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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에 대한 불만스러운 예우 파이어월
lkm8203 2006-10-24 오후 12:17:46 1375   [2]
문명의 발전을 극도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통신망의 인트라 구축으로 인한 모든 생활의 디지탈 문명화다. 우리는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도래하고 있으며 많은 것이 편해지고 쉽게 이뤄지는 세상위를 살아가고 있다.

 

 편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단순한 노력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노력만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누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려 하겠는가. 이는 날이 갈수록 편하고 간단해지는 세상이 그만큼 인간의 두뇌에 게으름을 주입함으로 발전으로 인한 퇴보를 부르는 아이러니를 맞이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고 자신이 부르는 노래 가사조차도 노래방의 자막을 봐야만 알 수 있는 디지탈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게으른 두뇌회전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디지탈 문명의 극대화는 컴퓨터로 연결된다. 첨단 산업부터 자질구레한 동네 슈퍼의 계산까지도 컴퓨터가 대신한다. 컴퓨터는 21세기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필수품이 되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것이 능력이었던 시대는 과거가 되었고 이젠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면 낙오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디지탈 시대의 맹점을 파고 든다. 우리가 맹신하는 디지탈 시대의 철벽같은 보안에 대한 헛점을 파고드는 범죄자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만든 이 첨단 문명 세계의 첨탑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방화벽(Firewall)을 구축한 디지탈 문명의 겉만 번지르르한 유리벽을 허술함을 이 영화는 은연중에 보여준다.

 

 어쨌든 이 영화는 나름대로 인텔리적인 소재를 통한 영민한 구상으로 출발한다. 물론 이 영화가 보여주는 분위기가 심각한 두뇌회전을 불러일으키는 면모가 뚜렷하진 않지만 영화의 소재면에서 보여지는 전문성짙은 유식함이 드러나는 면은 영화의 비상함을 부각시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또한 영화의 초반 이미지는 범인과 주인공간의 심리적인 두뇌싸움으로의 발전도 기대해볼만하다. 무언가 두뇌의 회전에 속도감이 붙으면 재미있을 법한 양상의 두 인물의 모양새가 이 영화의 축으로 자리잡아갈 것만 같은 기대감도 든다.

 

 그러나 영화의 선택은 결국 해리슨 포드식의 영웅적 결투로의 결박이다.

 

 사실 해리슨 포드라는 배우의 영화는 대부분 액션이 존재했고 그 배우의 액션이란 게 전문적인 고수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진흙탕을 구르는 처절함 안에서의 선과 악의 대립이 다수였다. 그리고 항상 선이 악을 이기는 식의 할리웃 영웅담의 전형성을 대표하는 배우로써 해리슨 포드는 자리했다.

 

 사실 그의 와일드한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이영화의 인텔리적인 캐릭터의 성격에 의해서 변신을 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기존적인 이미지로의 부합을 통한 쉬운길을 택했다.

 

 무언가 번뜩이는 발상의 재능으로의 가능성이 엿보이던 전반전은 결국 그의 난잡한 격투로 인해 부질없는 잔상으로 남는 씁쓸함으로 추락했다.

 

 어쨌든 기존의 해리슨 포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의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또한 그의 나이는 더이상 이런 막무가내식의 액션을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는 점에서도 무언가 다른 연기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싶다.

 

 뭐 그래도 이 영화의 평범함은 그리 나쁘진 않다. 간만에 해리슨 포드식의 악당때려잡기도 불쾌하진 않고 그가 미국을 구한것이 아닌 가족을 위한 아버지로써의 생사를 건 필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동정의 여지는 남아있다. 단순히 가족의 위기를 구하는 아버지의 생사를 건 노력담정도로 기대한다면 이 영화의 형세도 그리 나쁘지만도 않을 법하다. 하지만 뻗어나가지 못하는 긴장감과 감동은 이 영화의 장르자체에 대한 어중간한 모양새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을 낳을 우려가 있다. 스릴러와 드라마 그 어느 표정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는 아쉽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유명한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해리슨 포드의 연기인생도 그의 빛나던 영화들로 인해 죽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가 언젠가 사라질 뒤안길에 그의 강렬했던 젊은 날이 빛바래지 않을 만한 작품 하나쯤은 만들어보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고 싶은 것은 노장에 대한 예우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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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월(2006, Firewall)
제작사 : Warner Bros., Village Roadshow Picture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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