자 테슬라였다. 그는 1888년에 교류방식에 매우 적합한 전동기를 발명하여 특허를 취득했는데 웨스팅하우스사는 이 특허를 즉시 구입하고 대도시에 알맞은 교류 전력망을 설계하여 교류 송전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이렇게 되자 송전사업의 선발 주자였던 에디슨은 교류 송전방식에 갈수록 위협을 느껴 자신의 직류 송전방식은 안전한 반면, 교류 송전방식은 위험한 것이라는 선전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쟁이 어렵게 되자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비열한 수법을 쓰게 된 것이다. 자신의 연구소에 기자, 관계자, 관람객 등을 대거 모아 놓고 개, 고양이들을 고압의 교류전류로 태워 죽이는 끔찍한 실험을 반복하였고 더욱이 뉴욕 주의 교도소에서 사형집행 방식으로 기존의 교수형 대신에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되자 고압의 교류를 쓰는 전기의자를 발명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것이 사형방식으로 채택되도록 로비를 벌였다. 결국 전기의자가 새로운 사형집행 방식으로 결정되자 에디슨은 사람을 시켜서 웨스팅하우스사가 제작한 교류발전기를 교도소에서 이용하도록 하였고, 이후 더욱 대대적으로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에디슨 측의 악랄한 선전공세에도 불구하고 교류 송전사업은 진전을 거듭하여 1893년 시카고의 만국박람회에서 25만개의 전등을 켜는 계획에서 에디슨 진영을 제치고 낙찰을 받았다. 또한 나이아가라 폭포에 세계 최초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도 웨스팅하우스사가 맡아서 성공시킨 것을 계기로 송전방식을 둘러싼 교류 방식과 직류 방식의 대결은 결국 교류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75808&g_menu=044900&pay_news=0에서 인용)
still #1

경쟁심에 사로잡힌 앤지어는 보든의 마술비법을 가로채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마침내 보든의 마술비법이 담긴 책을 수중에 넣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든을 궁극적으로 능가하기위해 대서양을 건너 과학과 조우하는 앤지어-바로 데이빗 보위가 연기한 니콜라 테슬라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보다 나은 마술비법의 터득을 위해 과학과 조우하는 앤지어를 보고있노라면, 기존의 마술 테크닉의 한계를 절감한 앤지어가 터닝포인트로 과학의 도움을 받고자하는 발상전환과 더불어-인간 이성에 한없는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이성과 과학을 대했던 19세기 말~20세기 초 이성주의 사조의 영향을 물씬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테슬라라는 캐릭터가 제공하는 발명품은 놀란 감독에게 있어선 양날의 칼이다. 앤지어가 터닝포인트로 천재 과학자를 만나는 것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테슬라가 앤지어에게 제공한 발명품이 공상과학 비틀기의 장치로 쓰여졌음이 영화 관람 후 관객들에게 어떻게 자리매김이 가능할런지 해서 말이다-관객의 허를 찌르기 위한 시도인지, 아니면 영화 <포가튼>처럼 현실의 궤적을 무시한 환상특급 비틀기가 정말 이 영화에 필요했는가 하는 의구심-전자와 후자의 입장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PS. 앤지어가 그토록 탐냈던 궁극의 마술은 제프 골드블럼,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The Fly>와 <X-Men 2>의 돌연변이 나이트크롤러를 연상하게 만든다.


(총 1명 참여)
js7keien
gqlim00님~ 댓글에서 너무 자세하게 다루기엔 스포일러 위험이 크기에 님 영화수첩 메모장에 글 남겼으니 함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06-11-23 01:04
js7keien
*이 댓글엔 스포일러 있으니 영화 관람하지 않은 분들은
 
절!
대!
로!
 
읽지 마세요*

영화 전개 3/4부분에서 앤지어가 테슬라의 기계에 실망하고 그의 집을 나서려는 찰나에 테슬라 집 앞 마당에 있는 수많은 앤지어의 모자들 기억하나요? 테슬라가 정말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었다는 게 암시되는 장면인데, gqlim00님 질문이 정답입니다~ 테슬라는 순간이동기곌 만든게 아닙니다~ Cloning 맞습니다~   
2006-11-22 12:40
gqlim00
영화평 잘 보았습니다. 약간 스포일러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박한 지식에 놀랐습니다. 그럼.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요.. 그럼 영화 마지막에 등장한 수많은 수조 속의 인물들이 모두 복제된 앤지어란 말씀이신가요? 테슬라가 발명한 기계는 복제기계구요? 이건 제가 생각했던 내용과 넘 틀려서.. 전 테슬라는 뭔가 기계를 발명하려고 하긴 했지만, 실패해서 자기 연구실을 모두 불지르고 도망가고 비법이라고 전해준 것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찾아서 모두 써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네요. 그래서 공연도 100회로 제한한거고..
수조로 떨어진 가짜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못보게 하기 위해서 맹인들을 인부로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죠?
고수님. 제발 가르쳐 주세요. 정말 궁금하네요. 진실이..   
2006-11-20 03:42
ycoin2
얼 형님 .. 이 영화 ^^

저 베일 하고 잭맨 하고 엄청 좋아라 하는데 ^^

근데 넘 한거 아뉴 ..

쩝 정환형 글 보면 자꾸 쪼그라 들어서

형이 범진님 영수에 남기셧던가 본거 같은데 씨네21에는 리뷰 장난 아니게 쓴다고 .

근데 제가 보기엔 형님이 지존입니다 ^^

형 제가 회사일로 바빠서 아예 안왓는데 ㅎㅎ

관심 감사 드려요 ^^

참 추천은 기본이고 형 또 일등 하셧네 ㅎ
  
2006-10-31 22:07
wkdgkd
와~ 정말 탁월한 글솜씨에 심봉사가 눈을 떠 새로운 세상을 보게되는^^* 자~알 읽고 갑니당. ㅊㅊ 꾸욱~   
2006-10-26 11:12
bjmaximus
와~ 정말 정환 님 글솜씨 탁월하시다는^^ 잘 읽었슴다~^^
당근 ㅊㅊ   
2006-10-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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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2006, The Prest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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