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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마술 프레스티지
kharismania 2006-10-20 오전 3:29:04 1008   [1]
마술과 마법의 차이. 그건 진실과 비진실의 차이가 될지도 모른다. 마술은 트릭이다. 말그대로 속임수로써 사람을 홀리는 재주다. 마법은 진실이다. 말그대로 거짓없이 사람을 홀리는 재주다. 둘은 사람을 홀린다는 것에 동일한 목적성을 띠지만 마술은 거짓으로 인간을 즐겁게 만드는 기술이다. 겉으로 드러난 신기함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인위적인 상상력이 만든 열악한 속임수일 뿐이다. 그 속임수의 진위를 알게 되면 마술의 생명력은 상실된다. 비밀이 존재할 때 마술은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비밀의 유지. 그것이 마술의 신비감을 유지하는 치졸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비밀을 유지시켜주어야 하는 것은 관객의 의무다. 굳히 그 비밀을 알아내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비밀의 문지방을 넘어선 뒤에 남는 것은 마술에 대한 신비감 상실과 더불어 즐거움조차도 사라진다는 것.

 

 떄론 영화는 마술과도 같다. 특히 반전을 자랑하는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진실을 깊숙히 숨겨놓고 관객의 시야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기도 하고 거짓정보로 현혹시키기도 하다가 결국 의도하는 진실을 내던져 놓을 떄 관객은 의표를 찔린다. 그 전까지 영화는 신비감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어설픈 술수로 관객을 농락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호된 비난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관객을 완벽하게 유린했을 떄 찬사가 쏟아진다.

 

 제목과 같이 이 글의 서두에서와 같이 이 영화는 마술을 이야기한다. 물론 마술이라는 행위가 아닌 마술을 행하는 이들, 즉 마술사가 영화의 주인공들이기에 영화에서 마술은 목적을 지닌 상징적인 행위가 된다.

 

 영화는 이야기의 말미에서 출발하고 다시 도입부로 되돌아간다. 마술쇼가 펼쳐지던 그 현장에서 마술을 진행하던 엔지어(휴 잭맨 역)은 사고로 죽고 그 현장에 있던 보든(크리스찬 베일 역)은 용의자로 몰려 재판을 받고 결국 실형을 선고받아 감금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 사고로부터 훨씬 앞으로 시점을 돌린다. 과연 두 남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엔지어와 보든은 마술사의 보조사로 함께 일하며 마술사로써의 무대를 꿈꾼다. 엔지어의 아내인 줄리아(파이퍼 페라보 역)가 수중마술 중 매듭이 풀리지 않아 익사하게 되고 그것이 보든이 고집한 이중매듭묶기 때문임을 알게된 엔지어는 결국 보든과 철천지 원수가 된다. 둘은 서로를 증오하고 경계하며 서로의 무대를 조롱거리로 만들며 경쟁해나간다. 두 인물의 경쟁심리가 지배하는 무대위의 알 수 없는 기이한 기운적 흐름이 영화의 전반을 장악한다.

 

 보든과 엔지어는 최고의 마술을 꿈꾼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극중에서도 소개되지만 마술의 최고 단계는 영화의 제목과 같은 프레스티지(prestige)다. 프레스티지의 사전적의미는 착각, 트릭 그리고 순간이동 마술의 이동수단, 마지막으로 마술의 최고 수준 단계를 뜻하는 단어다. 사기와 트릭이라는 비천한 의미에서 마술의 최고 경지라는 찬사적 의미까지 아우르는 이단어는 마술이라는 하나의 행위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이 행하는 신비한 능력과 단순한 눈속임의 사기극이라는 의미적 부여는 손바닥 뒤집듯 가볍다.

 

 일단 이야기를 지탱하는 것은 두 인물의 경쟁심리와 구도 그 자체이다.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발단이지만 결국 둘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정으로 자신의 마술을 진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의 욕망으로 점철된 인생사는 결국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로 거듭난다. 쉽게 말하자면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마술이다. 시간의 부분 교차와 역구성으로 퍼즐처럼 늘어놓고 그 안에 끼워진 사건들을 통해 스크린을 응시하는 관객에게 호기심을 하나씩 쥐어준다. 장막에 가려진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왕성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그 결말너머로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의미없던 행위들이 결말을 향한 복선들이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또한 영화는 중간중간에 복선과 미끼를 배열하며 관객을 홀린다. 반전에 대한 암시라고 여겨지는 것이 미끼가 되고 어느것이 진짜 진실에 대한 키워드인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마치 관객을 홀리는 마술쇼처럼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의 결정타를 날리기 전까지 미세한 잽으로 관객의 시선을 가둔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영화속에 등장하는 니콜라 테슬라(데이빗 보위 역)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에디슨보다도 뛰어난 과학자였다는 점이 후세에 재평가되며 과학학도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실제로 현대과학에서 그의 이론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가 증명되고 있다.-그는 극중 엔지어의 순간이동 마술기계를 만들어주는데 이는 과학과 마술의 경계를, 혹은 마법과 마술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해준다. 마술은 단순한 행동과 심리를 이용하는 상황적 산물이다. 말 그대로 행하는 이와 보는 이, 그리고 상황이 빚어내는 비표준화된 결과를 보여준다.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과학은 항망 일정하다. 우연이라는 변수가 없다. 물론 가정이라는 하나의 설정적 계수가 존재하지만 결론적으로 과학은 진리로 믿어지는 것들의 집합체다. 예외란 없다. 과학이라고 신봉되는 것은 진실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과학과 마술의 접합은 진실한 이론을 단순한 속임수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마술이라는 즐거운 행위에 비극적인 업보를 남긴다.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판것처럼 엔지어가 마술을 행할떄마다 늘어가는 비밀의 양은 단순한 트릭이 아닌 무시무시한 진짜 비밀이 된다.

 

 과학이 마술의 영역을 침범했을 때 그것은 과학이 짊어져야 하는 생태적 부작용을 마술이라는 엔터테인먼트가 대처하는 비적합한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마술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관객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가 아닌 마술사의 집념과 각고의 노력이 담긴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보든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것도 엔지어가 잔인한 행위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다 관객의 박수와 함께 쏟아지는 영광을 위한 짧은 위안떄문이었던 것이다. 결국 마술사는 보장되지 않은 갈채를 위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인내한다.

 

 어쨌든 두 마술사가 펼치는 마술같은 인생의 트릭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마술보다도 충격적이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일단 영화를 시종일관 주시한 자에게 그만큼의 충격을 준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긴장감을 지니고 영화에 집중한 이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을 준다는 것. 물론 영화의 교활한 미끼를 물었다고 해서 분노하지 말것. 그것은 결국 큰 반전을 위해 관객을 속이는 일종의 트릭인 셈이니까. 결과적으로 거대한 놀라움을 위해 일시적으로 시야를 뺴았았다는 것. 그건 모두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을 위한 감독의 영화같은 마술이다. 관객은 그 마술의 의도대로 속아주면 되는 것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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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2006, The Prest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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